국방비 증액을 전제로 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문제만 부를 뿐… 부담 덜어버린 주한미군이 ‘딴 짓’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peace@peacekorea.org
▣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환수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은 물론 전직 국방장관들까지 나서 “한국군은 아직 능력이 부족하고, 한-미 동맹이 결딴날 수 있다’며 노무현 정부의 작통권 환수 계획을 극구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8월9일 와 한 회견에서 노태우 정부 때의 작통권 환수 계획을 거론하면서, “한나라당이 하면 자주국가이고 제2창군이 되고, 참여정부가 하면 안보 위기나 한-미 갈등이 되느냐”며 보수 진영의 정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자주’라는 정치적 수사를 앞세운 참여정부와 ‘자주’를 ‘반미’와 동일시해온 보수 진영 사이의 비생산적인 안보 논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국방비 너무 늘린다
작통권 환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해 재편되고 있는 한-미 동맹의 성격과 남북관계, 그리고 막대한 국방비 부담에 따른 사회복지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중첩돼 있는 ‘고차 방정식’이다. 작통권 환수의 득실과 그 결과에 대한 차분한 정책 토론은 없고, 마치 종말이라도 올 것처럼 국민들에게 협박을 일삼는 일부 언론과 안보 학자들의 행태와 이에 대거리하는 데 재미가 들린 것 같은 정부의 모습은 무더운 날씨와 맞물려 불쾌지수만 높이고 있다.
사실 작통권 환수 문제는 따져볼 것이 무진장하다. 무엇보다 ‘왜 미국이 작통권 이양에 적극적인가’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보수 진영에서는 ‘반미 감정’을 운위하지만, 과연 노무현 정부가 반미 노선을 취해왔는지 되묻고 싶다. 또 미국이 단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양보하지 않을 사안을 양보하는 나라인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작통권 이양이 자신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한-미 동맹 재편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 방위의 한국화’가 높아질수록 그 완성도도 높아지기 마련인 탓이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이 핵심적으로 담당해온 대북 억제와 방어 구실을 한국군이 맡아줄 때, 주한미군은 비로소 ‘딴 일’을 하기가 수월해진다고 할 수 있다. 작통권 이양은 바로 ‘한국 방위의 한국화’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전략적 유연성 인정을 전제로 한 작통권 환수는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다는 격’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지적이 모두 황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작통권 환수 추진이 막대한 군사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런 지적이 작통권 환수를 반대하기 위한 ‘구실 찾기’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대폭적인 군사비 부담이 국민 경제와 복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진정성’에서 나온 것인지는 제쳐두더라도 말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집권 이후 국방비가 너무 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매년 9% 안팎으로 국방비를 늘리면서, 남한의 국방비는 이미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한 상태다. 정부는 작통권 환수 시점으로 잡은 2012년까지 매년 9.9%씩 국방비를 늘리겠다는 방침인데, 이렇게 되면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세계 6~7위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다. 지난 20년간 북한보다 7~8배 많은 국방비를 쓰고도, 아직도 ‘북한보다 약하다’며 국방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런 막대한 국방비 지출은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틈만 나면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국방비를 잡지 못하면 복지국가 건설은 ‘공약’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방비 증액율을 9%대에서 5~6%대로만 낮춰도 향후 5년간 15조원 안팎의 복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돈으로 자주국방하고, 작통권 환수하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북한과 군비경쟁 계속할 것인가
대규모 전력 증강을 전제로 한 작통권 환수 계획의 문제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노 대통령도 강조한 것처럼, 정부는 대미·대북 발언권이 강해진다는 것을 작통권 환수의 가장 큰 ‘기대효과’로 거론하고 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면서 미국에 질질 끌려온 것이나, “작통권도 없는 주제에 군사 문제의 주체가 되려느냐”는 북한의 핀잔을 들어온 우리 정부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군사적 적대관계와 군비 경쟁을 끝장내지 못하면, 작통권을 환수하더라도 이런 기대효과는 ‘희망적 사고’로 끝날 공산이 크다.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리고 이를 위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작통권의 환수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또 한-미 양국의 설명대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한-미 양국이 독립적 사령부를 구성하면, 미국의 대북 작전계획은 오히려 한국의 통제 범위에서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국의 독자적인 작계가 한-미연합사의 작계보다 덜 위험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탓이다. 미 태평양 사령부의 작계 내용을 알 수 없듯 독립된 주한미군 사령부의 작계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작통권 이양에 적극적인 또 다른 이유일 수 있다.
남북관계 차원에서도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작통권을 환수하면 북한에 ‘말발’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대규모 전력 증강을 동반하게 된다면, 북한의 강력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은 한-미 연합군보다 떨어지는 재래식 군사력을 탄도미사일과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통해 상쇄하려고 한다. 한국군과 주한미군 모두 전력 증강에 나선다면 북한과의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비 통제는 고사하고 군비 경쟁과 군사적 적대관계가 격화할 수도 있다.
주한미군 역할 ‘방어’로 한정해야
이처럼 작통권 환수는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면서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국방비 증액과 연결돼 있어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작통권 환수가 한국군의 독립성을 높이듯이 주한미군의 ‘자율성’ 또한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선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고, 미국은 한국의 분쟁 불개입 입장을 존중한다’는 식의 ‘비전략적 모호성’을 해결해,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을 ‘방어’로 한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확한 남북한 군사력 평가를 실시해, 적정 국방비 산정과 전력 증강 계획도 수정해야 한다. 이런 과제들을 풀지 않고 작통권 환수에만 몰입한다면 득보다 실이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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