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서 맹활약 중인 유시민 작가가 문재인 정부에서 “진보 어용 지식인으로 남겠다”고 선언했다. ‘진보 어용 지식인’으로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방송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언론의 왜곡 보도나 비난에 맞서 수문장 역할을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유 작가는 5월5일 공개된 한겨레TV 에 초대 손님으로 나와 참여정부 시절 처음부터 비난 일변도였던 보수언론의 공격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진보언론과 진보 지식인들의 비판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사회는 복잡하고 여러 층위의 권력들이 있는데, (이번 대선을 통해) 바뀌더라도 청와대 권력 딱 하나만 바뀌는 거예요. 국회도 과반수가 안 되잖아요. 아무리 진보적인 정권이라고 해도 ‘내가 진보 지식인으로서 권력에 굴종하면 안 되지’ 이런 마음으로 사정없이 깔 거라고요”라고 말했다.
“사정없이 깔 거다”
그의 발언은 촛불의 염원을 등에 업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와 진보언론이 어떻게 해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러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옛 기억을 되살려보자. 이른바 ‘조·중·동’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를 부정하는 보도로 일관했으며,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보도 행태를 보여왔다. 조·중·동은 침소봉대, 왜곡, 본말전도식 보도로 집권 첫날부터 노무현 정부를 ‘타도 대상’으로 삼았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하던 2003년 2월25일치에서 는 ‘노, 당선 기여한 매체 외엔 부정적’이란 제목의 글로 노 대통령을 비난했다. 같은 날 도 ‘노무현식 언론개혁’ ‘이름만 바꾼 대북정책’ 등 4건의 부정적 기사로 취임식날부터 포문을 열었다. 대통령이란 직책을 붙이지 않았고 집권 초기 ‘밀월관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조·중·동의 보도 행태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유 작가의 처지에선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느끼는 측면이 많았을 것이다. 조·중·동은 마치 한 몸처럼 참여정부를 물어뜯었다. 노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자 비난은 조롱으로 바뀌었다. 보수언론, 검찰, 정치권력은 삼각편대를 형성해 집중포화를 날렸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듯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종말이었다.
집권 기간에는 언론에 시달렸고, 집권 이후엔 검찰에 불려다니며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어찌할 도리 없이 지켜봐야 했던 유 작가의 ‘한 맺힌’ 호소엔 설득력이 있다. 물론 ‘진보언론’의 비판 강도는 보수언론과 달랐지만, 특정 분야의 비판에선 보수언론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너마저’라는 낭패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 작가의 발언을 통해 진보언론이나 진보 지식인이 반성할 부분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 지식인이 반성할 부분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상 진보언론 역시 본연의 ‘권력 감시’ 기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참여정부 실패는 비난 일변도의 보도 태도를 보인 언론의 문제도 있지만, 참여정부 스스로 프로답지 못한 정책과 태도로 빌미를 제공하고 꼬투리를 잡힌 측면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표적 사례가 2007년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내세우며 기자실에 대못질을 한 사건이다. 이는 참여정부 언론정책의 오점이 됐다. 유 작가의 발언과 달리 정치권력‘만’을 잡았다 해도 집권하면 책임과 감시·견제가 따르는 법이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어용 언론인, 어용 지식인의 시대였다. 어용 지식인을 요구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공적 정보공개의 내용과 방식·범위 등을 체계화·투명화해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브리핑 시스템을 갖춰 운용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도 그 과정에서 실수나 잘못을 하면 솔직히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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