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경을 가다 9회- 키프로스]
강대국의 제물이 된 키프로스 분단의 역사… 영국 식민지배 끝나자 1974년 터키가 북쪽 점령
니코시아(키프로스)=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지중해 연안의 작은 섬 키프로스는 군사전략적 가치로 말미암아 언제나 강대국의 점령지가 돼왔다.
오토만 터키 제국에서 독립한 뒤에도 바로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1959년까지 압제에 시달렸다. 1960년에 독립했으나 영국의 군사기지는 계속 남았고, 이는 정치적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1974년 6월 미국의 군사기지 건설 제안을 반대하고 영국의 군사기지를 철수하려던 마카리오스 정부가 쿠데타로 무너지자, 터키는 소수민족인 터키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1974년 7월20일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여 약 40%의 섬을 차지했다. 터키군의 침공으로 키프로스 그리스인 3천명이 죽고, 1700여명이 의문의 실종을 당했으며, 20여만명이 피난민으로 흩어졌다. 이후 키프로스는 터키가 지배하는 북키프로스와 그리스인이 대부분인 남키프로스로 분단된 채, 30년간 군사적 대립 상태가 지속돼왔다.

북키프로스 정권 교체로 통일 논의
미국은 터키의 인주릭에 군사기지를 얻고 영국은 기존의 군사기지를 영구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터키의 침공을 배후에서 지원했다고 대다수의 키프로스인들은 믿고 있다. 특히 키프로스 사태는 헨리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터키가 키프로스를 침공해 북쪽을 점령한 뒤, 미국은 터키에서 인주릭의 군사기지를 얻었고 영국군 기지는 지금도 키프로스에 남아 있다. 북키프로스에는 4만명의 터키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는 늘 남북 키프로스 회담의 뜨거운 현안이었다. 1974년 이후 터키 점령지역인 북키프로스에서는 지금까지 터키만이 공식국가로 인정받고 있고, 유엔은 키프로스에서 하나의 정부만을 인정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키프로스는 군사·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터키에 완전히 의존하게 됐다. 그리고 터키 당국은 북키프로스를 터키화하기 위해 터키 본토에서 7만명의 터키인들을 이곳으로 이주시켰다.
유엔이 키프로스 통일에 개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에 열린 밀레니엄 정상회담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 키프로스 정상들에게 통일을 위해 유엔에서 중재를 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그간 유엔의 중재 아래 남북 키프로스는 수차례의 회담을 열어 조율을 해왔다. 또 양쪽의 배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리스 정부와 터키 정부와도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쳤다. 아난의 계획(Annan Plan)을 국민투표에까지 부칠 수 있었던 것은 북키프로스에서 권력의 변화가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30년간 지속된 뎅크타시의 철권통치 아래서는 감히 투표를 생각할 수도 없었으나 지난해 12월 야당이 권력을 잡으면서 북키프로스의 정치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또 뎅크타시 대통령과 사이가 벌어진 터키 정부쪽에서도 국민투표를 통해 뎅크타시 세력을 제거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었다.
유럽연합 가입이 통일의 변수
아난 통일안의 요지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 연방정부 아래에 두개의 지역정부를 둔다는 것이다. 이들 두 정부는 같은 정치적 권리를 갖고, 같은 수의 연방정부 공무원을 둘 수 있다. 북키프로스의 터키 지역에서 현재 차지하고 있는 영토의 37%를 29%까지 축소해 8%의 땅을 남키프로스의 그리스인들에게 반환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현재 4만명의 터키군 규모를 6천명으로 당장 축소하고, 그리스쪽은 2011년까지 6천명, 2018년까지 1600명으로 축소한다.
키프로스 그리스인들이 아난 통일안을 거부한 이유는 남키프로스가 유럽연합에 가입한다는 명백한 사실 때문이다. 난민들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아난의 제안에 따르면 난민들은 출신 지역에 따라 토지와 재산의 반환 내용이 다르다. 귀향해서 정착할 수 없는 키레니아 출신 난민들은 모두 반대표를 던진 반면, 귀향해서 재산과 토지를 돌려받을 수 있는 파마구스타 출신 난민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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