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 당한 가난한 남자가 죽음을 생각할 만큼 극빈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추적한 의 탐사보도가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선정적·자극적 제목의 기사로 지목됐다.
가난이 지독해서 죽음을 생각했던 최용구(가명·제1077호 ‘죽으면 끝날까’ 참조)가 ‘악마의 편집’이 개입한 선정적·자극적 기사의 주인공이 됐다. 악마의 편집을 비판하기 위한 악마의 편집에 그의 절룩이는 삶이 동원됐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지난 10월4일 포털을 겨냥한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냈다. “사실상 ‘악마의 편집’ 확인”이란 부제가 붙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이 ‘성·자살·살인·폭력’ 등 선정적·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매일 아침 8시 기준 평균 5.4건씩 메인 화면에 배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학용 의원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포털에서 골라낸 ‘문제의 기사’는 전체 1만4742개(메인 화면에서 사진과 함께 편집된 주요 기사의 합계) 기사 중 1477개(10%)였다. 다음의 1241개(전체 8190개)와 네이버의 236개(전체 6552개)를 ‘악마의 손길’이 닿은 기사로 꼽았다.
‘악마의 편집’ 첫 발화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였다. 새누리당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발주(최형우 서강대 교수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9월 초부터 ‘대포털 공세’를 높이고 있다. 야당과 언론·인터넷업계 안팎에선 내년 총선을 앞둔 ‘포털 길들이기’란 의구심이 제기됐다. 연구 결과를 두고도 엄정하지 못한 분석(기사 제목만 대상 등)과 자의적 데이터 해석(개인 판단에 따라 ‘긍정·중립·부정’ 평가 등)이란 비판을 받았다. 김 대표는 보고서를 근거로 “악마의 편집을 하고 있다”(지난 9월16일)며 포털을 직격했다.
김학용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비서실장이다. 김 대표의 ‘포털 공격’을 최측근에서 지원하고 있다. 김학용 의원의 분석은 김무성 대표 발언의 ‘실증’ 성격을 띤다. 그의 실증을 검증하다보면 ‘악마의 편집을 주장하기 위한 편집’이 확인된다.
08시 기준 전수조사? 김학용 의원이 아침 8시대 기사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있다. “이용자들의 클릭을 유도, 접속량을 늘려 광고단가를 높게 책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포털 이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에 배치하는 사실상의 악마의 편집을 하고 있었다.”(분석 결론)
김학용 의원은 대표 사례로 네이버와 다음의 메인 화면 기사 3개씩을 제시했다. ‘기사 배열 이력’만 살펴보면 분석의 신뢰성은 무너진다. 네이버(다음은 시간대 일치) 기사의 경우 3개 모두 아침 8시대엔 네이버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9월3일 노출된 것으로 지목된 ‘죽으면 끝날까’()는 이날 오후 4시57분에 네이버에 등록됐다. 메인 화면엔 오후 5시5분부터 밤 9시39분까지 4시간34분 동안 걸렸다. 9월23일 노출된 ‘개저씨 꼰대… 이젠 기댈 곳 없는 50대’()도 아침 8시로부터 11시간이 지난 저녁 7시21분에야 네이버에 도착했다. 저녁 8시14분부터 이튿날 아침 6시23분까지 메인에 노출됐다. ‘사진 속 허세에 숨겨진 진실’()은 9월29일 오전 10시18분부터 오후 2시14분(오전 10시1분 네이버 등록)에 이용자들의 시선에 잡혔다. ‘아침 8시대에 선정적·자극적 기사 노출=광고수익 의도’란 논리 전개 과정에서 김학용 의원은 언론사로부터 전송되지도 않은 기사들까지 포함시켜 편집했다.
김 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가 제출한 자료 중 ‘인터넷뉴스서비스’(포털+방송사닷컴) 항목을 ‘포털’로 바꿔 통계 수치를 왜곡하기도 했다.
