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권행동 카라의 노조(민주노총 민주일반노조 동물권행동 카라지회) 활동가들이 2025년 5월29일 ‘노무사 노무진’을 방영하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다은 기자
“드라마를 보니 직장 내 괴롭힘 자살, 산업재해 사고 등 억울하게 죽은 노동자들 사연이 나오더군요. 보면 볼수록 ‘이 드라마를 연출한 사람은 얼마나 노동자의 고충을 잘 알까’ 싶더라고요. 그런 분이 왜 우리에겐 그렇게 했을까. ‘활동가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는 아직 죽음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걸까?”
문화방송(MBC)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을 시청한 소감이다. 유령을 보는 노무사가 억울하게 죽은 노동자의 원혼을 풀어주는 내용의 드라마다. 하지만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이 드라마를 보며 위로가 아닌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드라마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이 그를 부당징계하고 그가 속한 노동조합(‘민주노총 민주일반노조 카라지회’)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사용자’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노조(민주노총 민주일반노조 동물권행동 카라지회) 활동가들이 2025년 5월29일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가운데, 전광판에 ‘노무사 노무진’ 예고편이 방영되고 있다. 신다은 기자
2025년 3월, 카라지회는 임 감독과 카라 전진경 대표, 김아무개 동물복지그룹장을 부당노동행위로 형사 고소했다. 그중엔 이미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징계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노조원 정직 처분과 노조 비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운영도 포함돼 있다. 최근엔 직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단체 간부가 고용노동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 처분을 받기도 했다. 비영리법인에서 이토록 치열한 노사 갈등이 일어난 배경이 뭘까. 한겨레21이 노동위 판정문과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지난 2년을 정리했다.
카라에 노조가 만들어진 건 2023년 8월이다. 사내에 단기계약직이 늘고 활동가들도 줄이어 퇴사하자 남은 이들이 이에 맞서는 차원이었다. 활동가들이 “보복이 두려워 극비리에 노조를 설립”할 정도로 노사 관계는 위태로웠다.
사용자 쪽이 노조 설립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한 건 2023년 11월11일이다. 노조의 교섭 요청을 받고 단체대화방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임 감독은 “내가 대표가 된 지 14년인데 오늘이 가장 실망스런 날이다. 비밀리에 노조 결성이라니”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곤 “돈을 더 받기를 원하면 영리기업에 가면 된다. 그냥 시간 때우고 복지부동 원하시면 공무원께 죄송하지만 공무원 하시면 된다”고 했다. 노조를 사적 이익 집단으로 치부하는 발언이다. 전진경 카라 대표도 “사이비 종교는 굉장히 감정이 힘들고 단순하고 누구나 처음에 공감할 수 있는 이상을 내세우지만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건 없다”며 노조를 사이비 종교에 빗댔다.

