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전쟁은 작은 불씨에서”… 윤석열 이은 민간인의 무모한 도발

책 ‘돌아오지 않은 무인기’ 쓴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등록 2026-01-29 20:39 수정 2026-01-31 11:07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6년 1월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6년 1월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25년 9월과 2026년 1월4일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

북한이 2026년 1월10일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다. 북한이 지목한 날짜에 우리 군이 무인기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발표한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진상규명 지시로 군경 합동조사단을 구성한 다음 오아무개씨와 장아무개씨, 김아무개씨 등 민간인 3명을 앞의 ‘무인기 사건’ 피의자로 형사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2년 전 악몽을 상기시킨다.

2024년 초여름에 돌입한 6월3일 오후 3시. 경기도 포천의 육군 사단 내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 본부는 근무복을 입은 군인들이 저마다 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드론사는 합동참모본부(합참) 지휘를 받는 7개 합동부대 중 하나로, 전군(육·해·공군, 해병대)이 함께 근무하는 곳이다.

허겁지겁 본부로 들어온 드론사 소속 ‘윤영수 소령’은 땀을 연신 닦으며 정보작전처에 딸린 회의실로 뛰어갔다. 정보작전처장(정작처장), 작전과장, 공역장교, 표적장교가 앉아 있었다. 윤 소령이 들어오자 정작처장이 문을 잠갔다. 잠시 그대로 서 있던 정작처장이 천천히 몸을 돌려 참석자들을 한 명씩 번갈아 바라봤다. 그가 입을 열었다.

“방금 사령관님을 뵙고 왔다. V(대통령을 가리키는 브이아이피(VIP)를 뜻함)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진행해야 한다. 우리는 곧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다. 평양의 효과적인 표적 16개를 선정하라.”

북한 공격 유도했던 비상계엄 악몽

이 내용은 책 ‘돌아오지 않은 무인기’(부승찬·이규정 지음, 해요미디어 펴냄)에 실린 이야기다. 이후 ‘평양 무인기 작전’은 드론사가 소형 정찰무인기 18대를 2024년 10월3일~11월19일 10회에 걸쳐 북한에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북 전단을 실은 전단통이 달린 무인기에 입력된 웨이포인트(중간지점)에는 평양 시내에 있는 국방성, 총참모부, 만수대의사당(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장소), 노동당 청사뿐만 아니라 김일성광장, 주체사상탑, 김일성·김정일 동상, 김일성종합대학 등이 포함돼 있었다. 전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이 2024년 10월18일 오후 2시께 휴대전화에 작성한 메모상의 표현을 빌리자면 “체면이 손상되어 (북한이)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깃팅”의 범주에 속한다.

조은석 특별검사(특검)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 등이 북한 공격을 유도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명분, 즉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만들기 위해 평양 무인기 작전을 감행했다고 보고 윤석열과 김용현, 여인형에게 외환(외적의 침입으로 인한 재앙)의 죄를, 당시 드론사령관인 김용대에게 군기(군사기밀)누설죄 등을 적용해 2025년 11월10일 기소했다. 재판은 첫 공판기일인 2026년 1월12일을 기점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특검 수사와 기소 전에 드론사와 합참 소속 군인의 제보 등을 바탕으로 평양 무인기 작전의 실체를 언론에 알리고, 이를 책 ‘돌아오지 않은 무인기’로 정리해 대중에게 공개한 인물이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를 보좌하는 이규정 선임비서관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부승찬 의원은 “윤석열이 평양 무인기 작전을 통해 외환 유치의 문턱을 낮췄고, 몇몇 민간인이 낮아진 그 문턱을 넘어 또 다른 ‘북풍’을 기도하는 시대가 열린 것 같다”고 우려했다. ‘북풍’은 북한의 도발이나 위협을 인위적으로 활용하거나 고조시켜 선거 등 우리나라의 주요 정치 국면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 또는 그로 인한 파급 효과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부 의원을 1월23일 국회에서 만났다.

2024년 10월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 행사에서 윤석열(앞줄 오른쪽)이 당시 국방부 장관 김용현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4년 10월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 행사에서 윤석열(앞줄 오른쪽)이 당시 국방부 장관 김용현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평양 무인기 작전, 정전협정 위반에 지휘체계 붕괴

―평양 무인기 작전은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 안보를 지탱하는 주요 축인 유엔사(유엔군사령부) 정전관리체계와 연합사(한미연합군사령부) 지휘관리체계, 그리고 평시 작전지휘체계를 모두 무너뜨린 사건이다. 먼저 유엔사는 정전협정 이행을 감시한다. 도발이나 군사적 충돌 상황 등 정전협정 위반 행위가 발생하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조사에 나선다. 유엔사는 이미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일과 그 뒤에 우리 군이 정찰무인기 4대를 북한에 보낸 일 모두를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2023년 1월에 발표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윤석열의 2024년 평양 무인기 작전도 정전협정 위반 행위다. 다음으로, 한-미 양국은 한반도 전쟁 억제를 위해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연합사에 6개 분야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을 부여했다. ‘한-미 연합 위기관리’가 여기에 포함되는데, 북한 무인기 작전은 평양 한복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북한의 대규모 반격 가능성 같은 영향 평가와 관리가 충분히 있어야 했다. 그게 이뤄지지 않았다.”

