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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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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는 영국에서도 봉이 김선달

지하철 9호선 논란과 빼닮은 영국의 국유 시설 사기업화…
1989년 물 산업 대자본이 투자하며 비싼 요금과 이자로 수익 창출해
등록 2012-05-05 17:24 수정 2020-05-03 04:26
잉글랜드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사기업 템스워터는 4월부터 물값을 8.2% 인상했다. 수익은 지분을 소유한 맥쿼리 몫이다. 사진은 템스워터 누리집 사진

잉글랜드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사기업 템스워터는 4월부터 물값을 8.2% 인상했다. 수익은 지분을 소유한 맥쿼리 몫이다. 사진은 템스워터 누리집 사진

영국에서도 맥쿼리가 논란의 가운데에 섰다.

영국의 사기업화는 한국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영국 일간지 의 지난 1월31일치 보도를 보면, 영국의 물 산업은 1989년 처음 사기업화됐다. 노동당에 이어 1957~63년 집권한 보수당의 모리스 해럴드 맥밀런 총리도 물·전기 등 국가 기간산업은 노동당처럼 공영체제를 유지했다. 보수당 안에서조차 기간산업의 사기업화는 과격한 극우적 주장으로 치부됐다. 마거릿 대처가 모든 것을 바꿔놨다. 신자유주의의 시대가 열렸다.

8.2%, 껑충 뛴 수도 요금

같은 영국 땅에서도 물 산업의 사기업화는 지역마다 조금 다르다. 잉글랜드(영국 중남부)의 물은 1989년 사기업에 팔렸다. 지금 잉글랜드에서는 ‘템스워터’가 서민들에게 수돗물과 하수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템스워터의 모기업은 ‘켐블워터’이고 이 회사는 켐블워터홀딩스의 자회사다. 그리고 이 복잡한 자본 구조의 양파 껍질 맨 안쪽에 맥쿼리그룹이 있다. 국제 금융자본 JP모건도 잉글랜드의 다른 지역에서 수도 사업에 투자했다. 잉글랜드 북부 스코틀랜드는 물 공영제를 유지했다. 웨일스(남서부)에서도 물 산업이 사기업에 팔렸으나 2001년 도산했다. 비영리재단이 수돗물 공급을 책임진다. 다시 물 공영제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자본 구조는 그대로 서민 물값에 영향을 준다. 지난 4월부터 잉글랜드에서는 상하수도 요금이 8.2% 올랐다. JP모건이 투자한 잉글랜드 일부 지역에서도 수도요금이 8.2% 올랐다. 이 투자회사들은 “더 많은 투자를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웨일스에서는 3.8% 올랐다. 스코틀랜드 당국은 2009년 물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칼럼니스트 닐 클라크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국제 대자본이 쪼들리는 서민으로부터 수익을 가져가도록 하기 위해 이뤄진 물 산업 사기업화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한다”며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M6 도로를 둘러싼 논란도 한국과 비슷하다. 주간지 의 2010년 보도를 보면, M6는 영국의 유일한 민자고속도로로 맥쿼리그룹의 자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버밍엄 북쪽을 지나는 왕복 6차선의 43.4km(27마일) 길이 도로다. 여러 민간자본이 M6에 지분을 투자했다. 보수당의 존 메이저 총리 시절 계획돼 2003년 개통했다. 올해 기준으로 M6의 트럭 통행료는 10.6파운드, 우리 돈으로 무려 1만8382원이다. 승용차 통행료는 절반인 약 5파운드(약 9191원)다. 한국과 영국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를 고려해도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경영 실적 좋아도 운영 회사는 적자?

M6의 과다한 이자비용도 문제다. 맥쿼리는 “경영 실적이 좋다”고 주장한다. 맥쿼리의 말이 사실이라면, 높은 통행료 덕분에 운영 수익을 많이 올려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M6 운영 회사는 2009년 적자를 냈다. 지분을 가진 민간자본에 58만파운드(약 10억6600만원)의 이자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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