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즐겨 읽습니다. 시를 읽다보면 시인의 뛰어난 관찰력에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새 의미가 더해지는 일이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이런 표현력을 구사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부터 남다르기 때문이겠죠. 시인은 좀더 따뜻하고 깊게 세상을 바라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인의 마음을 품은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쉽게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마음이 머문다면 좋겠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고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겨레21>은 늘 제가 동경해온 언론사였습니다. 소수자나 불평등과 같은 이슈에서 앞장선 언론사이기 때문입니다. <한겨레>의 기사를 읽으며 기자의 꿈을 키워오기도 했습니다.
감사히 <21>에서 교육받으며 기사를 써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저는 한 달간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 실태를 추적해볼 예정입니다. 2023년 초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 노동개혁 방안이 뉴스로 떠올랐습니다. 그 가운데 중대재해가 줄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을 보호할 방안은 없었습니다.
내 부모가, 이웃이, 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 ‘개혁’이란 이름 아래 그들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삶이 더 고단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늘었습니다. 법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되묻게 됩니다. 정부가 바라보지 못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 실태를 조명하겠습니다. 노동자의 오늘, 어제와 내일을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쓴 첫 기사는 ‘엄마, 6일 운전면허 딴 것 밝혀’였습니다. 11살 때 학교 숙제로 만든 가족신문에 실은 기사였는데, 어깨너머로 읽은 신문을 참고해 제목을 달았습니다. 가족에게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들었던 게 정말 좋아서 지금까지 그 기억을 곱씹고 있습니다. 글쓰기만큼 그림 보는 걸 좋아해서 미술이론과에 갔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들을 보며 제 투박한 시선을 반성했습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난 덕분에 세상일에도 관심이 생겼고, <한겨레21>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를 읽다보면 좁은 식견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부끄러움, 미안함, 부채감, 슬픔, 분노 같은 감정을 느낀 뒤에 비로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교육의 혜택을 받으며 자랐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받은 교육을 빼놓고는 <21>에 제 문장을 싣게 된 과정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교육 기사를 써보려 합니다. 10대 성교육을 취재하고 있는데 모르는 것투성이라 자괴감이 듭니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건 괴롭지만 괴로움을 겪은 뒤에 변화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열심히 고민하고 공부해서 저처럼 <21>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독자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한 기사를 써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겨레21> 제7기 교육연수생 홍지희입니다. 늘 지면으로만 읽다가 <21>에 들어와 선배들로부터 취재 경험을 듣고 직접 배우며 기획안을 쓰는 지금이 여전히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존에 제가 써왔던 방식이나 익숙한 주제가 아닌, 새로운 주제를 파고들어 보려 합니다. 평소 저는 사회적 소수자의 새로운 재현과 그들이 가진 개인적 서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페미니스트 비만인의 몸에 대해, 살아남은 사람들의 딜레마 같은 후일담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복지체계와 사회서비스 공급 구조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읽어보고 있습니다. 지하철 이동권, 가스비 대란, 공공사업 예산 삭감 등의 이슈도 이어지다보니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한국 행정에서 복지가 보장되는 방식에서 허점이 많이 보여 생각이 더 많아지기도 하고요.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한겨레21 교육연수생’으로 저를 소개하며 현장에서 뛰게 될 4주가 기대됩니다. 부딪히고 깨지며 좋은 기사 배워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겨레21> 인턴기자 정성환입니다.”
겨우 한 문장을 입에 담았을 뿐인데 웃음이 났습니다. 항상 독자였던 제가 기자로 독자를 만나게 되다니, 글자 하나하나 써 내려갈 때 손가락이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염치 있는 기자이고 싶습니다. 교육연수생 면접 당일, 학과 교수님과 점심 약속을 잡았습니다. 커피를 마시다 교수님은 “사회에서 염치가 없어지고 있지 않나” 입을 떼셨습니다. 정치도 언론도 염치를 잃었기 때문에 우리가 더 중요한 가치를 외면하고도 뻔뻔해질 수 있지 않나 싶다는 말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염치, 두 글자가 주는 울림이 마음에 계속 남았습니다. <21>에 지원한 것도 <21>이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키는 곳이라 생각해서입니다.
앞으로는 한국의 코딩 열풍을 한번 톺아보려 합니다. “비전공자도 할 수 있는 개발자 취업.” “6개월 만에 포트폴리오 완성.” 아마 주변에서 많이 느끼시리라 짐작합니다. 발에 치이는 광고 문구 속에 너도나도 코딩에 뛰어듭니다. 정부는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이는데 현장은 개발자가 모자란다고 아우성칩니다. 그렇지만 막상 교육받는 친구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습니다. 이 판에서 행복한 사람은 누군지, 우리 미래에는 정말 무엇이 필요한지 꼼꼼히 살피겠습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자기소개가 어려운 사람이라는 말이 가장 정확히 저를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라는 문장 하나를 적어놓고 30분가량을 흘려보냈습니다.) 사실 저는 모든 종류의 글을 적기 어려워합니다. 저는 글에 아주 큰 힘이 있다고 믿고, 그래서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마다 긴장하고 머뭇댑니다. 기자가 되는 데 별로 좋지 않은 자질일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에서는 교지를 오래 했습니다. 교지는 학보사보다 느린 발행주기로 긴 호흡의 기사를 써냅니다. 긴 글인 만큼 ‘관점’을 제시하는 글을 쓰는 것이 저희의 목표였는데요. 관점과 편향은 어떻게 다른지가 항상 어려웠습니다. 관점은 결국 기자의 판단을 전제로 하니까요. 기사는 중립을 지향해야 한다는데, 취재하고 기사를 쓰다보면 계속해서 판단하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글쓰기가 어려웠습니다. 관점이 있지만 편향되지 않은 보도를 하기 위해 단어의 뉘앙스, 문장 배치 순서 하나하나를 붙잡고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겨레21>에서 교육받던 두 번째 날 이 고민에 대해 질문했는데요. 당연하게도 더 많이 취재하고 더 많은 사실관계를 모아내는 게 유일한 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육연수생으로 활동하는 동안은 장애에 대한 기사를 적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장애가 전장의 최전선에 놓인 의제 같아서요. 더 많이 취재하고 더 많은 사실을 모아와보겠습니다. 문장을 붙잡고 고민하는 대신 현장에서 고민하는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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