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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이 배상금을 거부하는 이유

국가배상금 받으려면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서약해야… “시행령 제약으로 특조위 진상규명 흐지부지되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할 것”
등록 2015-07-15 14:59 수정 2020-05-03 04:28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속한 가족대책협의회는 국가 배상금을 거부하고 있다. 배상금 규모 때문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시행령 제약’ 때문에 ‘진실 규명’이라는 제 기능을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배상금 신청 9월28일까지로 못박은 특별법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피해자를 상대로 한 배상 및 보상 신청 접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10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배·보상 관련 해양수산부 설명회. 류우종 기자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피해자를 상대로 한 배상 및 보상 신청 접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10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배·보상 관련 해양수산부 설명회. 류우종 기자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세월호 참사 배상금 및 위로지원금 지급 접수는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7월8일 “현재까지 세월호 참사 인적 피해자 461명 가운데 22%에 달하는 102명으로부터 배상 신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102명은 화물·유류·어업 피해를 제외한 참사 희생자 86명과 생존자 16명이다. 국가가 지급하는 배상금과 위로지원금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희생자 학생의 경우 배상금 평균 4억2천만원, 위로지원금 5천만원이다. 해수부는 “위로지원금 규모가 결정된 6월 중순 이후 신청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은 배상금 등을 오는 9월28일까지만 신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배상금과 위로지원금을 받으려면 ‘동의 및 청구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문서는 “배상금 등을 받았을 때에는 4·16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손해·손실 등에 대하여 국가와 재판상 화해를 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음에 동의하고, 4·16 세월호 참사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한다는 내용이다. 국가로부터 배상금 등을 지급받으면 추후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없도록 못박은 특별법 제16조에 따른 것이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는 바로 이 조항에 반발하고 있다. 가족대책협의회 박주민 변호사는 “유가족들은 돈을 더 못 받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게 아니다. 특조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어 향후 진실 규명 수단으로서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이 배상금을 더 받아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법정 증인 및 자료 제출 신청 등을 통한 진실 규명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해수부가 세월호 배·보상 금액과 접수 현황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 반면에 특조위는 정상적인 조직 정비가 언제 마무리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조위는 지난 7월3일 민간부문 공채를 통해 별정직 공무원(4~7급) 최종 합격자 31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신원조회 등을 거쳐 7월27일께 채용이 확정될 예정이다. 특조위가 지난 7월10일까지 정부에서 파견받은 공무원은 9명이다. 위원장 등 상임위원 5명과 앞서 채용한 별정직 공무원 4명을 포함해도 위원회 정원 120명의 절반이 안 되는 규모다.

핵심보직 공석·활동기간도 애매한 특조위

문제는 핵심 보직인 행정지원실장과 기획행정담당관, 조사1과장 자리다. 이 자리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공석이 유지될 전망이다. 특조위는 이 자리들에 공무원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상태다. 세월호 특별법(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은 이들 자리에 공무원을 배치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특조위는 “핵심 보직을 파견공무원으로 배치하여 특조위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행정지원실장은 기획행정담당관 보좌를 받아 위원회 업무를 종합·조정하고, 조사1과장은 세월호 참사 원인을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특조위는 지난 5월21일 제6차 회의에서 행정지원실 권한을 단순 ‘행정지원’으로 축소하고, 조사1과장을 민간부문 인사로 임명하는 내용의 특별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어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지난 6월 대통령과 행정자치부에 전부개정안 입안을 건의했다. 특조위가 법령을 입안할 수 있는 주무부처인지도 불확실해 의안제출 건의권을 행사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월10일까지 청와대와 행자부는 모두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특조위는 이 핵심 보직을 계속 공석으로 남겨두기도,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 권한을 정한 국회법 개정안 통과도 무산되면서 국회에 기대를 걸기도 더 어려워졌다.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은 “당장은 건의받은 의안에 대한 답을 청와대가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행령 문제는 정치권 여야 협의도 맞물려 있어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 건의에 청와대·행자부 ‘묵묵부답’

특조위는 활동 기간조차 불명확하다. 해석의 여지가 큰 특별법 문구 때문이다. 특조위 임기는 특별법상 ‘위원회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이며 위원회 의결을 통해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해수부는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1월부터 위원회 구성 및 활동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은 지난 6월19일 “위원회의 구성을 마친 날을 해석하는 데 논란이 있다”며 “세월호 선체 인양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특별법상 업무 수행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선체 인양 완료 뒤 6개월까지 활동 기간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늦어도 내년 말에 완료될 전망이다. 세월호 인양추진단 관계자는 “늦어도 7월 안에 인양업체 선정을 마무리하고 오는 9월에는 인양 현장 작업에 착수해 내년 안에는 인양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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