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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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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대 49’의 전쟁, 문제는 ‘열정’

이제 두 달 남은 미국 대선 오바마 vs 롬니 박빙 승부… 지난 4년간 오바마 승리의 주역인 소수인종과 젊은층의 실망 커져 재선 낙관 어려워
등록 2012-09-11 20:17 수정 2020-05-03 04:26

지난 8월28~30일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2012 공화당 전당대회’에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9월4~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그의 전임자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참석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퇴임 이후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평화운동가 레이첼 코리의 유가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 공판이 8월28일 열렸다. 사진은 인터넷에 퍼진 레이첼 코리의 생전 모습과 그녀를 무참히 짓밟은 뒤 후진해서 가는 불도저 모습.

평화운동가 레이첼 코리의 유가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 공판이 8월28일 열렸다. 사진은 인터넷에 퍼진 레이첼 코리의 생전 모습과 그녀를 무참히 짓밟은 뒤 후진해서 가는 불도저 모습.

클린턴 49분 연설한 뒤

클린턴 행정부 8년 동안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막 싹을 틔운 정보기술(IT) 업계가 견인차였다. 임기 동안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만 약 2270만 개에 이른다. 만성 적자로 몸살을 앓던 연방정부의 예산도 임기 막판에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부시 행정부 8년의 성적표는, 잘 알려진 것처럼 정반대 상황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와 함께 막대한 재정 적자에 허덕이게 된 게다. 민주당 전당대회 둘쨋날인 9월5일 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명하기 위한 연설자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49분 남짓 이어진 연설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탬파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반대해야 하는 명분으로 내건 주장은 아주 단순하다. (4년 전) 우리는 난장판을 만들어놨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까지 이를 다 정리하지 못했다. 그러니 오바마 대통령을 쫓아내고, 다시 우리에게 정권을 넘겨달라. …혼자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를 원한다면 공화당에 표를 던져라. 하지만 모두 함께 번영을 구가하는, 모두 함께 책임을 지는 사회를 원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을 재선시켜야 한다.”

연설이 끝났을 때, 전당대회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미 전역에서 몰려온 대의원들은 “4년 더”를 외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msnbc>에 출연한 공화당 쪽 인사는 “아쉽게도 클린턴 전 대통령 같은 연사가 공화당에는 없다”고 입맛을 다셨다. 극우 성향의 앵커조차 “내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이 꼭 변호를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말 그대로 ‘흥행 대박’이었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심상찮게 돌아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가 9월4일 공식 블로그에 올린 자료를 보면, 공식 행사 첫날인 이날에만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트윗 메시지가 300만 건을 넘어섰다.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인 사흘 동안 올라온 트윗 메시지는 총 400만 건에 그친 바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였던 롬니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은 ‘1분당 최대 트윗’(TPM)이 1만4289건에 그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의 연설 관련 TPM은 이보다 2배가량 많은 2만8003건을 기록했다. 압도적이라 할 만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열정적인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롬니 후보는 심각한 위기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전문 인터넷 매체 는 9월5일 밤 샬럿발로 올린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어 롬니 후보가 판세를 뒤집으려면 △10월 중 열리는 세 차례 텔레비전 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압도하거나 △11월6일 투표일에 공화당 지지자의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소수인종과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가능성?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공화당이 희망을 건 세 번째 시나리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9월4일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응답자의 40%는 ‘롬니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더 낮아졌다’는 응답은 38%였고, ‘차이가 없다’거나 ‘모르겠다’는 응답도 22%나 됐다. 특히 롬니 후보의 연설에 대해 ‘매우 잘했다’거나 ‘잘했다’ 등 긍정적인 평가는 38%에 그쳤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58%에 이르렀다. 롬니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선전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다.
공화당 ‘주류’로 자리잡은 극우 성향의 ‘티파티’ 진영은 여전히 롬니 후보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다. 그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의 적자’로 통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그런데 보수 색채가 강해질수록 중도·온건 지지층은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엔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가능성이 엿보이는 건 세 번째 시나리오다. 다시 ‘변화’와 ‘희망’을 거론하기엔, 오바마 행정부가 처한 상황이 좋지 않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민주당 지지자인 마이클 무어는 지난 9월3일 인터넷 매체 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1천만 표 이상 앞서 당선됐다. 하지만 (유권자의 절대다수인) 백인 유권자만을 놓고 보면, 매케인 후보가 이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18~29살 젊은 층을 빼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매케인 후보에 뒤졌다. 그럼에도 당선될 수 있었던 건 (사회적 약자인) 소수인종과 젊은 층 유권자의 열정적인 선거운동과 압도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올해엔 4년 전의 열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3년6개월 동안 가장 큰 고통을 당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소수인종과 젊은 층이다. …어쩌면 ‘롬니 대통령’이란 표현에 익숙해져야 할지도 모른다.”
무어 감독의 주장은 공식 기록과는 몇가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열정’이 4년 전만 못하다”는 그의 분석에는 민주당 안팎에서도 고개를 주억거린다. 찬찬히 따져보자.
미 대선에서 당선되려면, 주별로 할당된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50개 주 가운데 28개 주에서 승리해 확보한 선거인단이 365명이나 됐다. 단순 득표율도 압도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체 유효투표의 52.9%(6945만6897표)를 얻어, 45.7%(5993만4814표)를 얻는 데 그친 존 매케인 후보를 크게 앞섰다. 무어 감독의 지적처럼 표차는 약 1천만 표였다. 그야말로 낙승이었다.

