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살 한 자루 없이 상어떼와 사투한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처럼, 노인들은 지금 더 많은 보상금이 아닌 인간의 존엄을 위해 싸우고 있다. 송전탑 건설에 따른 강제 토지수용에 저항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남 밀양의 박정호(61)·윤여림(73·왼쪽부터)씨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분신 대책위 제공
노인들이 싸운다. 젊은 것들 모조리 살길 찾아 도시행이니, 흙 파먹는 농촌에 남은 것은 노인뿐이다. 노인밖에 없으니 싸움도 노인 몫이다. 맞서야 할 상대는 손자 또래 용역패다. 무람없는 생계형 깡패들은 할아비뻘 농성자에게 상욕과 팔매질도 서슴지 않는다. 이 야만적 충돌 현장에서 ‘국가는 폭력의 합법적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식 정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공권력은 노인과 청년들의 기괴한 싸움을 멀찍이서 팔짱 끼고 관망할 따름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이 순박한 노인들에게 지금껏 국가의 위력을 실감할 기회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세금을 떼거나 과태료를 매기거나, 무허가 농막을 인정사정없이 때려부술 때 정도. 하지만 노인들은 최근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거대한 폭력 앞에 맨몸으로 노출돼 있다. ‘공익’이란 명분으로 사유재산을 강탈해 골프장 재벌에, 원전 사업자에 넘겨주려 한다. 그 일을 국가가 하고 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폭력의 합법적 독점체’라는 그 국가.
노인들이 원하는 건 적절한 보상금이 아니다. 평생을 함께하며 영과 육의 일부가 된 산과 들을, 있는 그대로 그들 앞에 놓아두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싸우는 노인들의 운명은 의 주인공 산티아고를 닮아 있다. 작살 한 자루 없이 상어떼와 사투한 늙은 쿠바인처럼, 그들은 청새치의 환금성이 아닌 인간의 존엄을 위해 싸우고 있다. 교육운동가 이계삼과 시인 김선우가 경남 밀양과 강원도 홍천 일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존엄을 위한 싸움’의 참관기를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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