카라지회가 공개한 2023년 11월11일 임순례 감독의 단체대화방 메시지. 카라지회 제공
노조 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의 부당한 노조 개입과 영향력 행사, 활동 방해를 금지하고 있다(노조법 제81조 1~5호). 사용자가 공개적으로 노조를 비방해 노조 가입을 위축시키고 노조 활동을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처벌 대상이다.
2023년 11월14일, 노조 설립을 주도한 활동가 두 명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임 감독도 인사위원장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징계 사유는 ‘업무 수행 태만’ ‘대표 직무 수행 방해’ ‘팀 내 및 조직 내 업무 배제로 단체 활동에 막대한 피해 초래’ 등 18가지였다. 그중엔 “대표의 정당한 업무 지시에 불응하며 항명함”도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전체 회의에서 대표님이 업무 상황을 물으시기에 ‘팀원이 퇴사해 업무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는데 징계 사유에 ‘항명죄’로 둔갑해 있었어요. 임 감독님이 인사위에서 그런 항목을 하나하나 다그치듯 ‘인정하냐’고 묻더군요. 저를 도와줄 사람 하나 없이 3시간 동안 6명에게 둘러싸여 취조받듯 조사받았고요. 어떻게든 안 울려고 버텼죠.” 최민경 활동가가 말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지노위와 중노위는 두 건 모두 부당징계로 판단했다. 취업규칙상 자격 없는 자(정책실장)와 징계 사유와 관련 있는 자(전진경 대표)가 인사위원으로 참여해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봤다.
끝이 아니었다. 2024년 1월, 인스타그램에 ‘카라노조 팩트체크’ 계정이 만들어졌다. 노조를 향한 비난은 물론, 비공개로 열린 활동가 징계위원회 내용까지 낱낱이 적혀 있었다. 중앙노동위는 이 역시 ‘사용자의 행위임이 합리적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게시물 내용이 사용자와 당사자만 알 만큼 구체적이고, 그 취지도 노조 설립 당시 운영진이 한 말과 상당 부분 겹쳐서다. 카라 운영진은 이에 불복해 행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3월엔 회사 관계자들이 소속된 친사노조도 만들어졌다. ‘카라 더함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의 노조다. 독자적 노조 활동보다는 사내에 ‘민주노총 OUT’ 등을 써붙이며 카라지회를 비난하는 데 주력했다. 단체 운영진도 이 노조에 힘을 실어준 정황이 있다. 사용자인 김아무개 동물복지그룹장 대행이 조합원을 따로 불러 민주노총 탈퇴 및 더함노조 가입을 요구했다는 증언을 노조가 확보한 것이다.

카라지회가 확보한 김아무개 국장의 노조 탈퇴 및 친사노조 가입 종용 정황이 담긴 메시지. 카라지회 제공
더함노조는 5개월 만에 설립이 취소됐다. 과거 노사협의회에서 사용자를 대리한 사람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후로도 단체 운영진의 노조 적대는 계속됐다. 1만여 명 후원회원에게 돌연 ‘노조로 인해 불편하신 사항이 있다면 문자를 달라’고 안내(2024년 12월)하거나, 사내에서 노조 조끼를 입지 말라고 공지하는 식(2025년 1월)이었다.

카라지회 활동가들이 카라 사무실 안에 손글씨 대자보를 붙여 단체 운영진의 노조 탄압을 비판한 모습. 카라지회 제공

카라지회 활동가들이 카라 사무실 안팎에 포스트잇을 붙여 단체 운영진의 노조 탄압을 고발한 모습. 카라지회 제공
활동가들은 카라 운영진의 이런 행위가 결국 ‘활동가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제가 일련의 일을 겪으며 든 생각은 ‘사측이 우리를 노동자로 안 본다’는 거였어요. 활동가들이 근로계약서 쓰고 임금을 받지만 여전히 ‘봉사자’ ‘헌신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그렇게 대할 거면 대화로 해결해야 하고요. 그게 아니면 노동자로 인정하고 사용자 역할을 다 해야죠. 그런데 (카라 운영진은) 노사 관계를 거부하면서도 활동가를 쫓아내고 싶을 땐 사용자의 인사권을 십분 활용하니까, 그 괴리가 괴로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럴 바에는 ‘우리를 차라리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마음이었죠.” 김나연 카라 활동가가 말했다.
한겨레21은 임 감독과 전 대표, 김 그룹장에게 사안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질의했다. 전 대표는 한겨레21과 만나 중앙노동위의 부당징계 처분이 “작은 시민단체에서 생긴 행정 운영상의 오류”라고, 부당노동행위 처분은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적극 소명해 판정 오류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더함노조 설립 취소에 대해선 “카라엔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하는 법적 의미의 사측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그룹장은 노조 탈퇴 및 더함노조 가입 권유를 한 사실이 없다며 “바람직한 노조 활동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 활동가가 뜬금없는 긴 카톡을 보내와 내용을 다 읽지 않고 답한 것”이라고 했다. 임 감독은 반론을 보내오지 않았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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