4년 전 투표율 높아진 곳에서 만든 낙승
미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009년 4월30일 내놓은 분석 보고서에서 “2008년 대선은 인구학적으로 가장 다양한 선거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1992년 클린턴 대통령이 초선에 성공할 당시 미 유권자의 주요 인종별 구성을 보면, △백인 81.6% △흑인 11.3% △라틴계 4.9% △아시아계 1.5%였다. 2008년 대선 때는 △백인 73.4% △흑인 11.8% △라틴계 11.8% △아시아계 3.4%로 바뀌어 있다. 2004년 1억4815만여 명이던 백인 유권자는 2008년 1억5132만여 명으로 2.1% 늘어만 반면, 2286만 명이던 흑인은 6.4% 늘어난 2432만여 명이었다. 아시아계 유권자도 652만여 명이던 게 691만여 명으로 5.9% 늘었다. 가장 많이 늘어난 유권자 집단은 라틴계다. 160만여 명에서 195만여 명으로 무려 21.4%나 수직 상승했다.
2008년 대선 공식 투표율은 63.6%로, 2004년에 견줘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인종별로 나눠보자. 2008년 대선 당시 백인 유권자의 투표율은 2004년보다 1.1% 떨어진 66.1%를 기록한 반면, 흑인 유권자의 투표율은 4.9% 높아진 65.2%를 기록했다. 라틴계(49.9%)와 아시아계(47.0%)도 각각 2.7%와 2.4% 투표율이 높아졌다.
당시 선거에서 평균 투표율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인 집단은 흑인 여성(68.8%)과 백인 여성(67.9%), 그리고 백인 남성(64.2%)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평균 투표율(65.7%)이 남성(61.5%)에 견줘 4.2%포인트나 높았던 게다. 여기에 젊은 층(18~29살)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04년 대선에서 49.0%를 기록했던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은 2008년 대선에서 51.1%로 2.1%포인트 높아졌다. 이를 인종별로 보면, 백인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은 0.2%포인트 되레 줄었든 반면 흑인 젊은이들의 투표율은 8.7%포인트 높아졌다. 라틴계와 아시아계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도 각각 5.2%포인트와 10.5%포인트 높아졌다.
이를 후보별 지지율에 맞춰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남성 유권자층에선 매케인 후보를 1%포인트 차로 앞선 반면 여성 유권자층에선 13%포인트나 크게 앞질렀다. 인종별로 보면 백인 유권자층에서 매케인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을 12%포인트 차로 눌렀지만, 흑인의 95%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 또 라틴계와 아시아계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각각 67%와 62%의 지지를 얻어 매케인 후보를 압도했다. 해답은 뻔해진다.

“공포에 기대 선거를 치를 순 없다”
연령대별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18~29살 연령대에서 66%의 지지를 얻어 매케인 후보를 2배 이상 앞섰다. 무어 감독의 지적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30~44살 연령대에서도 52% 대 46%로 우위를 보였다. 다만 45~59살 연령대에선 두 후보가 동률(49%)을 이뤘고, 60살 이상 연령대에서 매케인 후보가 그나마 선전(51%)을 펼쳤다. 하지만 2008년 대선에서 처음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69%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를 만들어낸 건 ‘열정’이었던 게다.
선거는 알 수 없다. 남은 기간은 두 달이 채 되지 않는다.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cnn> 등이 실시한 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는 ‘49 대 49’였다. ‘열정’은, 분명 전과 같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4년 더”의 이유를 설명하는 과제가 남았다.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무어 감독은 “공화당 재집권에 대한 공포에 기대 선거를 치를 순 없다”고 강조했다. 틀린 말 하나 없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cnn></ms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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