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직장 내 괴롭힘” 외치니 보복, 조선뉴스프레스의 ‘뒤끝’

‘여성조선’ 편집장 ‘직괴’ 신고 후 기자직 뺏긴 김지우씨… “피해자 지위 인정해놓고, 부당 전보로 ‘2차 가해’”
등록 2026-04-02 18:29 수정 2026-04-06 11:39
2022년 12월 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뉴스프레스 기자로 입사한 김지우씨는 ‘여성조선’ 편집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2024년 11월 이후 기자 업무와 무관한 ‘미디어사업부 디지털사업팀’과 ‘판매부 독자팀’ 발령을 받았다. 김지우 제공

2022년 12월 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뉴스프레스 기자로 입사한 김지우씨는 ‘여성조선’ 편집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2024년 11월 이후 기자 업무와 무관한 ‘미디어사업부 디지털사업팀’과 ‘판매부 독자팀’ 발령을 받았다. 김지우 제공


김지우(42·가명)씨는 2024년 12월20일 오전 9시께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집에서 호흡곤란에 시달리다 쓰러졌다. 회사 편집장의 괴롭힘을 신고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화장실 바닥이 ‘쿵’ 하고 울린 뒤 김씨의 어머니는 뒤늦게 쓰러진 딸을 보고 놀라 119에 신고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김씨는 입구 앞에서 다시 한번 실신했다. 그는 조선일보의 자회사인 조선뉴스프레스 소속 기자였다. 조선뉴스프레스는 월간조선, 주간조선, 여성조선 등 잡지를 만드는 조선일보사의 자회사로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주간지 케이(K)-공감의 제작 대행사다.

김씨는 실신으로 인한 응급실행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른 스트레스가 누적된 결과라고 본다. 실신 전 사내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토로했지만, 가해자인 편집장 ㄱ씨와의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불안함이 극에 달한 시기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ㄱ씨의 권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22년 12월1일 ‘온라인마케팅 기자’로 입사한 직후부터 매출 압박에 시달렸다. 조선뉴스프레스 내 여성조선부 소속으로 기사를 쓰며 신사업 발굴 임무까지 도맡았는데, ㄱ씨가 ‘정규직 전환’을 들먹이며 노골적으로 영업을 강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ㄱ씨는 김씨에게 “이렇게 하면 재계약이 안 된다. 분명히 이야기한다. 재계약 못한다” “유가로 계산서를 끊어서 (2023년) 11월 전에 1천만원이든 2천만원이든 벌어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거야. 그러면 네가 나가든지” 등과 같은 폭언을 했다. 1년을 버텨 정규직이 된 김씨는 업무 과중에 따른 공황장애를 호소했지만, 공개 장소에서 고성과 면박이 돌아왔다. 결국 2024년 11월 ㄱ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고, 회사는 ‘감봉’ 징계를 내려 사실상 ㄱ씨의 괴롭힘을 인정했다. 2025년 1월 ㄱ씨는 편집장직을 유지했고 김씨는 미디어사업부로 이동했는데, 이때 회사는 정규직 김씨에게 ‘근무 부서: 미디어사업부 디지털사업팀’이라고 적힌 새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김씨는 이 순간을 “2차 가해의 시작이었다”고 돌아봤다.

 

스트레스에 실신, 결국 ‘응급실행’

 

“새로운 부서에서 더 큰 성장의 계기가 되길 응원하겠습니다.”

2026년 1월30일 김씨가 조선뉴스프레스 총무부장 박아무개씨로부터 받은 전자우편이다. 사흘 전 “2026년 근로계약서에 아직 서명하지 않았고, 이번 발령으로 변경된 직무 내용 및 근무지에 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한 사실이 없다”며 ‘판매부 독자팀’(독자팀) 발령에 항의하자 회사로부터 받은 답신이었다. 회사는 2025년 1월부터 미디어사업부 디지털사업팀에서 근무했던 김씨를 2026년 1월23일 독자팀으로 보냈다. 그러면서 이전과 같이 인사 발령일에 ‘근무 부서: 판매부 독자팀’이라고 적시된 또 다른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미디어사업부 디지털사업팀’에 이어 또다시 ‘기자직’이 아닌 ‘업무직’으로 발령을 낸 것이다. 김씨는 두 번째 새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김씨가 서명을 거부한 이유는 독자팀 발령이 기자 경력을 결딴내는 조처였기 때문이다. 독자팀 발령 이틀 전 김씨는 총무부장 박씨와 한 면담에서 “판매부만은 가고 싶지 않다. 제발 다시 생각해봐달라. 이곳으로 가면 기자로서 커리어는 끝난다”고 사정했다. 기자직 유지를 조건으로 회사에 콘텐츠 사업안을 전달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4년 11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뒤 ‘미디어사업부 디지털사업팀’으로 발령받았을 당시에도 업무직으로 일했지만, 그간 조선뉴스프레스 고객사의 사보 제작에 필요한 취재 및 기사 작성 활동을 보장받았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가해자인 ㄱ씨와 ‘한 부서에 있을 수 없다’는 판단도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독자팀으로 가면, 회사와 동떨어진 별도 사무실에서 독자 민원 응대와 구독료 독촉 등 새로운 업무를 해야만 했다.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과도 완전히 멀어진다.

 

조선뉴스프레스 판매부 독자팀 사무실 모습. 김지우 제공.

