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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과 한반도] 외국인 투자자, 안 떠난다

등록 2004-06-24 00:00 수정 2020-05-03 04:23

한국경제 위축설 근거 약해… 미군 공백 메울 국방비도 정부 감당 가능한 범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주한미군의 감축은 우리 경제에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한 남한 내 군사력의 약화를 메우기 위해 국방비의 증액이 불가피해지고 그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주한미군의 감축은 또 여러 경제주체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키워, 그것이 간접적으로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전경련식 계산으로도 연 1조원 안 넘어

주한미군 감축의 경제적 악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연구자료가 없다. 다만 주한미군의 주둔이 주는 경제적 효과를 따져봄으로써 이를 역으로 추산해볼 수 있을 뿐이다. 지난해 10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낸 ‘이라크 파병의 경제적 효과’란 보고서는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우리 군의 장비 대체비용으로 23조원이 든다고 보고 이를 7~8년에 걸쳐 대체해나간다면 연간 3조3천억원의 국방비가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의 손실을 상당 부분 재정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국방비 지출 여력이 높지 않고, 이런 사정을 감안할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3.57%(연간 3조3천억원 증액한 경우)의 국방비 지출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과장이다. 국방예산의 이같은 증가는 사회복지 등 증액이 필요한 분야의 예산을 크게 제약하겠지만,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특히 주한미군은 전면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3분의 1가량의 병력을 감축할 뿐이다. 잔류 주한미군이 필수적인 장비를 그대로 갖고 있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한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추가 예산은 전경련식으로 계산할 경우 연간 1조원을 넘지 않는다.

주한미군 감축이 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이 된다는 근거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의 자주국방 비용 추산이다. 국방연구원은 자주국방과 선진국형 첨단기술군을 실현하려면 향후 20년간 209조원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연간으로 쳐도 10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자주국방과 첨단기술군 실현에 필요한 비용을 뜻하는 것이지, 주한미군의 감축으로 인한 전력대체 비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한 가장 큰 우려는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장사 주식의 40%를 넘게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이 간접 투자자들이다. 저축률에 비해 투자율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이들 간접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별로 없지만, 어쨌든 이들이 갑작스레 빠져나가면 금융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2000년 유사시에 우리나라를 빠져나갈 외국인 자금이 562억달러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감축이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디스도 “분쟁 가능성 낮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지난 6월11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한 단계 올렸다. 무디스는 “최근 미국 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발표는 한국과 미국 군사력의 심각한 약화나 양국의 군사적 정치적 동맹 관계의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북한 핵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한국, 일본이 공동으로 추구하고 있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한반도에서 분쟁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한미군 감축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는 주장이 별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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