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조약골(43)은 제주 강정마을에 내려왔다. 해군이 군기지를 짓겠다며 제주 강정마을을 들쑤시던 때였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에 처음 발을 디딘 날, 그는 야생 돌고래들을 만났다. 한 덩어리로 응어리진 채 스스로 꿈틀거리는 듯한 ‘생명의 바위’ 구럼비 앞에서 돌고래들은 헤엄치고 있었다. 조약골은 “태어나서 그런 경이로움은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바다를 향해 마구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그리고 5년, 지금 강정에는 해군기지가 들어섰다. 조약골도 남았다. 그는 돌고래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7월24일, 제주 강정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조약골을 만났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피자매연대·대추리·용산 그리고 제주</font></font>그는 음악인이자 사회활동가로 잘 알려졌다. 약자를 자처하며 ‘약골’이라는 이름도 직접 지어 붙였다. 피자매연대를 결성해 대안 생리대 운동을 시작한 것이 2003년이다. 이후 2005년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2006년 경기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저지, 2009년 서울 용산 참사 투쟁 현장에 있었다. 하나같이 사회의 곪은 상처가 터져나오던 공간들이었다. 그리고, 강정마을까지 이르렀다.
그는 “뜻밖에 강정에서 나를 맞이한 것은 제주의 돌고래들이었다”고 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연안에서만 서식하는 돌고래다. 현재 12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다. 해경이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에 동원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불법 포획 증거를 발견한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당시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에서 일하던 황현진이 ‘제돌이 방류 운동’을 시작했다. 조약골도 합류했다. <font color="#C21A1A">‘핫핑크돌핀스’</font>를 결성했다. 분홍색과 돌고래가 모두 좋아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 세계적으로 ‘핑크돌고래’가 대표적인 멸종위기 보호종이란 뜻도 담겼다.
핫핑크돌핀스는 조약골과 황현진 두 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시민단체지만 활동량은 상당하다. “2011년 7월 돌고래 불법포획 관련 해경 수사가 시작됐고, 1심 재판이 시작된 것은 2012년 2월이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것이 2013년 3월 28일이에요. 제돌이방류시민위원회는 2012년 3월에 만들어졌고요. 2013년에 제돌이·춘삼이·삼팔이, 2015년에는 복순이와 태산이가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우리 단체만의 노력으로 된 게 아니지만, 돌고래를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돌이 방류는 큰 반향을 가져왔다. 돌고래를 사육하듯 가르친 뒤, ‘쇼’를 즐기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돌고래쇼’ 대신 ‘돌고래 생태설명회’로 이름도 달라졌다. 적잖은 성과를 냈지만, 갈 길이 많이 남았다.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국내 돌고래 사업에 뛰어들면서 수족관 돌고래가 2011년 27마리에서 현재 41마리로 늘었다. 강정에선 해군기지가 만들어지면서 남방큰돌고래 서식지가 상당 부분 파괴됐다. 해군함이 수중 음파탐지기(소나·SONAR)를 쏠 때마다, 초음파로 의사소통하는 돌고래들은 귀머거리가 된다. 방파제의 시멘트로 인한 수질 오염도 돌고래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돌고래가 살아야 바다가 산다</font></font>노래가 ‘본업’이던 조약골은 오랫동안 ‘싸움’을 해오고 있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고, 많은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돌고래마저 삶을 위협받는 어처구니없는 사회가 됐습니다. 세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래하고 싸울 겁니다.”
류우영 교육연수생 ryuwoo13@gmail.com<font size="4"><font color="#00847C">이 기사를 포함한 제주에 관한 모든 기사를 만나볼 수 있는 낱권 구매하기!</font></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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