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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준현, 학폭 사과 거부하고 사과 처분 취소 소송 제기

KBO ‘고등학교 시절’이라 징계 미루고 키움 구단도 조치 없어…가해자 프로 진출 제약 없는 현실에 피해자 아버지 “방지법 필요”
등록 2026-01-29 20:22 수정 2026-01-30 09:34
박준현이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현이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폭력 가해자로 서면 사과 처분(1호)을 받은 키움 히어로즈의 신인 투수 박준현이 사과를 끝내 거부하자 시민단체가 ‘박준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폭 가해 사실로 교육청에서 낮은 수위(1~3호)의 징계를 받으면 졸업 직후 관련 기록이 삭제되고 프로 무대 진출에 제약이 없는 현실이 이번 사건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준현은 사실관계를 법정에서 다투고자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체육시민연대와 손솔 진보당 의원은 2026년 1월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폭 가해 이력이 불이익으로 작동하지 않는 현 프로스포츠 체제를 개선하고자 입법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박준현에 의한 학폭 피해자 정현수(가명)의 아버지와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광 변호사들도 참석했다.

키움 히어로즈 신인 투수 박준현의 학교폭력 피해자 정현수(가명)의 아버지(가운데)가 2026년 1월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박준현 방지법’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읽고 있다. 손솔 진보당 의원실 제공

키움 히어로즈 신인 투수 박준현의 학교폭력 피해자 정현수(가명)의 아버지(가운데)가 2026년 1월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박준현 방지법’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읽고 있다. 손솔 진보당 의원실 제공


피해 학생 “대화로 화해하려는데 행정소송”

 

충남 천안 북일고등학교 야구부에서 벌어진 한 학폭 사건이 교육계와 체육계를 넘어 국회까지 온 데는 가해자 박준현의 처신 때문이다. 충청남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2025년 12월8일 기존 충청남도천안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내린 ‘학폭 아님’ 처분을 뒤집고 학폭을 인정하면서 서면 사과 처분을 내렸다. 프로 입단 전부터 학폭 가해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박준현은 행심위 결정으로 2026년 1월8일까지 사과문을 북일고에 제출해야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박준현이 사과문을 내지 않은 이유는 행심위의 처분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1호 처분인 서면 사과와 2호(접촉·협박·보복 금지), 3호(학교 봉사) 처분은 가해자가 졸업하면 기록에서 지워진다. 이미 키움에 입단한 박준현을 실질적으로 징계할 권한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쥐고 있다. 그런데 KBO는 이번 사건이 고등학교 시절에 발생했기에 아마추어 야구 경기 단체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군과 아버지는 서면 사과 기한까지 대리인의 권유로 박준현 쪽과 접촉해 ‘진정 어린 사과를 전제로 사태를 수습하자’는 취지의 의사를 전한 바 있다. 박준현 쪽 역시 이에 응해 피해자와 가해자 대리인들이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박준현 쪽은 대외적으로는 “피해자 쪽과 만날 예정”이라는 입장을 알린 뒤 따로 ‘행심위의 학폭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제기했다.

정군의 아버지는 박준현 쪽에 건넨 마지막 조정 시도조차 불발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 문을 두드렸다. 정군 아버지는 기자회견에서 “만나서 대화를 나눈 뒤 화해하고 용서하려 했다. (앞에서는) ‘기다려달라’고 요청하면서 행심위 결정 뒤 70일 동안 아무런 말도 없다가 뒤에서는 12월 말에 행정소송을 진행했다”며 “제 가족과 대리인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을 기만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절대 사과하지 마라’ 가르침 준 프로구단

 

기자회견에서는 사태를 방관해온 체육계와 프로구단을 향해 쓴소리가 이어졌다.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체육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놓고 염치 불고하고 버티고 2차 가해를 저지르면서 피해자를 겁박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이런 상황이 젊은 선수인 박준현에게 ‘절대 사과하지 마라’라고 하는 잘못된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솔 진보당 의원과 체육시민연대, 법무법인 태광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학폭 징계의 맹점을 보완하고자 입법 간담회를 열고 ‘박준현 방지법’으로 이름 붙인 초·중등교육법, 학교폭력처벌법 등 관련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재헌 변호사(태광)는 “학폭 사건 발생 당시 학교의 피해자 보호 조치가 매우 허술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폭 조사 과정에서 방어권 보장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서면 사과 처분은 학생 선수가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법안 개정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가운데)과 체육시민연대, 법무법인 태광이 2026년 1월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박준현 방지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손솔 진보당 의원실 제공

손솔 진보당 의원(가운데)과 체육시민연대, 법무법인 태광이 2026년 1월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박준현 방지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손솔 진보당 의원실 제공


정군의 아버지는 기자회견장에서 처음 얼굴을 공개했다. 그는 “피해자로서 사건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너무 힘들고 외롭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왜 많은 이가 (학폭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숨기고 지나가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면서도 “학폭에 대한 명확한 규약을 만들고 (법과 제도를) 보완해서 모든 학생 선수에게 다시 한번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자신의 잘못도 모르고 반성하지 않는 박준현처럼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는 학생 선수가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현 “사실관계 명확히 하기 위해 행정소송”

 

그간 “떳떳하다”며 언론 인터뷰를 자제해온 박준현은 2026년 1월29일 구단을 통해 “행정심판 재결 뒤 ‘학교폭력 인정’이라는 표제하에 상대방의 일방적 주장이 확대재생산돼 과도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정확한 법적 판단을 구하기 위해 2025년 12월19일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접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준현은 행심위 결정에서 인정된 사실(‘ㅂㅅ’이라는 메시지 전송 및 ‘여미새’(여자에 미친 새×)라고 한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박준현은 “‘ㅂㅅ’ 메시지를 작성한 사실이 없으며 이 메시지는 2025년 5월 학교폭력 신고 당시 제출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학교 야구부의 따돌림을 주도하였다거나 지속적 괴롭힘을 하였다는 주장은 행정심판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며 “하지 않은 행동까지도 모두 인정하고 사과를 하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피해자 쪽 대리인과의 만남을 놓고선 “양쪽 대리인이 여러 차례 일정과 대화 범위를 조율했으나, 서로의 입장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당사자 간 대화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고 했다. 박준현 쪽은 “상대방 쪽은 막연히 전반적인 사과를 요청해왔을 뿐이며, 박준현 선수는 상대의 구체적인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사과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키움 구단은 법원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냈다. 키움은 “사법기관의 최종 판단과는 별개로, 소속 선수가 프로선수로서 요구되는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선수가 올바른 가치관과 성숙한 인성을 갖춘 프로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도와 관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소송 1심은 통상 6개월~1년 정도가 소요된다. 정현수 쪽 대리인은 박준현의 집행정지 신청 기각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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