조선뉴스프레스 판매부 독자팀 사무실 모습. 김지우 제공.


독자관리 업무로 전보 조치

 

기자직에게 업무직인 독자팀 발령은 이례적이다. 오랜 기간 조선뉴스프레스에 몸담았던 전직 기자 ㄴ씨는 “과거 한 월간조선 기자가 김씨와 비슷한 처분을 받았다.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자팀으로 발령 냈는데, 기자 입장에서는 권고사직”이라며 “기자인데 기자 업무를 주지 않고 다른 일을 시켜서 그분은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뉴스프레스 소속 직원 ㄷ씨는 “언제든 내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부서 내 인력을 줄이는 차원에서 회사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았다고 본다”고 했다. ㄷ씨는 “인사이동을 여러 번 했지만 그때마다 근로계약서를 따로 쓰진 않았다. 다른 분들 역시 근로계약서를 따로 쓴 적은 없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단체협약이 정한 절차에 따라 총무부에 독자팀 발령을 항의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조선뉴스프레스 단체협약은 ‘회사 인사 결정에 이의가 있을 때는 3일 이내 서면으로 이의신청할 수 있고 회사는 재심의해 7일 내 재심의 결정을 서면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김씨는 총무부로부터 “응원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게 전부였다. 회사는 김씨가 새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음에도 독자팀으로 보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취한 일련의 조처를 인지하고도 묵살했다. 조선뉴스프레스 노조위원장 하아무개씨는 “독자팀 발령을 두고 사 쪽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 발령 전 면담 당시 전달된 문제 제기 및 우려에 대해 노조 차원의 별도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2026년 2월24일 이의제기 사실 인지 뒤에도 별도의 검토 또는 대응이 없었다”고 김씨에게 통보했다. 독자팀에서 일하려면 근무지를 옮겨야 하기에, 단체협약상 회사는 김씨의 근무조건을 놓고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하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조합원 ㄹ씨는 “노조위원장이 ‘이번 인사 발령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사안을 방어적으로 대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어쨌든 징계가 내려졌지만, 김씨의 독자팀 발령은 많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하 노조위원장은 한겨레21의 취재를 거부했다.

 

2026년 1월23일부터 조선뉴스프레스 판매부 독자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지우씨의 컴퓨터 모니터에 고객응대 관한 업무 내용을 적은 포스트잇이 여러 개 붙어 있다. 김지우 제공

2026년 1월23일부터 조선뉴스프레스 판매부 독자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지우씨의 컴퓨터 모니터에 고객응대 관한 업무 내용을 적은 포스트잇이 여러 개 붙어 있다. 김지우 제공


회사 “김씨는 기자 아니다”

 

김씨가 2026년 1월29일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불리한 처우 등)으로 진정을 넣으면서 ‘기자직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됐다. 회사는 ‘김씨는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독자팀 발령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세워 노동청 조사에 대비했다. 김씨의 경력증명서 발급 요청을 거부하는 한편, 근로감독관과의 대질신문에서는 “여성조선 취재 기자가 아니고 취재 업무를 하지 않았다” “작성한 기사도 교정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갔고, 다른 기사를 그대로 베끼다시피 해서 올렸다” 등의 주장을 했다. 이에 맞서 김씨는 그간 작성해온 기사와 동료들의 진술서 및 기자직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서류(근로계약서 등)를 노동청에 제출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기자직 입증 여부를 떠나 조선뉴스프레스의 인사 발령이 부당 전보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유은수 노무사는 “계약서를 새로 쓰는 것은 당사자 간 합의만 있으면 되지만, 실제 업무가 기자인 상태에서 다른 업무를 맡기게 되면 부당 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니 정당한 전보라는 근거를 만들고자 근로계약서부터 새로 작성한 것이라 보인다”며 “두 번의 전보를 거쳐 독자 전화를 받는 업무로 옮겨졌다면 기자 입장에서 부당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는 “노동자 입장에서 인사 발령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2차 가해임을 입증하기란 매우 힘들다. 인과 관계를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회사는 오만가지 핑곗거리가 다 마련돼 있다”며 “기자냐 아니냐는 (김씨가) 그동안 해왔던 일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장기간 기자로 일해왔다면 노동청은 직무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다. 인사 발령 무효 신청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직 입증 여부가 쟁점

 

김씨 사례는 언론계에 암암리에 퍼진 고질적인 폐단이다. 취재와 기사 작성을 미끼로 기자 명함을 발급해준 뒤 실제로는 광고나 협찬 등 매출을 압박한다. 이때 문제가 생기거나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효용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하면 “정식 기자가 아니다”라고 발뺌하며 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긴다. 조선뉴스프레스처럼 인사상 불이익을 줘서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런 고질적인 폐단이 결국 기자의 명예와 평판을 추락시키고, 언론의 존재 이유이자 핵심 가치인 ‘신뢰’를 갉아먹어 대중의 불신을 초래한다. 이는 곧 모든 언론사의 취재 환경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회사가 애초부터 (김씨를) 기자직으로 채용한 다음, 매출로 압박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잡지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기자들에게 매출을 압박하는 관행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다”며 “기자들의 광고 영업이나 협찬 동원은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특정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뉴스프레스는 김씨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놓고 한겨레21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조선뉴스프레스는 “해당 사안은 고용노동청에 진정이 접수돼 조사 및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관련 자료는 노동청에 충분히 제출된 상황이며, 결과가 나오면 여기에 따른 추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