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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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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각지대 요양원…93살 아버지가 머물 곳은 있을까

경기 지역 코로나19 사망자 절반 차지한 군포효사랑요양원

동시 격리 집단 감염… 운영 중단돼 환자들 갈 곳 마땅찮아
등록 2020-04-19 23:22 수정 2020-05-07 10:50
4월13일 경기도 군포에 사는 김은숙(59·가명)씨가 집 근처 주택가 상가건물에 있는 요양원으로 향하고 있다. 치매를 앓는 김씨 아버지는 7년 가까이 이곳에서 지냈다.

4월13일 경기도 군포에 사는 김은숙(59·가명)씨가 집 근처 주택가 상가건물에 있는 요양원으로 향하고 있다. 치매를 앓는 김씨 아버지는 7년 가까이 이곳에서 지냈다.

경기도 군포에서 사는 환갑 넘은 아들 이호석(62·가명)씨는 93살 아버지를 석 달 가까이 보지 못했다. 2년6개월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는 재활병원에서 석 달간 치료받았다. 그 뒤 요양병원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요양원에서 지낸다. 아버지가 입소한 군포효사랑요양원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1월28일부터 보호자 면회를 제한했다. 그러나 두 달 뒤, 85살 첫 환자(사망)를 시작으로 입소자 33명 중 18명과 이들을 돌보던 여성노동자 7명까지 모두 2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코로나19에 걸린 70~90대 어르신은 고양·부천·파주·수원·분당 등 경기도 내 여러 병원으로 옮겨졌고, 4월16일까지 7명이 숨졌다. 이날 기준 경기도 지역 코로나19 사망자는 14명인데, 그중 절반이 군포효사랑요양원 입소자이다.

이씨 아버지는 코로나19 화마를 다행히 피했다. 3월30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으로 옮겨져, 4월13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들은 앞으로 아버지를 어떻게 모실지 걱정이 많다. ‘감염 발생 요양원 입소자’ 꼬리표가 붙은 어르신을 선뜻 받아주는 지역 요양원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이 중단된 요양원이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집으로 모실 형편도 아니다. 86살 어머니마저 거동이 불편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이씨가 수발하고 있다.

전수검사 할 때마다 확진자 늘고 또 늘고

경기도 군포시 당동,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이 들어찬 골목엔 중소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5층짜리 상가 건물이 있다. 식당과 학원 간판 사이로 ‘치매·통풍·노인성 질환’이라는 단어가 나열된 간판이 도드라져 보인다. 군포효사랑요양원은 이 상가 4~5층에 있었다.

수도권 첫 노인요양시설 집단감염 징후가 포착된 건 우연이었다. 입소자 1명이 낙상해 외부 병원에서 진료받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이뤄졌다. 3월19일 나온 결과는 양성. 입소자와 종사자 54명에게 전수검사를 해보니, 첫 환자 발생 하루 만에 확진자가 4명(입소자 3명, 종사자 1명)이나 추가됐다.

방역 당국은 요양원 출입을 통제하고, 음성이 나온 어르신들을 시설 안에 격리했다. 3월19일부터 4월2일까지 다섯 차례 전수검사를 할 때마다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씨는 요양원에 격리된 아버지가 감염될까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3월30일 요양원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오늘도 확진자가 한 분 추가됐고 오후에 두 분이 또 검사에 들어갔다. 환자가 나올 때마다 격리기간(14일)이 계속 추가된다. 음성이던 분이 며칠 뒤 양성이 돼 병원으로 이송되는 현장을 피 말리며 지켜보고 있다. 어르신들을 의료기관으로 이송시키고 요양원은 소독을 진행해 완치 어르신들을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한다.

이날 이씨 아버지를 비롯해 검사 결과 음성인 어르신 6명이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으로 옮겨졌다. 4월8일 자가격리된 돌봄 노동자를 대신하기 위해 투입된 요양보호사 10명 가운데서도 확진자(60)가 나오자 방역 당국은 요양원에 남은 입소자 8명도 수원병원으로 이송하고 시설을 비웠다.

옮길 병원 구했지만 비용은 3배로 늘어

이씨는 요양원 1개실에 두세 명을 함께 격리한 초기 조처를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시티브이(CCTV)를 확인해보니 (확진자가 10명 나온) 3월23일에도 방 하나에 두세 분이 지내고 있었어요. 요양원에 격리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이송해달라고 시에 요청했지만 병상이 없다고만 하고….”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집단시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 출입을 봉쇄한 뒤 우선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면 시설 밖으로 내보내고, 감염 가능성이 있다면 1인실 격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법에 따라 설치된 요양병원이든, 노인복지법을 따르는 요양원이든 대부분 다인실을 중심으로 운영돼 현실에서는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41명이 정원인 군포효사랑요양원에는 2인실(3개)·3인실(4개)·4인실(6개)을 비롯해 모두 14개 침실이 있었다. 이재갑 교수는 “1인실 확보가 정 어렵다면 병상 간 2m 거리를 확보하고 칸막이를 중간중간 설치해 전파를 막아야 한다”며 “그러나 요양원 어르신들은 침대가 아닌 온돌방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있고, 치매환자는 마스크 착용이나 움직임 통제 등 감염 예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음성 판정을 받고 수원병원으로 옮겨진 어르신들은 격리기간(14일)이 끝난 뒤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보호자는 또다시 애를 태워야 한다. 군포시는 격리 해제를 앞두고 경기도립노인전문 병원 이송안을 내놓았다. 4월14일 이씨는 아버지를 노인전문 병원 5인실로 옮겼다. 모실 곳은 가까스로 마련됐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노인장기요양보험 2등급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지낼 땐 월 50만원(본인부담금 8%)가량 들었다. 그러나 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기관이다. 간병인 비용을 따로 내야 하는 까닭에 한 달에 100만원가량 더 내야 한다.

요양원에서 병원으로 어르신을 옮긴 또 다른 보호자인 김은지(43·가명)씨도 한숨부터 내뱉었다. 맞벌이하며 자녀 다섯을 키우는 그는 “형편상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시설에 모실 수밖에 없는데 병원비가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군포시는 어르신들의 병원 입원에 따른 추가 비용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접촉자에겐 지원이 가능하지만 격리기간이 끝난 뒤엔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마련한 ‘코로나19 상황별 대응방안 시나리오’에도 이런 경우의 수는 고려돼 있지 않다. 민간 요양원이 어르신을 받길 꺼린다면 공공 요양원 활용은 어려운 것일까? 군포시에도 시립노인요양센터가 있긴 하다. 그러나 입소를 기다리는 대기자만 200명이 넘는다.

군포효사랑요양원 입소 어르신 3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입소 어르신 보호자들도 석 달 가까이 부모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사진만 전달받고 있다. 박현정 기자

군포효사랑요양원 입소 어르신 3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입소 어르신 보호자들도 석 달 가까이 부모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사진만 전달받고 있다. 박현정 기자

요양원이 다시 문 연다 해도…

보호자들 바람대로 군포효사랑요양원이 다시 문 연다 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장담할 수 없다. 방역 당국은 요양병원·요양원을 고위험 시설로 보고 방역 관리자 지정, 유증상자 즉각 업무 배제 등의 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요양병원엔 3월 말부터 한시적으로 감염 예방·관리료(입원환자당 하루 1150원)가 지급된다. 그러나 요양원 감염관리를 위한 별도 지원은 없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요양병원도 감염관리가 힘든데 의료인이 사실상 없는 요양원은 더 힘들다. 요양원이 감염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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