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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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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너지 정책, 세계흐름 역행”

한국 찾은 마리오 다마토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대표
“원전 반대 넘어 ‘에너지 믹스’ 대안 제시할 것”
등록 2013-11-30 14:27 수정 2020-05-03 04:27
김명진

김명진

그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입국 금지 대상’이었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마리오 다마토(58·사진)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대표를 포함한 3명의 그린피스 활동가들에게 입국 거부를 통보했다.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법무부는 그저 “국익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입국을 불허할 수 있다”는 원칙만 되풀이했다. 당시 다마토 대표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국판 탈핵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려 했다.

법원 중재로 1년 만에 허용된 입국

“한국 정부 전체가 우리를 억압하려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특정한 시점에 일부 정부기관과 세력이 우리를 억압하려 했던 건 사실이지만, 사법부가 이를 비판적으로 견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그린피스의 한국 내 활동이 공익적이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11월21일 오전 서울 서교동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있었던 이른바 ‘입국 금지 갈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입국 거부를 당한 그린피스는 지난해 12월 “입국 거부 이유를 설명하고, 그동안 발생한 비용을 배상하라”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재판부는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그린피스의 입국을 허용하라”는 중재안을 내놓았고,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다마토 대표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장도 맡고 있다. 유럽 지중해의 작은 나라인 몰타 출신인 그는 1988년부터 그린피스에서 활동했다.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주로 유럽 중·남부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스라엘·레바논·튀니지 등 다양한 나라를 거쳐 2005년 말부터 그린피스 중국 사무총장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자신의 활동 이력이 “그린피스의 활동 영역이 확대해온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2년 전, 활동가 3명으로 시작한 그린피스 한국사무소는 현재 17명까지 늘어났다. 그는 “지난 1년 동안의 활동으로 한국 정부와 많은 이해를 나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입국 금지 갈등이 풀리고 지난 7월 초 그린피스 한국사무소는 ‘방사능 방재 계획 2013’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는 원전 사고시 한국 정부가 정한 ‘비상계획구역’(피난구역) 범위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담았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이 보고서 내용을 알리기 위해 부산 기장군 고리핵발전소와 25km 떨어진 광안대교 위에 올라가 비상계획구역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도 벌였다.

“비폭력 직접행동, 중국에선 쉽지 않아”

그는 한국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으로 “한국의 원전 정책이 전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을 꼽았다.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아 얼마 전 공개된 ‘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의 권고안 내용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아직 최종안이 나오지 않아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한국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가는 데 투명성을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시민사회가 에너지 정책의 전체 그림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동아시아 지역 안에서도 그린피스가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이슈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그린피스의 캠페인 정책은 전세계적인 관점 안에서 정합니다. 중요한 지점은 어떻게 국제적인 영역에서 지역적 이슈를 연결하는가입니다. 에너지·해양·독성물질·숲·음식 등 우리가 다루는 이슈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그린피스가 바라보는 중요한 현안도 다르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 관련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다룹니다. 대만은 어업 관련 이슈에 집중해 지역 단체를 돕죠. 중국은 거의 모든 부분이 중요합니다. 그만큼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이 중에서도 중국은 그린피스가 활동하기 쉽지 않은 지역이다. 다마토 대표는 중국이 21년의 그린피스 경험 가운데 가장 인상 깊으면서도 어려웠던 활동국이라고 했다. “중국은 새롭고 도전적인 작업이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지역 안에서 새로운 융합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정부나 정치 구조, 이런 게 그동안 경험했던 서구 국가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언론을 통해 그린피스의 이미지로 비쳤던 ‘비폭력 직접행동’(NVDA)도 중국 현지에서는 적용하기 힘들었다. “우리에게 캠페인은 일종의 예술입니다. 그런데 중국 안에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제한이 많았습니다. 정치적으로 넘어서는 안 되는 임계점도 있고요. 우리가 하는 캠페인이 정부에 대항하는, 이른바 항거로 비치는 것을 중국 정부가 우려하기 때문이죠.” 그런 탓에 그린피스는 보고서를 만들어 중국 정부와 대중에 제시하거나 중국 정부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중국 안에 있는 기업의 환경오염 등을 고발해 중국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중국 정부의 특성상, 과학적 사실 중심으로 작성한 우리 보고서를 수용하는 속도가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빠르기도 합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안에서의 활동에 대해 “특정 세력을 지지하거나 반정부적인 입장에서 활동할 생각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환경문제에 대해 비판을 제기해 정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게 우리의 목적입니다. 한국의 다른 환경단체가 정치적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린피스는 지난 42년 동안 운영해오면서 한 번도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과 협력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반대한 사안을 다음 정부에서는 반대하지 않는 식의 진영 논리를 선택한 적은 결코 없습니다.”

“시민 안전 위한 원전 방재 계획 절실”

다마토 대표는 “우리 입장은 ‘한국이 탈핵으로 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지만, 탈핵을 당장 달성하기는 힘들다”며 “일정 기간 핵발전소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라도 정부가 시민의 안전을 우선한 방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단순히 원전을 반대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정부가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한 ‘에너지 믹스’를 이룰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에서 그린피스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전체 에너지의 70%를 석탄에서 얻고 원전 비중은 2~3%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는 원전을 줄이는 대신 석탄 등 온실가스를 만드는 발전소를 늘리지 않도록 지적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온실가스를 통한 전세계의 기후변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죠.”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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