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의 경지. 소설 에서 당대 명의 유의태는 허준을 그렇게 평했습니다. ‘만 명에 하나도 드물다’는 침술의 경지랍니다. 독한 약을 과하게 써서 눈이 먼 노파에게 허준은 유의태의 지도대로 침을 놓습니다. 간을 상해 시력을 잃은 환자는 곧 극심한 두통을, 이후에는 위통을, 마지막에는 어깨 통증을 호소합니다. 환부를 바꿔가며 증세를 줄이는 과정이랍니다. 결국 환자는 눈을 뜹니다. 살아 있는 닭에게 9개의 침을 박아도 죽지 않는다는 구침지희를 구사하고 한방으로 반위(위암)까지 다스렸다는 허준입니다. 이쯤 되면 차라리 무협지라고요? 에이, 소설은 소설로 읽자고요.
한겨레 자료
허준의 재림? 그는 허준을 만난 게 틀림없습니다. 문화방송 권재홍 앵커의 이야기입니다.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었다.” 갑작스럽게 권 앵커의 하차 소식을 전한 5월17일 문화방송 의 보도입니다. 톱뉴스였습니다. 이 소식은 최근 “시청자 이외의 그 어떤 대상에도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며 앵커로 복귀한 배현진 아나운서가 전했습니다.
하지만 문화방송 노동조합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노조원들은 권 앵커와 어떠한 신체 접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청원경찰들에 둘러싸여 유유히 차를 타고 떠나셨네요. 아이고, 거짓말이었군요. 갑자기 아프다는 부위가 바뀝니다. “차량 탑승 도중 허리와 다리 등이 끼었다” “발을 헛디뎌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등 사쪽의 설명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급기야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두통과 탈진”이라는 변명까지 내놓습니다. 5월25일 권 앵커는 “송곳으로 심장을 찌르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엔 심장이네요. 이건 마치 소설 처럼 ‘통증을 줄이는 과정’인가요? 문화방송 노조가 만드는 에 따르면, 권 앵커가 입원했다는 병원의 진단은 ‘긴장성 두통’이랍니다. 후배 언론인들을 폭도로 몰려다 제대로 뽀록났으니, 머리든 심장이든 안 아픈 게 이상하긴 해요.
문제의 기사는 당사자인 권 앵커가 불러주고, 황헌 보도국장이 받아썼다네요. 요즘 는 거짓말도 그럴듯하게 ‘재처리’해서 씁니다. 누군가 불러주는 대로 쓰는 기사, 시청률은 주말 기준 2%대로 추락했습니다. 좀 있으면 종합편성채널이 친구 하자고 하겠습니다.
이분에게 배워야 합니다. 역시 관건은 타이밍이었어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그는, 최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받았습니다.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던 시점에 이미 수술대에 올라 있었다니 역시 구치소에서도 실세는 실세였군요. 노조원의 저지? 이분은 구치소 담장도 넘습니다. 판사도 몰랐답니다. 검사는 “송구스럽다”고 했습니다. 서울구치소장 결정이라지요. 과연 ‘MB의 멘토’다운 꼼수네요. 저도 언젠가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맹장수술할래요. 꼭 마감날인 금요일에 해야겠어요. 참, 저는 의 실세도, 편집장의 멘토도 아니었네요. 살아 있는 닭은커녕 프라이드 치킨에 포크 찌르는 소리는 그만하고 열심히 마감하렵니다.
어쨌거나 결말은 궁금해요. 방통대군의 ‘프리즌 브레이크’는 성공할까요? 아니, 이제는 감방대군인가요? 바야흐로 끝을 향해 달려가는 ‘MB시대’입니다. 떨고 있는 분들 적지 않을 겁니다. 설마 모두가 결정적 순간에 병원으로 달려가진 않겠죠? 그들을 위해 기원합니다. 무병장수하세요. 진심이에요.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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