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겨레 발전기금 논란]
독립언론의 ‘촌지 거부’는 편집증적으로 지켜야할 원칙
대통령이라는 중요한 취재원의 기부는 사려 깊게 거절했어야
▣ 임현우/ 경영컨설턴트
1988년 <한겨레>의 창간 과정은 일반적인 언론사의 창립과는 사뭇 달랐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참언론’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한겨레>는 수만명의 소액주주들이 십시일반으로 창간기금을 쾌척해 신문사를 설립하는 초유의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최근 <한겨레>는 경영난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또다시 <한겨레>다운 특이한 방법을 선택했다. 국민성금을 통해 발전기금을 마련하겠다며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그런데 기금 모집에 노무현 대통령이 1천만원을 쾌척하겠다고 나서면서 언론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의 구성원 모두가, 그리고 분별 있는 대부분의 언론인들이 다 인정하듯, 취재원이 언론인에게 제공하는 금전적이거나 비금전적인 모든 특혜는, 당장의 반대급부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잠재적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 과거에 ‘널리 행해지는 관행’이었던 촌지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역시 독립언론을 표방한 <한겨레>의 의식 있는 기자들이었다. 그런데 애정을 갖고 이해해주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도, 나로선 대통령의 발전기금이 바로 그 “촌지”가 아닌 다른 것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이제 누군가 <한겨레>에 대해서, 부단한 감시대상인 최고권력으로부터 1천만원이라는 특혜를 받은 언론이라고 비판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에 대한 <한겨레>의 해명은 다음과 같다. “<한겨레>의 창간 정신에 공감해 창간 당시에도 주주로 참여했던 노 대통령이 자신의 저금을 헐어 발전기금을 내겠다는데, 단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역시 발전기금 모금에 참여한 많은 국민 가운데 한 분일 뿐이라는 의미”에서, 따로 기사화하지 않고 추후에 발전기금이 어느 정도 모여 기탁자 명단을 실을 때, 대통령의 이름을 거기에 포함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하자. ‘단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은 <한겨레>의 창간 정신에 대한 공감 여부와 무관하게 기금을 내지 않았어야 했고, 또 ‘단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겨레>는 대통령의 지원을 거절했어야 했다. 언론의 비판을 무디게 하려는 권력의 시도라는 비판에 도대체 어떻게 답하려고 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분이 아니라고, <한겨레>는 그런 신문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권력자의 돈이 언론에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전달되어도, 이것이 80년대 독재자의 수구언론에 대한 회유와 다르다고 <한겨레>는 반론하고 싶겠지만, 그 각각의 경우의 차이를 구별하고 정당성을 판별하는 온전하게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객관적인 기준이 없을 때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본래의 원칙을 글자 그대로 준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서 <한겨레>가 취한 모든 행동에 대한 평가는, 모든 취재 대상으로부터 어떤 특혜나 지원도 받지 않겠다는 <한겨레>의 공식적인 규정과 그 규정에 대한 편집증적인 준수 여부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에 등장한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안보의 모든 중요한 정책 집행의 최종 책임자이다. 대통령이라는 취재원에 대해 <한겨레>는 독립된 시각에서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러한 독립성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이라도 갖게 하는 모든 행동은 사려 깊지 않다. 대통령의 발전기금 지원 의사가 전달됐을 때, <한겨레>는 정중히 사양했어야 마땅하다.
독립언론으로서 <한겨레>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독자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한겨레>가 현명한 판단을 하길 기원하면서, 최근 <한겨레>에 대한 성한표의 당부를 인용한다. “<한겨레>가 지켜야 할 초심은 무엇인가? 도덕성과 독립성이다. <한겨레>는 창간 당시 윤리강령을 채택하고, 언론계의 고질적 관행이었던 촌지 거부를 선언했다. 독립이라고 말할 때,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은 물론이고, 기자와 편집자의 무식과 게으름에서부터 언론 및 기자가 누리는 ‘권력’에 안주하는 타성, 신문사 내부의 비민주적이고 반지성적인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지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장애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표지이야기] 푸껫 귀신 이야기 …30 쓰나미가 휩쓸고 간 푸껫에 희생자들의 귀신이 출몰하고 있다. 목격자들을 찾아다니며 공포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는다. 가족과 얼마 안 되는 재산마저 잃어버린 푸껫 주민들의 공포가 귀신을 더욱 활개치게 한다.
[도전인터뷰] “우리는 안티 정연주 아니다” …24현재 대립구도는 상업방송형 자본 논리로 경영 위기를 일시적으로 돌파하려는 경영진과 공영성 강화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노조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직종간 갈등으로 단순화하고, ‘친 정(연주)-반 정(연주)의 대립’으로 모는…
[특집] 청소년들 약물치료에 취한다…62정신장애 진료를 받는 청소년들 중 많은 수가 약물 치료를 받는다. <한겨레21>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서도 최근 원외처방 약품비가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살 충동, 건강 악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사람과 사회] “한국 한센인에게 사죄드린다”…84일본 변호사 도쿠다 야스유키씨는 자신을 “평범한 시골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2001년 일본 총리를 한센인들 앞에 무릎 꿇린 ‘구마모토 판결’을 이끌어낸 당사자다. 한 걸음 나아가 그는 한국 한센인을 위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초점] 대통령 한겨레 발전기금 지상논쟁…21 노무현 대통령이 ‘한겨레 발전기금’ 1천만원 기탁 의사를 밝힌 뒤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공무원의 사생활을 존중하자는 박노자 교수와 독립언론의 ‘촌지 거부’ 원칙을 지키자는 임현우씨의 찬반 논쟁을 실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김병기, 비위 폭로에 ‘적반하장’ 맞대응…당내 “원내대표 영이 서겠나”

특검, ‘김건희 금품 사건’ 일괄 기소 방침…‘검찰 무혐의’ 디올백 포함

미국 서부에 ‘대기천’ 폭풍 강타…LA 주민 6백만명 대피령

믿고 샀는데 수도꼭지 ‘펑’…쿠팡 책임 없다는 ‘판매자로켓’에 소비자 끙끙

홍준표, 통일교 특검 두고 “국힘 정당 해산 사유 하나 추가될 뿐”

김병기, ‘보라매병원 진료 특혜’ 정황까지 나와도 반성커녕 제보자 역공
![이 대통령 지지율 59%…민주 41%, 국힘 20% [NBS] 이 대통령 지지율 59%…민주 41%, 국힘 20% [NBS]](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5/53_17666311602293_20251225500883.jpg)
이 대통령 지지율 59%…민주 41%, 국힘 20% [NBS]

12월 26일 한겨레 그림판

대중음악평론가 김영대 별세…향년 48

한동훈, ‘한때 친한’ 장동혁에 “함께 싸우고 지키자”…반응은 ‘썰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