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19일 내린 ‘극한 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산청읍 병정리 가촌마을에서 7월21일 한 주민이 폐허가 된 집터를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2025년 7월16일부터 닷새 동안 이어진 전국적인 폭우로 인해 7월25일 오전 현재 모두 2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2025년 3월 일어난 대형 산불로 진화대원 3명을 포함한 4명이 숨졌던 경남 산청군은 넉 달 만에 기록적인 폭우와 이로 인한 산사태로 13명이 사망하는 등 대규모 인명 피해가 다시 발생했다. 이번 폭우는 일부 지역에서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정도로 이례적인 강수량 기록이었는데, 한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해 앞으로 7월에 이례적 폭우가 더 잦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2025년 7월20일 새벽 집중적으로 비가 내린 경기도 가평에서 계곡으로 몰아친 급류로 인해 한 편의점이 붕괴해 물에 일부 잠기고 도로가 끊겼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2025년 7월25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국민 안전관리 일일상황’을 보면, 7월16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 전국적인 폭우로 인해 2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 상태다. 지역별 사망자는 산청군 13명, 경기 가평군 5명, 포천시 1명, 오산시 1명, 충남 서산시 2명, 당진시 1명, 광주광역시 1명 등이다. 실종자는 가평군 2명, 산청군 1명, 광주시 북구 1명 등인데, 가평군 실종자 2명은 7월20일 조종면 마일리 캠핑장에서 실종된 40대 여성, 같은 날 상면 덕현리 강변에서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는 50대 남성이다. 이번 폭우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도 2천 명이 넘는다. 경기와 경남, 충북 등 시도 9개 지역 2243명(1783가구)이 마을회관·경로당·학교 등 임시주거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폭우로 전국 13곳에서 역대 7월 하루 최대 강수량 기록이 바뀌었다. 7월16일 서산시에 내린 일 누적강수량 438.9㎜, 7월19일 인천 옹진군에 내린 1시간 누적강수량 98.5㎜, 7월20일 포천시에 내린 1시간 누적강수량 104㎜ 등은 200년에 한 번 발생할 정도로 드문 기록이었다. 지역별 누적강수량을 보면, 산청군이 793.5㎜로 가장 많았고 합천군 삼가면 699.0㎜, 하동군 화개면 621.5㎜, 창녕군 도천면 600㎜ 등이 뒤를 이었다.

2025년 7월19일 내린 ‘극한 호우’로 물이 불어나 침수된 경남 산청군 신안면 청현리 딸기 비닐하우스들이 7월21일 폐허가 돼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7월20일 기상청은 브리핑을 열고 “이번 집중호우는 ‘절리저기압’이 여름철인데도 한반도 상공에 장시간 머무른 결과”라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7월13일부터 차고 건조한 성질의 절리저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정체해 있어,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쪽에서 올려 보내는 고온다습한 공기와 충돌하며 예측할 수 없이 많은 비를 내렸다는 것이다. 지구의 자전에 따라 대기 상층에서 흐르는 ‘제트기류’로부터 떨어져 나온 절리저기압은 여름철 집중호우, 겨울 한파를 일으키는 등 사계절 내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번처럼 “여름철에 장시간 머무르며 수차례 영향을 준 것은 일반적이지 않고 이례적”이라고 이창재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밝혔다.
특히 산청 지역에선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겹치면서 피해가 컸다.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 뒷산과 산청읍 내리마을, 산청읍 병정리 등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을 덮치면서 피해를 키웠다. 가평에서도 산사태로 건물이 무너지거나 좁은 계곡을 타고 내려온 급류에 휩쓸린 사람들의 인명 피해가 컸다. 특히 산청은 지난 3월 기록적인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지역이다. 3월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 동안 이어진 산청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구역 132㏊ 등 1858㏊의 숲을 불태웠다. 이 산불로 공무원 1명과 산불진화대원 3명 등 4명이 목숨을 잃고 5명이 다쳤다. 또 이재민 2158명이 발생했고, 주택 28채 등 시설 84동이 피해를 봤다. 1986년 산림청이 통계를 집계한 이후 2022년 3월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산불 기록이다. 당시 이재민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불 피해 지역과 이번 홍수 피해 지역이 정확히 겹치지는 않았다.
7월에 내린 이례적 폭우가 기후위기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민승기 포항공대 교수(환경공학부)와 서가영 박사 연구진은 기존보다 촘촘한 초고해상도(2.5㎞ 해상도) 기후 모델을 활용해 ‘시간당 극한 호우’가 월별로 얼마나 더 자주 발생할지 연구한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 매체인 ‘엔피제이(npj) 기후와 대기과학’에 발표했다고 2025년 7월22일 밝혔다.
기후학자들은 기후위기가 가속화함에 따라 국지성으로 단기간 내리는 폭우의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전세계가 강력한 기후위기 감축 정책으로 탄소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저배출 시나리오(SSP1-2.6)’와 별도의 기후정책 없이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고배출 시나리오(SSP5-8.5)’로 나눠 현재(2001~2005년)와 미래(2091~2095년) 기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시간당 30㎜ 이상 내리는 극한 폭우의 발생 시기가 현재 8월에서 미래에는 7월로 한 달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7월 극한 폭우의 빈도가 저배출 시나리오에서는 현재보다 약 2배 늘지만,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약 3.7배나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미래에 우리나라 북쪽 저기압과 남쪽 고기압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이 경계 지역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날씨가 현재보다 6.4배 자주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북태평양고기압과 중위도 기압골이 온난화에 따라 더 강하게 발달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이번에 발생한 이례적 폭우 같은 위험 기상 현상이 앞으로 훨씬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을 얘기하는 연구 결과다. 민승기 교수는 “폭우가 앞당겨질 가능성에 대비해 재난 대응 계획을 월별로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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