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로 출발한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단편적인 ‘여론 환기’ 차원을 넘어 국회가 정책적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환노위,‘ 7 대 8’로 야당이 과반 점해
환노위 민주통합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지난 7월13일 열린 환노위 1차 회의에서 야당 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삼성전자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소위원회’와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실 쪽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개인 차원으로 치환하려는 기업이나 근로복지공단의 태도를 볼 때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환노위 구성상 이 문제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번 국회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확실히 처리·정리하겠다는 것이다. 환노위는 민주당 신계륜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전체 위원 15명(위원장 포함) 가운데 새누리당이 7명, 민주당 7명, 통합진보당 1명이다. ‘7 대 8’로 야당이 과반을 점했다. 게다가 야당에는 노동 현안에 밝은 심상정·홍영표 의원, 노동 전문가인 은수미 의원이 포진했다.
삼성 안에서는 직업병 문제를 털고 가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는 직업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도 관련자들의 산업재해 인정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천박한 인식도 걸림돌이다. 이채필 장관은 최근 와의 인터뷰에서 환노위 야당 의원들의 삼성전자·쌍용차 특별소위 구성 제안에 대해 “정치권이 개별 사업장 노사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노동 주무 장관의 수준이 이렇다.
심상정 의원실은 7월2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신관에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를 연다.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이들과 유가족들이 직접 나선다. 근무 당시 삼성전자 계열사들의 작업장 환경 실태, 삼성 쪽의 산재 은폐 시도 의혹, 근로복지공단의 기업 편들기 등을 증언할 계획이다.
“피해자 우선으로 대책 세워야”
지난 7월9일 발행한 918호는 표지이야기(‘삼성 공장으로 간 소녀들’)로 2000년을 전후해 삼성전자 계열사에 취업했던 전북 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학교를 나와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일했던 윤슬기(31)씨가 지난 6월 중증재생불량성빈혈로 숨진 것이 계기가 됐다. 보도가 나간 뒤 학교 쪽은 “기사를 본 동문들의 아픔이 컸다”는 뜻을 전해왔다. 학교 쪽은 “당시에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기라 취업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던 시절이었다”며 “그래도 학생들이 취업하게 되면 해당 회사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고지했다. 현재는 직업병과 관련한 사전 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왔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와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노력한 것밖에 없다”며 “누군가는 생산직에서 일을 해야 한다. 직업병 여부가 아직 가려지지 않았지만 의심이 가는 피해자 우선으로 대책을 세워줘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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