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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FTA에 면세를 애원하다

등록 2006-06-30 00:00 수정 2020-05-03 04:24

‘한국 정부와의 세금 분쟁에서 유리한 해결을 추구한다’ 로비 문건 공개… 투자분과 이익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 ‘투자자 보호 조항’에 깊은 관심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론스타가 외환은행과 스타타워 매각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벌이고 있는 조세 분쟁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하게 해결하려고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조직적으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원정시위대가 건네받은 보고서

이런 사실은 론스타가 지난 2월10일 상·하원 사무국에 제출한 ‘로비 보고서’(Lobbying Report)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4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2월2일 한-미 FTA 협상이 공식 선언된 직후에 제출됐다. 이 보고서는 특별 로비 이슈 항목에 ‘한국 정부와 투자자 세금 관련 사항 및 제안된 한-미 자유무역협정 아래서의 투자자 보호’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관심사항 항목에 ‘론스타 펀드의 한국 정부와의 세금 분쟁에서 유리한 해결을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론스타가 한-미 FTA 협상을 기회 삼아 유리한 방향으로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의회와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달라고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일반적 이슈 분야를 ‘세금’과 ‘무역’ 두 분야로 명시하고, 로비 접촉 대상 기관으로 “하원, 상원, 미 무역대표부, 상무부, 재무부”를 꼽고 있다. 이 문건을 작성한 쪽은 ‘밀러 앤드 슈발리에 차터드’라는 국제무역 로펌인데, 로비 의뢰인은 ‘론스타 펀드 Ⅲ(USA), LP’로 돼 있다. 론스타 펀드3호는 2001년 강남 스타타워 빌딩을 매입했다가 팔아 큰 차익을 낸 펀드로, 부동산 매각을 마치 주식을 판 것처럼 위장해 3천억원의 매각차익을 챙기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보고서는 밀러 앤드 슈발리에에 소속된 로비스트 4명의 이름(존 질란드, 그레고 마스텔, 재커리 폴젠, 할 사피로)도 명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로비에 쓴 비용은 2만달러 정도다.

이 문건은 민주노총의 한-미 FTA 원정시위대가 6월 초 워싱턴에 갔을 때 미 의회 쪽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로비 결과 1차 한-미 FTA 협상에서 실제로 론스타의 세금 문제를 둘러싼 이야기가 협상 테이블에 등장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해영 교수(한신대)는 “미국에서는 로비할 때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이 되므로 누구와 왜 접촉했는지를 보고해야 한다”며 “한-미 FTA를 통해 론스타가 외환은행 세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 증거”라고 말했다. 또 “한-미 FTA의 금융 서비스와 투자 분야에서 모든 종류의 투자에 따른 일체의 ‘간접 이행의무 부과’를 금지하는 투자자 보호 조항이 쟁점인데 론스타가 이 부분을 크게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라고 말했다. 론스타가 어떤 장애도 없이 투기적 수익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한-미 FTA 협상을 활용한 것이다.

FTA 체결되면 세계은행에 제소할 수도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정책위원장은 “지금은 론스타가 국민들의 분노 정서에 꼼짝 못한 채 기자회견을 하면서 봐달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한-미 FTA가 체결되면 당당하게 ‘무슨 세금이냐’면서 한국 법원이 아니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에 제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투자의 경우 미국이 한-미 FTA에서 요구하는 건 자신들이 한국에 이렇게 많이 투자해놨으니 투자분과 이에 상응하는 이윤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며 “한-미 FTA가 체결되면 론스타 같은 투기자본은 더 극성을 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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