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17일 충북 충주시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에서 유기견이 입양자를 선택하는 입양 교감 행사가 열리고 있다.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동물을 정식으로 입양하기 전에 최대 10일간 입양 희망자가 가정에서 보호동물과 함께 생활해본 뒤 최종 입양을 결정하는 ‘예비입양제도’가 2026년 9월1일부터 시행 중이다. 연합뉴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갑작스럽게 도입된 제도.’
동물보호센터(이하 보호센터)가 보호 중인 개와 고양이 등을 입양하기 전에 가정에서 함께 생활해보고 입양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입양제’를 두고 동물권·동물보호단체들이 보인 반응이다. 제도 시행 한 달이 넘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보호센터 동물이 안정적으로 새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정식 입양 전 최대 10일간 함께 지낸 뒤 최종 입양을 결정하는 ‘예비입양제도’를 도입해 2026년 9월6일부터 시행했다. 보호센터에서 짧게 만나는 것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성격과 행동 특성, 기존 반려동물이나 가족과의 적응 여부를 미리 살피고, 충동적인 입양으로 인한 파양이나 재유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예비입양은 희망자당 1년에 3마리로 제한된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면서 유실·유기되는 동물이 매년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2025년 기준 입양률은 26%에 그쳤지만 자연사·안락사 비율은 43%에 달할 정도로 열악한 실정이다. 예비입양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하지만 동물권·동물보호 단체들은 해당 제도가 철저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시행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한 64개 동물보호단체는 공동 논평(9월9일)을 통해 “10일간 동물을 데려갔다가 조건 없이 반환할 수 있게 한다면, 이 제도는 동물의 입양 적응을 돕기보다 단순한 ‘입양 체험’으로 변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환경보건위원회도 성명(9월4일)을 내어 “보호동물이 다시 보호소로 반환될 경우 불안과 스트레스 등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예비입양제 도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언론을 통해서도 “보호동물이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는 제도 아니냐” “예비입양 기간에 보호센터의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아니냐” 등의 지적이 나왔다.
반발이 커지자 농식품부는 동물권·동물보호 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뒤늦은 의견 수렴에 나서 9월 말 보완책을 마련했다. 동일한 보호동물의 예비입양은 원칙적으로 1회로 제한하되, 동물보호센터장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횟수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예비입양 단계부터 개체 식별을 위해 내장형 등록 칩이나 인식 목걸이를 활용하게 했으며, 예비입양 기간 중 최소 1회 이상 보호센터의 양육 상태 확인을 의무화했다.
그런데도 문제점 지적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우선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 제19조의2 제2항에서 “희망자가 신청하면 보호센터가 예비입양을 해야 한다”고 의무화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동물마다 성격과 사회화 정도, 환경 적응 시간이 다 다른 만큼 무조건 신청을 허용하기보다 보호센터가 책임감 있는 입양 가능 여부를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동물보호단체나 개인 간 입양도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김현지 동물권행동 카라 사무처장은 “누리집에서 구조동물 정보를 확인한 희망자의 1차 온라인 신청서를 받은 뒤, 2차 대면 면담으로 경제적 여건과 가족 동의 여부 등을 점검한다”며 “예비입양제 역시 보호센터가 희망자의 양육 의지와 조건 등을 파악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희 민변 환경보건위원회 변호사는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는 약 2주간의 예비입양에 앞서 가족 구성원을 인터뷰하고 양육 환경을 살핀다. 또 가족 동의서와 주거 평면도 등을 제출받아 심사한다”고 말했다. 국내 예비입양제도 역시 더 엄격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비입양 동안 보호센터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입양 초기에 동물이 배변 실수 등 불안 행동을 보이는 것은 적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파양되지 않도록 보호자가 동물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조언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 이상이 발생한 동물의 치료 지원을 포함해 사람과 동물 모두를 고려한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수도꼭지가 열린 상황에서 넘치는 물만 닦아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전국 대부분의 보호센터는 포화상태다. 한 해 구조되는 동물이 11만 마리가 넘지만, 전국의 보호센터가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2만 마리(17.4%)에 그친다.(2025년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
김도희 변호사는 “동물생산업의 규모를 줄이고 펫숍을 규제해 보호센터에서만 동물을 입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년 2월 농식품부 발표를 보면, 반려동물 입양 경로는 지인을 통한 분양(유료·무료)이 46%로 가장 높았고 펫숍에서의 구매가 28.7%로 뒤를 이었다.
김현지 사무처장은 “한쪽에서는 동물을 대량생산·유통·매매하고 다른 쪽에서는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사고파는 구조가 근절돼야 입양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동물보호단체 의견을 수렴해 예비입양제 관련 세부 운영 매뉴얼을 준비 중이다. 농식품부 개식용종식추진단 관계자는 한겨레21에 “초안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을 듣는 중이다.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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