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이미지뱅크
돌봄 앞에 인간은 평등하다. 우리 모두는 과거에 돌봄을 받았거나, 지금 돌봄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돌봄을 받게 된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2023년 45~69살 중장년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민국 돌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1.7%)이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5명 가운데 1명(20.3%)은 가족 돌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 중 62.6%는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58%는 ‘가족 간 갈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돌봄은 개인과 가족에게 이미 큰 부담이 되고 있고, 95.5%는 앞으로 돌봄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에게 돌봄은 보편적인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가족을 간병하느라 퇴사를 고민하고, 비싼 간병비에 시름하며, 아픈 사람을 시설이나 병원에 보내고 죄책감을 느낀다. 정부로부터 어떤 돌봄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해서 돌봄의 늪에 빠지고, 돌봄 부담 때문에 사회·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지기도 한다. 돌봄을 가족 또는 개인의 일로 여기고, 저임금 가사 노동에 미뤄두려고 하는 한국 사회에서 돌봄 부담은 불평등하게 부과된다.

위기의 돌봄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100인 돌봄시민회의’가 열린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돌봄 경험이 있거나 돌봄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 모여 직접 돌봄 정책을 논의하고 이 정책을 6·3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직접 제안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오는 5월10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회관 6층 대회의실에 진행될 예정이다. N인분의 조기현 대표는 “돌봄 시민들의 ‘넋두리’와 정책 전문가들의 ‘탁상공론’을 모아서 정책을 직접 만들어 보고, 만든 정책을 대선 후보에게 전달해 우리의 돌봄을 직접 바꿔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민회의는 △가족돌봄자 지원 △치매 및 인지장애 돌봄 △장애인 돌봄과 발달장애 자녀 돌봄 △암환자·중증질환자 돌봄 △생애 말기 돌봄(호스피스 등) △재가 돌봄 △정신장애 돌봄 △의료-간병 통합 시스템 △지역사회·이웃기반 돌봄 △청년 돌봄 등 10개의 주제 분과로 나눠 진행된다.
가족돌봄 지원부터 노인 돌봄과 호스피스까지 다양한 돌봄 주제 분과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돌봄 경험과 고민을 털어놓고, 필요한 지원과 정책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게 된다. 각 분과 토론에는 돌봄 정책 및 복지 분야의 전문가 멘토(15명)가 참여해 시민들의 의견을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토론을 거쳐 도출된 정책 아이디어는 당일 현장에서 발표되며 시민들이 만든 정책에 다수의 공감이 모이면, 대선 후보들에게 국정과제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한 후속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최 쪽은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을 행사에 초청해 참가자들의 정책 제안을 직접 듣도록 추진하고 있다. 후보들이 회의에 참석하면 직접 시민들이 원하는 돌봄 공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허선 돌봄과 미래 교육연수위원장(순천향대 교수)은 “돌봄의 사회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의 국정 과제에 돌봄 정책이 포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시민회의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공간에서 진행되며, 참가자들에게는 식사와 간식이 제공된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누구나 누리집(https://tinyurl.com/25m85puw)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큐알(QR)코드를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김병기, 비위 폭로에 ‘적반하장’ 맞대응…당내 “원내대표 영이 서겠나”

믿고 샀는데 수도꼭지 ‘펑’…쿠팡 책임 없다는 ‘판매자로켓’에 소비자 끙끙

홍준표, 통일교 특검 두고 “국힘 정당 해산 사유 하나 추가될 뿐”

김병기, 이번엔 지역구 보라매병원에 ‘가족 의전·특혜’ 요청 정황

정부, 쿠팡 발표 강력 비판…“확인 안 된 일방 주장”

우원식 “본회의장에 의원 2명뿐…비정상적 무제한 토론 국민에 부끄럽다”

박지원, 김병기 겨냥 “보좌진 탓 말고 본인 처신 돌아봐야”

‘어른’ 김장하 울린 제자들 합창…40년 전 ‘100만원짜리’ 교가였다

김건희, 기계처럼 77번이나 “증언 거부”…나갈 땐 또 ‘휘청’

김병기 “전직 보좌관들, 대화방에서 제 가족 난도질·내란 희화화”…진흙탕 싸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