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픈 몸’들이 모여 했던 워크샵 사진. 혜영 촬영, 다른몸들 제공
코로나19로 고립과 단절을 겪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가 늘어났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아픈 몸’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도 이들의 일상엔 늘 고립과 단절, 불안과 빈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온 인류가 코로나19 앞에서 우왕좌왕할 때 그야말로 평소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조한진희씨는 이런 점 때문에 아픈 몸들이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감염병 시대, 두려움과 불안을 곁에 두고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혜안이야말로 “아픈 몸들의 경험 속에서 길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몸들’이 보내온 코로나 시대 아픈 몸들의 이야기를 일부 소개한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격리와 다를 바 없었다. 코로나19는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괴물과 같았다. 사회가 무책임하고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는 확진자들의 모습은 어쩌면 내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며 안전을 이유로 확진자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그것과도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만났다. 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가 끝나고 난 뒤 이어졌던 (다른 장애인과의) 동료 상담을 통해 나는 정신장애인들의 유대를 확인하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삶의 꿈을 잃지 않는 그들의 자생력을 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였는지를 깨달았다.”(목우·정신장애인)
“다행히(?) 코로나 시대는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다. 조금만 열심히 무언가를 행하면 눈앞이 흐려지며 반신의 근육에 힘이 빠지는 나는 이미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고립은 비단 몸의 컨디션 때문만은 아니다. 질병을 얻은 뒤 흡사 몸을 감싼 피부 한 겹이 벗겨진 듯 지독히 많은 것이 아픔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눈빛, 어미, 단어, 뉘앙스, 정적….”(백종혁·다발성경화증)
“나도 풀타임 노동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지만, 당연히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다. 석 달을 버티기 힘들었다. 고통이 나를 치면 나는 바짝 엎드려 숨을 가쁘게 내쉰다. 그때마다 시간은 내 몸에 쉭 하고 들어왔다가 또 쉭 하고 지나간다. 분절된 시간을 사는 건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중략)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처럼 분절된 시간이 일반화됐다. 불안정한 고용상태가 지속되면서 ‘손상된 사람들’의 자리였던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자리도 대다수 사람의 일자리가 됐다. 설혹 정규직이라고 해도 투잡, 스리잡이 권유된다.
이런 시대에 시간이 목표를 향해 흐르지 않고 내 몸을 드나들고, (고통에) 내 몸을 ‘엎드리게’ 만드는 위력은 얼마나 강력하고 낯설고 또 슬픈 일인가. (중략) 백신도 곧 나온다고 하니 사람들은 다시 정상성으로의 복귀를 희망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사람들의 (분절된) 노동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한다.”(염윤선·선천성 희귀난치성 심장장애인)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기획 - 코로나19와 나의 '아픈 몸' 모아보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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