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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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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가 핵무기랑 다를 게 뭐 있나요

미래 세대는 기성세대들이 만든 ‘에너지 세계’ 어떻게 생각할까요…

초등학생들 탈핵 토론을 하다
등록 2017-10-13 23:32 수정 2020-05-03 04:28
아이들을 위하여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금까지 발생한 체르노빌·후쿠시마 참사는 물론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잦은 고장과 핵폐기물 처리 부담으로 미뤄볼 때, 핵에너지는 분명 미래를 위한 에너지가 아니다. 우리 미래를 이끌어나갈 아이들이 핵발전과 탈핵에 대해 품은 의견을 듣고 어린이책시민연대 회원들이 ‘엄마의 마음’으로 고른 탈핵 관련 어린이책을 소개한다.
정부가 원전 중심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이후 사회적 논의가 뜨겁습니다. 한편에서는 일시 공사 중단된 신고리 5·6호기를 영구 중단할지, 아니면 계속 건설할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와 함께 방사능 누출 사고의 위험성, 사용후핵연료 처리, 폐로 관련 비용 등 핵발전을 둘러싼 문제가 주요 사회 이슈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가 있는 한 이런 문제는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린이 교양지 에서 추천한 토론 그룹인 경기도 안양에 사는 초등학생 5명(2017년 9월 발행 166호 고래토론 참여자)과 탈핵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_편집자

참여 박새힘(12·삼봉초)·박성준(12·안일초)·오송담(12·양지초)·김유민(13·양지초)·황의빈(양지초·13)
탈핵 관련 토론에 참여한 박성준, 황의빈, 박새힘, 오송담, 김유민 학생(왼쪽부터).

탈핵 관련 토론에 참여한 박성준, 황의빈, 박새힘, 오송담, 김유민 학생(왼쪽부터).

탈핵이라는 말 들어봤니?

성준 탈핵? 핵발전소를 없애는 것.

의빈 핵이 문제라는 얘기지.

유민 그럼 핵발전소가 없어진다면 다른 대체에너지, 예를 들면 풍력이나 수력 에너지 등을 써야 하잖아. 그런데 이런 에너지가 핵발전 에너지를 대신할 수 있을까?

성준난 불가능하다고 봐. 그래서 탈핵 반대! 왜냐면 풍력발전 같은 경우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곳은 거의 없잖아. 그러다 에너지를 수입하게 되지 않을까?

송담 아니면 태양력(태양광)발전을 하면 되잖아.

유민자연을 이용하는 거 말고 다른 건 없을까?

송담 천연가스.

유민그것도 한 100년 있으면 고갈되는 거 아냐.

성준고갈 같은 걱정 없이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잖아.

의빈나는 탈핵 찬성해. 태양열은 엄청 많이 해도 괜찮잖아.

새힘 나도 찬성!

유민다른 대체에너지를 찾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성준그걸 정부에서 찾아야지.

유민핵발전소를 없애는 게 좋겠지만 대책이 없으니까. 대책이 나오면 (핵발전소를) 바로 없애는 게 좋을 것 같아.

성준제발 무조건 (핵발전소를) 없애진 말고.

송담 지금 당장 태양광 설치하려면 비싸다고 하는데 언젠가는 싸지지 않을까.

성준탈핵을 한다면 태양광발전만 많이 얘기해. 내 생각엔 낡은 원전을 일단 폐쇄하고, 지금 새로 짓는 원전을 완성한 다음 낡은 원전에서 일하는 사람을 신원전으로 옮기는 거야.

송담 후쿠시마에서 사고 난 다음 일본에서 ‘블랙아웃’(대정전) 된 사례는 없대. 우리 생활에 원전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 차라리 하루 동안 블랙아웃 되는 게 큰 원전 사고 나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아.

성준블랙아웃 한 번 되면 생활에 피해가 얼마나 큰데.

송담 부산에 원전 한 번 폭발하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큰데. 그만큼 원전이 위험하다면 차라리 원시시대가 더 낫지 않을까.

성준원시시대? 그럼 한번 전기 없이 살아봐. 한 달만 살아볼 수 있으면 나도 그렇게 살게. 그게 가능하냐?

송담 인디언들은 전기 없이 살았어.

성준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살았고.

유민우리도 태어날 때부터 전기 없이 살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성준그건 안 돼! 원시시대로 돌아가면 우리나라가 세계 1위 했던 것 다 빼앗기고 다른 나라에 뒤처지잖아.

새힘 주제가 샜다, 샜어.

모두 하하하!

핵발전 말고 다른 에너지를 찾는다면?
오송담

오송담

송담 원전 한 곳이 사고 나면 대피해야 하는 사람만 수백만 명이야.

새힘 원전을 더 지을수록 더 불안해져. 언제 폭발할지 모르니까.

송담 그게 위험하니까 다른 에너지를 쓰자고.

의빈집집마다 전기 만드는 자전거를 놓으면 어때?

성준그거 해봤는데 힘들어.

유민사람들이 태양광발전기가 달린 모자를 쓰고 다니는 건 어떨까?

성준사람들이 그걸 살까?

새힘 그냥 아파트 층마다 태양광발전기를 다는 게 낫지.

송담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면 열도 흡수해서 집이 시원해지는 거 아닌가?

유민비행기 날개에 태양광발전기를 다는 거야. 태양에 가까워지니 전기도 많이 모일 거고. 서울에서 뉴욕까지 가는 비행기는 11시간 넘게 걸리니까 그런 비행기는 전기를 많이 모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의빈비행기에 풍력발전기를 달아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비행기 무게가 많이 나가 연료가 더 들려나.

