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는 종합편성채널(종편) TV조선이 100억여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었다는 ‘비장의 무기’다. SBS를 반석에 올려놓은 드라마 열풍의 재현을 꿈꿨다. 그런데 2월27일 7회분 시청률이 0.886%. 애국가 시청률, 선동열 방어율과 동급, 0%대다. 타사 프로그램은 철저히 무시하는 업계 관행을 깨고 종편 4사가 시청률 동반 상승을 기대하며 밀어주기에 애쓴 결과라 더 참혹하다. 사실 의 메시지는 ·TV조선의 ‘이념’과 상극이다. 남북 합작 대체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를 통한 에너지 자립, 냉전세력과 평화세력 사이의 치열한 쟁투 끝에 평화세력의 정권 장악과 한반도 통일이 줄거리의 뼈대다. 2월6일 첫 방영된 화면을 가득 채운 한반도기는 “분단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평화지향적 접근을 시도”(김연철 인제대 교수)한 이 드라마의 지향을 상징한다. 애초 드라마 기획자가 접촉한 한국방송·문화방송 쪽은 방영을 거절했단다. 엄청난 제작비 부담과 함께 소재·줄거리가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노선과 상치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그 뒤 SBS 쪽과 협상도 지지부진한 와중에 TV조선이 ‘제작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대박만 터뜨려달라’며 베팅을 했다는 게다. 가 어떤 매체인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사설을 쓴 자칭 ‘대한민국 정체성 사수대’다. 그런데 10년 뒤 한반도기가 펄럭이는 드라마를 거액을 들여 자사 종편에서 방영하다니…. 카를 마르크스였던가,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갈파한 이가. 하긴 가 주장과 달리 ‘이념’보다 돈과 영향력을 중시한다는 게 새삼스러울 건 없다. ‘0% 시청률’은 이명박 정권이 온갖 특혜를 줘서 어렵사리 세상에 내놓은 ‘조·중·동·매’ 종편 4사의 공통 브랜드다. 그러니까 MB의 편애는 이 ‘한 지붕 네 가족’에겐 죽음의 키스였던 게다.
종편 4사의 시청률이 땅바닥을 뚫을 기세라면,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MB氏’(문화방송), ‘김비서’(한국방송)라는 치욕스러운 별칭으로 불려온 방송사 기자·PD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기세다. 문화방송·한국방송·YTN 노조가 초유의 방송 3사 동시 파업에 나서고, 파업 따위는 멀리해온 ‘착한’ 기자들도 연가투쟁을 벌이고 있다. 종편은 산송장과 다름없고, 방송을 유린해온 친MB ‘낙하산 사장’들이 쫓겨날 지경인데도 MB는 아무런 말이 없다. MB의 시대착오적 언론 장악 프로젝트는 임기도 끝나기 전에 파산했다.
한편, 2월29일 북-미가 제3차 고위급 회담 결과를 동시 발표했다. 북쪽은 핵·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개발·활동 ‘임시 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 수용을, 미국 쪽은 대북 영양지원(24만t+α)과 쌍무관계 개선 등을 약속한 게 골자다. 이 뉴스를 접한 지인의 첫 반응은 “한국만 새 됐네”였다. 이명박 정권이 ‘사상 최고의 찰떡 공조’라고 자랑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그간의 냉담한 태도를 버리고 ‘김정은의 북한’을 직접 대화 상대로 인정해 ‘협상의 길’을 열었다. 2008년 12월 6자회담 결렬 이후 첫 북핵 관련 합의이자,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북-미 합의다. 갈 길이 멀지만,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불문가지다. 그래서 정말 궁금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 이튿날 3·1절 기념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그런데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북-미 합의에 대해서도,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이건 뭔가? 아뿔싸, 깜박했다. 가카는 불리하다 싶은 쟁점에 대해선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한겨레21 편집장 이제훈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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