제목이 선정적·자극적? 김학용 의원은 제목으로만 선정성·자극성을 판단했다. 내용은 살피지 않았다. ‘죽으면 끝날까’는 이 탐사보도하고 있는 ‘가난의 경로’의 한 꼭지(제1077호 기사 참조)다. 명의도용을 당한 가난한 남자가 죽음을 생각할 만큼 극빈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추적했다. 김학용 의원실 관계자는 선정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사가 청소년한테 ‘죽으면 해결된다’고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죽으면 모든 고통을 끝낼 수 있다고 암시하는 제목이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개저씨, 꼰대… 이젠 기댈 곳 없는 50대’는 세대 갈등 속에서 우울증을 앓는 50대의 초상을 그렸다. ‘사진 속 허세에 숨겨진 진실’도 배경을 잘라내는 사진 연출이 실제를 어떻게 변형하는지를 보여주는 카드뉴스다. 선정성·자극성과는 모두 무관하다.
분류 왜곡 통한 통계 왜곡 김학용 의원의 ‘이상한 분석’은 지난 9월11일에도 있었다. 포털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조정 청구 건수를 데이터로 택했다. 최근 3년간 쌓인 전체 청구 2만5544건 중 포털 대상은 5271건(20.6%)이라고 발표했다. ‘신문 2198건(8.6%)과 방송 1022건(4.0%)보다 최대 5배 이상 많다’는 강조가 따랐다.
이 분석은 언론중재위가 김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통계를 활용했다. 보도자료에도 언론중재위의 통계분류 표를 그대로 실었다. 중재위 자료가 의원실 자료에 실리는 과정에서 딱 한 단어가 바뀌었다. 매체 유형 항목의 ‘인터넷뉴스서비스’가 ‘포털’로 수정(사진 참조)됐다.
언론중재위가 분류한 인터넷뉴스서비스엔 포털 외에 방송사가 운영하는 뉴스 사이트가 포함된다. iMBC 등 전국 및 지역 단위 지상파방송과 인터넷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인터넷YTN 등 보도전문채널, CBSi 등 종교방송, 인터넷tvN 등 케이블방송이 포털과 같은 분류를 쓴다. 언론중재위 관계자는 “김학용 의원실에 자료를 제공할 때 ‘인터넷뉴스서비스’로 명기했고 포털뿐 아니라 방송사닷컴까지 포함된 수치란 설명도 전달했다”고 했다.
단어 수정은 분석 결과를 뒤흔들었다. 모든 종류의 방송사닷컴에 대한 조정 신청이 포털에 대한 조정 신청으로 쏠리며 ‘통계의 왜곡’이 벌어졌다. ‘포털의 숫자’로 둔갑된 2012년 369건→2014년 4177건→2015년(8월 말까지) 725건 중 ‘포털에만’ 해당하는 조정 건수를 추리면 2012년 201건→2014년 117건(네이버 46건+다음 42건+네이트 23건+줌 6건)→2015년 19건뿐이다. 5271건이란 3년간 합계는 337건으로 줄어든다.
전체 건수에서 포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6%에서 1.3%로 격감한다. 김학용 의원의 발표와 15.4배 차이가 난다. 신문보다는 6.5배, 방송보다는 3배 적어 분석 결론과도 정반대다. 2014년(1만9048건 중 세월호·유병언 관련 보도에 대해 기독교복음침례회와 신도 1명이 1만6117건 접수)의 경우, 인터넷뉴스서비스의 4177건 중 종편 사이트에 대한 신청만 1738건(인터넷TV조선 732건·인터넷MBN 544건·인터넷채널A 296건·인터넷JTBC 166건)이었다. 포털보다도 5.1배 많다.
왜곡 편집을 근거로 김학용 의원은 주장했다. “포털 뉴스 서비스의 편향성 내지 객관성에 대한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당이 포털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인터넷뉴스서비스를) 포털로 바꿔 표기했다”고 말했다.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느라 보도자료 작성에 미흡함이 있었다. 네이버의 경우 전체 시간대에서 고른 선정적·자극적 기사를 아침 8시대 사례로 포함시킨 부분도 미흡했다.”
최용구는 부모에게 버림받았고, 배움을 부여받지 못했으며, 태어날 때부터 다리를 절었고, 직장에서 손가락을 잃었다. 범죄집단과 포악한 사회가 누가 주범인지 모를 만큼 시스템처럼 얽혀 거리에 부려진 그의 살을 바르고 뼈를 추렸다. 죽어도 끝나지 않을 그의 너덜너덜한 삶이 왜곡 편집됐다. ‘그 정치’가 훨씬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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