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규명할 내용이 없으므로 해체돼야 한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조대환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7월13일 특조위 위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이석태 위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결근 투쟁’ 하겠다”고 밝혔다. 특조위가 지난 6개월간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이 위원장이 세월호 유가족 등과 유착해왔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 부위원장은 “(세월호) 침몰과 구조의 전 과정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공연히 존재하지 않는 별개의 진상이 존재하는 양 떠벌리는 것은 ‘혹세무인’이며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쓴다면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고 특조위의 진상 규명 활동을 원천적으로 부정했다. 그는 “특조위는 크게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즉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비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특조위는 여야 정치권(10명)과 법조계(4명), 유가족(3명)의 추천을 받은 위원 1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조 부위원장은 새누리당 추천 인사다.
이석태 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국민들의 염원을 받아 만든 것인데 해체를 주장하다니 말도 안 된다.” 실제로 특조위는 “세금 도둑”은커녕 예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1일부터 상임위원 5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월급도, 수당도 심지어 특조위 운영비도 없었다. 특조위가 구성되기 전 설립 준비 단계에서 해양수산부의 예비비 8천만원을 받아 집기류와 비품 등을 구입한 것이 전부다. 예산 집행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공포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여전히 논란이고 공무원 파견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조대환 부위원장의 ‘돌출 행동’은 별정직 공무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별정직 공무원이란 민간인에게 일정 기간 업무를 맡기고 공무원 경력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최근 특조위는 진상 규명을 담당하는 4~7급 23명을 포함해 언론홍보, 외국어, 기록관리 등 총 31명을 별정직 공무원으로 뽑았다. 조 부위원장은 특조위 위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이 위원장이 외부 면접위원 5명 중 3명을 임의 지명하는 등 공정성을 지키지 않고 채용을 좌지우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석태 위원장은 “인사혁신처의 채용 공고에 따라 인사 과정을 감독하는 등 (별정직 채용을)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조 부위원장은 “4~5급 합격자 대부분이 시민사회단체 출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특조위 쪽은 “시민사회단체 출신은 7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계(8명), 변호사 및 회계사(5명), 조사관(3명), 공무원(2명), 언론인(2명), 영상기사, 임상심리사, 영문에디터 등 다양하게 선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특조위의 한 위원은 “조 부위원장이 추천한 법률사무소 사무국장, 국가정보원 출신 인사, 체육인 출신 사무국장 등 3명이 채용 과정에서 모두 탈락하자 ‘불공정 심사’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부위원장은 별정직 공무원을 채용 할 때인 6월26일부터 서울 중구 저동 특조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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