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철회 위한 시민연대 총력전… 정치권 변화와 각국 철수 속에 “지금이 마지막 기회”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우리 군인들이 이라크에서 누추하게 빠져나오느니 아예 들어가지 않는 게 합당하다. 전쟁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돌이킬 수 없는 그릇된 선택을 막기 위해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민주노동당 등 37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모인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파병반대 국민행동) 관계자의 말이다. 이라크 추가 파병을 반대하는 쪽은 총선 이후의 정국 변화와 이라크에 파병했던 나라들이 줄줄이 철수하는 지금을 파병 철회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의원들 설득하고 국방부 견제한다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4월21일 확대운영위원회를 열어 파병 철회 사업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총선 이전에는 탄핵 사태에 시민사회가 총력을 집중해 대처했던 것처럼 총선 이후 최대의 현안으로 삼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제17대 국회가 열리기 전인 5월까지 정치권을 설득하고 여론에 호소할 계획이다. 총선 이후의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해서 집회나 시위 방식보다는 토론회, 파병 결정 과정 감사 청구, 제17대 의원 당선자 면담, 각계각층 릴레이 비상시국선언 운동 등을 벌일 방침이다.
먼저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국방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국방부가 충분한 현지 조사나 국민여론의 수렴도 없이 추가 파병을 서두르다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았다. 파병 예정 지역이 왔다갔다 하는 등 국방부는 파병 결정과 추진 과정에서 신뢰를 잃었다.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온 허위 보고, 정보 왜곡, 파병 기정사실화를 위한 변칙적인 시도 등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청구는 국방부가 시간에 쫓겨 ‘묻지마 파병’을 강행한다면서 이를 경고하고 견제하는 의미이다.
제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개혁 성향의 당선자들을 만나고 각 당별 당선자 토론회를 여는 등 파병 반대 움직임을 묶을 계획이다. 파병 방침을 굽히지 않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파병 당론의 철회를 요구하고 새로 소집되는 제17대 국회가 파병 철회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는 범국민 청원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총선에 묻혀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파병 철회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 각계각층 1만인 비상시국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원로, 시민사회운동 지도자, 노동자와 농민, 정치인, 경제인, 문화예술인 등 각계 전문가와 종교계, 지식인, 청년학생, 여성 등이 연달아 평화·파병철회 선언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각계각층 릴레이 성명 발표는 2002년 대선 때와 올 총선 때 노무현 후보와 민주노동당이 활용했던 방법이다.
“파병 논리는 ‘평화 재건’ 아닌가”
1만인 시국선언 발기인인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는 “지난해 추가 파병을 결정했을 때의 파병 논리는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우리 군대는 이라크 사람들과 전투를 벌이는 게 아니라 이라크 사람들을 도와 평화 재건을 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이런 주장의 전제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우리 군대가 파병이 되면 이라크 저항세력과 교전이 불가피하다. 전투로 양쪽이 죽거나 다치면 이라크와 우리의 정치적 충돌로 이어질 것이고, 국가 이익에 심각한 손상이 예상된다. 파병 결정 과정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이제라도 파병 결정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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