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2025년 9월8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실에 입장해 자신의 자리에 앉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엘리베이터에서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만졌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가운데, 현장에 있던 인권위 직원이 자신과 안 위원장의 비서실장 등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직원인 ㄱ씨는 2025년 10월19일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안 위원장이 외투와 중절모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아마도 올해 초겨울이 아니었나 싶다”며 “(당시) 퇴근길 10여 명이 탄 엘리베이터 맨 뒤에 있던 안 위원장이 (손으로) 앞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고 밝혔다. ㄱ씨는 “안 위원장은 나를 포함한 직원들이 보고 있자 ‘이러면 안 되지요?’라고 멋쩍게 말했고, (내가) ‘네,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했다. ㄱ씨는 안 위원장의 돌발 행동에 “해당 여성 직원은 뒤를 돌아본 뒤, 위원장임을 알고서 웃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안 위원장 옆에 있던 심광진 인권위원장 비서실장도 이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심 실장은 한겨레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ㄱ씨는 2025년 7월29일 인권위 내부망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안 위원장이 엘리베이터에서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만졌다”고 처음 밝힌 인물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는 2025년 9월15일 이 사건을 포함해 인권위에 안 위원장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안 위원장은 최근 간리(GANHRI·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에 보내는 답변서에서 “(해당 제보가) 허위사실 또는 왜곡된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5년 7월30일 인권위 내부망에 이 일에 대해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해명한 것과 달리, 간리 답변서에서는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2025년 10월16일 상임위원회에서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적 없고, 말을 바꾼 사실도 없다”며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ㄱ씨는 “법정까지 가게 될 경우 증언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리 승인소위(SCA) 사무국은 2025년 10월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를 벌인다. 다음은 제보자 ㄱ씨와의 일문일답.

안창호 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에 대한 내부 제보가 쏟아지자 안 위원장이 2025년 7월30일 내부망에 올린 글. 이 문서는 인권위가 8월4일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것이다.
―안 위원장이 엘리베이터에서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만진 걸 목격한 날은 언제였나. 또 인권위를 오가는 3대의 엘리베이터 중 무엇이었나.
“위원장이 외투와 중절모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아마도 올해 초겨울이 아니었나 싶다. 승강기 안에서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어느 승강기였는지는 기억이 없다.”
―어느 시간대였나. 또 엘리베이터엔 몇 명이나 탔나.
“퇴근길이었고, 15층에서 위원장이 타고 내려왔기 때문에 맨 뒤 가운데에 위원장이 있었다. 그 옆에 비서실장(심광진)이 있었으며, 각 층을 내려오면서 직원들이 차근차근 승강기를 채웠다. 그래서 나는 위원장 옆 빈자리(벽을 등지고 오른쪽)에 섰고, 위원장 바로 앞줄에 해당 여성 직원이 있었다. 맨 앞줄에도 직원들이 있었다. 즉 대략 세줄 정도로 직원들이 서 있었으니 대략 10여 명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히 맨 앞줄에 있었던 직원들은 해당 행위를 목격하지 못했을 것이고 뒤에 해당 여성 직원과 같은 줄에 있었던 직원들은 본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못 본 사람도 있었을 것이나 맨 뒤에 있었던 나나 비서실장은 명확히 목격하였다.”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승강기가 내려가고 있는 중 위원장이 갑자기 바로 앞 여성 직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선 나를 포함한 직원들이 보고 있으니 ‘이러면 안 되지요?’라고 멋쩍게 말했고, 옆에 있던 나는 당연히 ‘네,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해당 여성 직원은 당연히 뒤에서 누군가 머리를 만지니 뒤돌아보았고, 위원장임을 알고서는 웃고 말았다.”

2025년 9월15일 낮 문정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장이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을 내용으로 한 인권위지부의 진정서를 인권위 10층 인권상담조정센터에 접수하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내가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해당 여성 직원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여러 직원이 함께 타고 있는 승강기 내부에서 여성 직원의 뒤에서 머리를 만지는 행위의 부적절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해당 당사자들이 얼마나 친한지, 그 정도 행위는 그냥 웃고 넘어갈 정도의 친분관계인지는 모른다.”
―안 위원장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행위를 한 적 없냐”라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이 행위에 대해 “격려나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답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최근 언론 보도에 위원장이 승강기 안에서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만진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하는데, 최초 노조에서 자유게시판에 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에 대한 제보접수를 받았을 때, 7월30일 비서실장이 해명 글을 게시했다. 대부분 제보내용에 대해 변명하는 내용이었으며,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외모 평가와 관련해서는 ‘평소 직원들에 대한 격려나 친근감의 표현은 있었으나, 신체나 외모를 비하하는 등의 부적절한 언행은 없었습니다’라고 기재했다. 당시 그 글을 읽고서 위원장이 최소한 머리카락을 만진 행위 자체는 부정하지 않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다른 제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해당 행위를 언급하며 변명했으나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만진 행위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고 그냥 퉁쳐서 ‘격려나 친근감의 표현은 있었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다른 논란에 대해서는 ‘헌재에서 결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본인의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라든가, ‘직원들의 성적 지향 등을 확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라든가 등으로 문제 되는 제보 내용에 대해 특정해서 변명했었다.”
―안 위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왜 이렇게 본인의 행위를 부인한다고 보는지.
“위원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종교인이 이렇게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이 문제가 다른 사안과 비교해 심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당시 노조에 제보된 내용 중에는 차마 인권위원장의 언행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기관장이 여성 직원의 신체에 손을 댄 행위 자체의 파급효과가 가장 두려웠을 것이다.”
―안 위원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 법정까지 갈 수도 있는데.
“법정까지 가게 될 경우 증언할 각오를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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