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에서 전선 분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감전돼 숨졌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사고 현장에 연결된 전기 설비 2곳 중 1곳만 전기가 차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사망한 노동자가 차단 안 된 설비와 연결된 부위에서 감전됐다고 판단했다.
2024년 6월9일 새벽 1시30분께, 서울교통공사 직원 ㄱ씨가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고압 케이블에 스티커를 바꿔 붙이다 전기에 감전됐다. 현장에서 다른 일을 하던 동료 2명이 비명소리를 듣고 긴급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ㄱ씨는 끝내 숨졌다.
사고 당일 ㄱ씨가 맡은 작업은 여러 고압 케이블 중 접지선을 찾아 스티커를 부착하는 일이었다. 전선을 만져야 해 전기 차단(단전)이 필수다. 그런데 6월10일 <한겨레21> 취재 결과, 사고가 난 전기실엔 단전 후에도 여전히 전기가 통하는 지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배전 설비 1호계와 2호계를 연결하는 접합부(일명 ‘링크’)다. 점검을 위해 1호계 전기를 차단하더라도 2호계 전기가 흐른다면 양쪽 설비의 연결 지점에도 전기가 흐르게 된다. ㄱ씨는 스티커를 부착하려 1호계를 단전했지만, 1호계와 2호계가 서로 연결된 링크엔 여전히 전기가 흐르는 상태였다. 고용노동부는 ㄱ씨의 몸이 이 연결 지점에 접촉돼 감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하철역을 운영하려면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 조명과 설비 통신, 신호 등에 대규모로 전기가 쓰인다. 각 용도에 따라 배전 계통이 나뉜다. 1, 2호계는 역 내 조명과 통신 등에 사용하고 3호계는 터널 환기나 냉방설비 등에 사용하는 식이다. 비상 시 전원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두 호계를 연결해 한쪽이 망가져도 전원이 들어오도록 설계한다. 즉, 1호계 전기 공급을 차단하더라도 2호계 및 접합부엔 항상 전기가 흐르는 것이다. 다만 지하철 역사마다 배전반 구조가 조금씩 달라, 링크의 감전 위험이 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는 “소위 링크 부위라 불리는 접합부는 항상 감전 위험이 살아있다. 그렇기에 (위험 작업을 2명이서 하는) 2인1조가 지켜졌어야 하는데 실제론 1명은 뒤늦게 합류, 1명은 정기점검 중이어서 실질적인 2인1조가 안 됐다”며 “서울교통공사가 진행하던 스티커 부착 작업은 긴급을 요하는 작업도 아니다. 최근 인력 부족 상태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이 빈번해 생긴 사고”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사고 당시 3명이 전기설비 스티커 정비(부착) 작업만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2인1조 근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공사 쪽은 사고 원인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ㄱ씨가 수행한 스티커 교체 작업은 서울교통공사가 2024년 5월부터 서울 1∼8호선 지하철 역사 대상으로 전면 시행한 것이다. 전선 명칭 및 색상 표기 기준이 2021년 개정되면서 전선 구분이 어려워졌다고 판단, 1∼4호선부터 스티커 교체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1∼4호선 물량의 30%까지 진행됐다고 한다. 비슷한 환경 속에서 ㄱ씨와 유사한 위험에 처한 이들이 더 있었을 수 있다.
공사는 우선 해당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작업을 시킨 주체로서 감전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관리했는지, 노동자에게 안내했는지 등이 모두 수사 대상이다. 공사 쪽은 감전 관련 작업 수칙은 보유하고 있으나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알려왔다.
지하철역 점검 중 전기가 제대로 차단되지 않아 노동자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4월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동역에서도 서울교통공사 협력업체 직원 2명이 단전 안 된 환경에서 설비를 점검하다 감전돼 크게 다쳤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장애인 화장실을 쓰던 시민이 숨지기도 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작업 중 감전이 되는 사례가 없도록 절연 시설을 보강하는 등 사고 예방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에도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 전기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정기 점검 도중 감전돼 1도 화상을 입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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