―평시 작전지휘체계를 무너뜨렸다는 말뜻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기구가 합참인데, 평양 무인기 작전이 합참을 거치지 않고 실시됐다. 합참은 2024년 5월1일부터 그해 12월3일까지 드론사만을 상대로 하달한 작전명령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대의 주장대로 평양 무인기 작전이 (2024년 5월28일부터 그해 11월30일까지 이어진) 북한 오물풍선 부양에 따른 대응책이었다면 합참을 필두로 하는 정상적인 작전지휘체계를 따라야 했다. 그게 없었다. 김용현은 윤석열의 승인 아래 평양 무인기 작전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실행을 지시했다. 그런데 당시 합참의장 김명수는 2024년 6월부터 11월까지 무려 5개월간 아무것도 몰랐다고 주장한다. 드론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합참의장인 그에게 있는데도 말이다.”

김용대는 2025년 7월18일 특검 조사를 마치고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를 나오는 길에 취재진에게 다음과 같이 밝혔다. “비상계엄과 우리 작전 간에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과거에)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는데 실제 포탄이 날아다녔어도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연평해전을 봐도 알겠지만, (남북 간에) 서로 무력 충돌이 있었다. 그렇게 해도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이걸로 작전을 몇 번 했다고 (북한) 도발 유도다? (특검이) 너무 크게 프레임을 가지고 가는 것 같다.”

“야전사령관이 국민 생명 담보로 위험 행위”

―김용대의 발언을 어떻게 보나.

윤석열과 김용현이 원한 건 헤드라인 한 줄이었을 것이다. 평양 무인기 작전 이후 ‘휴전선 일대에서 남북 간 교전이 발생했다’, 이 한 줄. 이로 인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할 때 과연 국회의원들이 12·3 내란 때처럼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할 수 있을까? 시민들이 계엄군 진입을 막기 위해 국회로 달려올까? 이런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 본인이 야전사령관으로서 실행한 작전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같은 관점에서 민간인들이 북한에 무인기를 띄운 사건을 바라본다면.

“민간인이 보낸 무인기를 북한이 우리 군이 보낸 무인기와 같은 위협으로 인식하고 군사작전으로 대응한다면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돼서 전쟁으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전쟁은 작은 불씨에서 시작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1월20일 국무회의에서) 민간인이 무인기를 제작해 북한으로 날려 보낸 사건을 두고 ‘전쟁 개시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하지 않았나. 맞는 말씀이다. 민간인들의 무인기 북파 사건은 윤석열 정권의 평양 무인기 작전의 연장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무인기를 정부 승인 없이 비행제한공역을 거쳐 북한에 보낸 항공안전법 위반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한 사건이다.”

북한이 ‘2025년 9월과 2026년 1월4일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2026년 1월10일 밝혔다. 왼쪽 사진은 북한이 개성시 장풍군에 추락했다고 밝힌 한국 무인기이고, 오른쪽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한국 무인기의 비행경로다. 연합뉴스

북한이 ‘2025년 9월과 2026년 1월4일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2026년 1월10일 밝혔다. 왼쪽 사진은 북한이 개성시 장풍군에 추락했다고 밝힌 한국 무인기이고, 오른쪽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한국 무인기의 비행경로다. 연합뉴스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낸 민간인들에게 항공안전법 위반죄 외에 또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

“군경 합동조사단이 1월21일 피의자들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가면서 촬영한 영상이 저장돼 있고 그 영상 안에 우리 군사기지와 군사시설이 찍혔다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죄를 적용할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 군사기지와 군사시설을 찍은 영상 장비를 북한이 가지고 있다면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행위를 처벌하는 일반이적죄 적용까지도 검토해볼 수 있겠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북한을 ‘외국’이 아닌 ‘반국가단체’로 판단해왔지만, 대법원이 간첩죄 사건에서 북한을 ‘적국’으로 판단한 것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도 북한을 외국으로 볼 여지가 있다. 물론 수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내용이라 예단할 순 없다.”

일반이적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다. 윤석열과 김용현, 여인형에게 적용된 외환죄도 일반이적죄다.

군 기관이 안보 위태롭게 했다면 진상 규명해야

―‘민간인 무인기 북파 사건’ 피의자인 오아무개씨가 운영한 인터넷 언론사를 정보사령부(정보사)가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작(정보기관이 다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은밀히 수행하는 활동) 업무라고 봐야 한다. 정보사 같은 정보기관 입장에서는 대학생이든 유학생이든 간에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를 수집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언제든지 휴민트(인적 정보)로 포섭할 수 있다. 현재 정보사 소속 군인이 오씨에게 북한으로 무인기를 침투시키도록 지시한 인물로 지목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민간인들의 개인적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군 정보기관이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에 동조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