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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별책부록이 행운 불렀죠”

등록 2006-07-19 00:00 수정 2020-05-02 04:24

유일한 만점 정답자는 스포츠보다 드라마가 더 좋은 주부 박육남씨… 브라질 우승 점친 탈락자 수두룩… 선물 당첨자 모두 축하드립니다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어머? 제가 아르헨티나로 안 썼어요?”

유일한 정답자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월드컵 퀴즈의 유일한 정답자인 박육남(46)씨는 세 문제를 모두 맞혔다고 전하자 “아르헨티나 안 쓰고 이탈리아로 썼나 보다! 어머? 어머?! 어머!”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혹시나 대단한 축구전문가 아닐까, 기대는 무너졌지만 기분은 더 좋았다. 그는 스스로를 “스포츠에 관심이 없고,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주부”라고 당당하게 소개했다. 다른 사람에게마저 기쁨을 전염시키는 기분 좋은 목소리였다.

“아픔을 아는 선수라 이천수를 믿었다”

그렇다고 그가 막무가내로 연필을 굴린 것은 아니다. 민망하게도 꾸며낸 얘기 같지만, 정말로 그는 “월드컵 별책부록을 꼼꼼히 읽어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별책부록은 그에게 월드컵의 비밀을 간직한 비서였던 셈이다.

그는 “프랑스는 선수가 늙었고, 브라질은 자만심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왠지 이탈리아는 한 번 더 (우승) 할 것 같았다”고 정답을 ‘찍던’ 순간을 돌이켰다. 이천수 선수를 첫 득점자로 꼽은 이유는 그의 인생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좌절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모른다”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인천에서 남편과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박육남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실직을 하면서 강화로 내려왔다. 그의 가족이 실직의 아픔을 겪었듯, 이천수 선수도 유럽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은 사람이어서 믿음이 갔다는 것이다. 그는 ‘16강 탈락’이라는 냉정한 답을 쓴 이유에 대해 “아직 우리의 준비 정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막상 한국이 떨어지니까 아쉽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으니까 됐죠. 그렇지만 졌다고 낙심해서 울고 그것은 아니에요. 장사꾼들이 광적이지 서민들이 어디 그런가요”라고 월드컵 사회학을 생활인의 언어로 정리하는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역시나 꾸며낸 이야기 같지만, 그는 한겨레신문사의 주주이자 창간 독자다. 도 오랫동안 보아온 그의 가정이지만 하마터면 노트북의 행운을 놓칠 뻔했다. 올 초 아들이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을 하면서 학비가 부담됐다. 그는 남편과 아들에게 “신문도 끊어!”라고 했는데, 아들과 남편이 이구동성으로 “시골에 살면서 신문마저 끊으면 세상사에 너무 무관심해진다”며 “이참에 시사주간지도 하나 보자”고 주장했다. 그래서 오래전에 보다가 실직을 하면서 끊었던 을 올 초부터 다시 구독했다. 올해 대학 3학년에 복학한 아들의 현명한 고집이 노트북의 행운마저 불러온 것이다. 그는 “5년 된 컴퓨터를 바꿀 수 있겠다”며 “아들한테 빨리 전화를 해야겠다”고 서둘렀다. “처음부터 노동자였고, 지금도 노동자”라고 집안 내력을 소개하는 박육남씨 가정에 노트북보다 큰 행운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까워라, 프랑스와 안정환이여

한국팀의 최종 성적, 한국팀 첫 골의 주인공, 우승팀을 맞히는 월드컵 퀴즈의 복병은 ‘우승팀’이었다. 최종 성적과 첫 골의 주인공을 맞힌 독자들은 적지 않았지만, 우승팀의 덫에 걸린 독자들이 많았다. 우승팀을 ‘브라질’로 적은 독자들이 절대 다수였다. 우리의 브라질에 대한 믿음은 그토록 컸던 것이다. 브라질 재난을 피해 그 어렵다는 우승팀 ‘이탈리아’를 맞히고도, ‘16강 탈락’이라는 냉정한 답변을 하고도, 한국팀 첫 골의 주인공을 맞히지 못한 정답자도 더러 있었다. 두 번째 골을 넣은 ‘안정환’이라고 써서 ‘한끝’ 차이로 정답을 놓친 독자도 있었다. 더 아깝게 정답을 놓친 독자도 있었다. 한끝 아니 반끝의 차이로 떨어진 독자는 ‘16강 탈락’ ‘이천수’를 맞히고도 ‘프랑스’라고 쓴 독자였다. 사실 결승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정규 경기로는 비겼으니, 프랑스도 정답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오갔다. 원래는 세 문제를 모두 맞힌 분들을 대상으로 5명을 추첨해서 삼성센스 노트북(모델명 NT-R45/M160)을 1대씩 드리는 추첨 방식이었으나, 정답자가 1명에 그쳐 2문제 이상을 맞힌 분들을 대상으로 5명을 뽑았다(정답자는 자동으로 당첨자 처리). 나머지 추첨 방식은 그대로 유지했다.

*정답

1. 독일 월드컵 한국팀의 최종 성적은? ① 예선 탈락

2. 한국팀 첫 골의 주인공은? 이천수

3. 우승팀은 어디일까요? 이탈리아

*당첨자

삼성센스 노트북(5명)

박육남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홍종수 충북 청주시 교현2동

복영주 경기도 의왕시 내손2동

최상범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김정화 전북 군산시 개정동

세이코 시계(5명)

김재연 경북 봉화군 춘양면

황해일 대구시 서구 평리1동

손영산 서울시 서초구 방배3동

김성우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2동

홍원경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삼성MP3(10명)

강성용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이일표 경기도 평택시 평택우체국사서함 30호

김광록 서울시 도봉구 도봉2동

김경래 충남 홍성군 홍성읍

채규현 부산시 북구 금곡동

박현웅 부산시 사하구 괴정1동

이정훈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구자환 부산시 북구 금곡동

경지현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1동

유석환 대전시 서구 관저동

6개월 정기구독권(10명)

임한수 서울시 은평구 갈현2동

성지현 서울시 성북구 정릉4동

김의열 부산시 연제구 연산1동

신호성 부산시 중구 중앙동

기열곤 대구시 수성구 중동

이동주 울산시 동구 동부동

유성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주명옥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한용욱 전북 남원시 쌍교동

임용렬 인천시 남동구 만수3동

*경품 받는 방식

8월1~5일에 퀴즈응모 엽서에 적어주신 전화로 연락을 드립니다. 혹시 연락을 받지 못하거나 연락처에 변동이 있으신 분은 메일(syuk@hani.co.kr)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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