송담 그러니까 태양광을 집 위에 설치하는 게 제일 좋아.

성준그래갖고 전기가 충분하겠어? 원시시대로 돌아가자, 이거야?

송담 독일에는 태양광 마을이 있다니까.

성준독일이랑 우리랑 태양의 양이 다르잖아. 그리고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는데 벼락을 맞아서 부서지면 어떻게 해?

송담 비 오는 날에는 커버를 씌우면 되지. 그리고 평소에 태양광에너지를 저장하면 되고.

우리 동네에 핵발전소가 들어선다면?

의빈가족들한테 이민 가라고 할 거다.

성준난 그냥 거기 살 거다.

송담 이사 갈 거야. 핵은 너무 위험하잖아.

의빈전쟁이 더 위험해.

새힘 전쟁 때문에 핵발전소가 터지면?

송담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근처 생명체들 다 죽어. 우리나라는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야.

성준응, 알아.

유민핵발전소 터지나 핵전쟁 나나 똑같아.

의빈우리나라 원전 터지는 것보다 다른 나라에서 터지는 게 나아.

송담 끔찍해. 전기 없이 살던 원시인이 되더라도 핵발전소는 안 되는 것 같아.

유민처음에 핵은 좋은 의도로 만들었다고 하던데.

새힘 이제는 안 좋아.

유민위험한 핵발전소도 핵무기도 같이 없애면 안 되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봐. 다른 나라의 사고지만 우리나라까지 피해를 보잖아. 그게 핵무기랑 다를 게 뭐가 있어.

송담 맞아. 둘 다 그 지역을 초토화한다는 게 똑같지.

의빈그러니 우리나라는 안 돼. 다른 나라에 (핵폭탄) 터뜨려야.

성준형은 왜 자꾸 터뜨리려고 해? 계속 터뜨린다고.

모두 하하하!

성준그럼 원전을 무인도에 지으면 어때?

송담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디든 생명체가 살아. 거기서 사고 나면 그게 다 바다로 흘러간다고. 우리는 생선도 못 먹고.

성준 생선 안 먹으면 안 돼?

새힘 생선 안 먹고 어떻게 살아. 그리고 문제가 그것뿐이야?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이 다 죽을 텐데.

성준알았어. 난 그냥.

송담 만약 무인도에 원전을 지었는데 사고 나면 원전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죽거나 다치고 어민들도 피해를 입고. 여전히 문제가 있어.

송담 아무튼 핵발전소가 영영 폭발 안 한다고 장담 못해.

성준근데 무조건 폭발한다는 장담도 할 수 없잖아?

송담 그 문제만 있는 게 아냐.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면 핵쓰레기가 나오잖아. 그건 그냥 쓰레기야. 그걸로 뭐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없어. 지금부터 탈핵 열심히 하면 우리 죽기 전에 탈핵될 거야. (웃음)

새힘죽는 순간에 그 기술 발명되면 어떻게 해?

송담 아무튼 너무 위험해. 그리고 탈핵이 되면 전기료 폭등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거 아냐? 우리 4학년 때 배운 독일 태양광 마을 이야기에 나왔는데 그렇지 않대.

내가 실천하는 에너지 절약법은?
김유민

김유민

유민결국은 전기를 많이 써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 전기를 아끼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해. 엄마가 얼마 전에 사용 안 하는 콘센트를 뽑으라고 해서 뽑고 다녔는데 그걸 잊고 한참 안 뽑다가 다시 뽑고 있다. 너넨 절약 안 하고 살아?

새힘아침이나 낮 같은 때 전등불 안 켜기.

성준우리 집은 전등을 다 엘이디(LED)로 바꿨어.

송담 우리 집도.

새힘우리 집도. 안방 빼고 다.

성준그런데 비싸.

의빈난 절약 안 해.

유민학교에서도 에너지 절약하지 않아? 늦은 시간 제외하고 불 안 켜기 같은 것들.

송담 과학실에서는 빔프로젝트 써서 저절로 절약되고 있어.

유민우리 학교에서는 전기료 절약한다고 에어컨 안 틀어.

성준그런 건 절약하지 말아야지.

송담 우린 여름에 냉방은 자주 안 하지만 겨울엔 히터를 자주 틀어줘.

성준난 히터 안 틀어주면 좋겠어. 너무 더워. 과학실이 제일 좋아. 시원해.

유민우리 그럼 이제 제일 분량이 적은 의빈이 마지막 의견 듣고 끝내자. 이대로 끝나면 의빈이는 테러리스트. (웃음)

송담 IS가 의빈이 캐스팅하는 거 아냐?

유민핵발전소 없앴으면 좋겠어, 아님 있었으면 좋겠어?

의빈핵발전소 없앱시다. 끝.

모두 하하하!

초등학생 5명의 토론은 1시간여 동안 이어졌습니다. 탈핵에 대한 아이들의 입장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습니다. 대다수 아이들이 찬성 쪽이었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원전의 대체에너지원이 생기면 탈핵으로 가자’ ‘전기 없는 원시시대로 돌아간다 해도 원전은 없애야 한다’는 등 조금씩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핵발전소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이야기합니다. ‘핵발전소나 핵무기나 위험한 건 똑같지 않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위험을 물려주는 어른들을 향한 날선 비판의 말입니다. 아이들은 묻습니다. 어른들은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에너지 시대를 열어줄 겁니까?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정리 류석우 교육연수생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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