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시인이 구속됐다. 궂은일과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찾아가 마음을 보태던 시인이었다. 내몰리고 소외받아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을 찾아가 희망을 권유하고 그들이 외롭지 않게 하려고 곁에 있던 시인이었다. 송경동 시인은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시’라고 생각했다. 시인의 역할이 그래왔다는 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한용운·이육사·윤동주 등 많은 시인들에게서 이미 배워 알고 있다. 검찰은 송경동 시인만 구속하지 말라. 한용운과 이육사와 윤동주의 시까지 함께 구속하라.
법이 해야 할 일 대신해 갇힌 시인
권력에 희생당해 밥그릇을 빼앗긴 사람들을 보호해주고, 그들 편에 서서 정의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런 ‘법’이 송경동 시인을 구속했다. 이런 법은 없다. 법이 해야 할 일을 시인이 대신해야 하는 세상, 제 할 일을 대신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법이 시인을 가두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세상을 우리는 ‘야만’이라고 부른다. 법이 권력만을 비호하고 약자를 무시할 때 우리는 ‘폭력’이라고 부른다. 법이 야만과 폭력을 제 역할로 알고 있는 세상이라서 시인이 그 역할을 대신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검찰은 송경동 시인을 석방하라. 그리고 송경동 시인에게 사죄하고 고마워하라.
송경동 시인은 지난해 발목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그게 다시 악화돼 통증을 호소하며 구치소에 있다. 목에도 이상이 생겨 6주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시인을 데려갈 사람은 검찰이 아니라 의사여야 한다. 시인이 가 있어야 할 곳은 지금 구치소가 아니라 병원이다. 어서, 송경동 시인을 석방하고 병원으로 보내달라.
송경동 시인은 최근에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며칠 전 시상식이 열렸고, 그는 구치소에 있었다. 구치소에서 써서 보낸 수상소감문을 그의 아내가 대신해서 읽었다. 수상소감문에는 신동엽의 시구와 백석의 시구가 인용돼 있었다. 신동엽의 시구와 백석의 시구를 인용했을 때, 신동엽과 백석보다 더 절박하게 그 내용을 담아낼 시인이 송경동 말고 또 있을까 싶었다. 이 시대에 시는 어째야 하고, 어떻게 쓰여야 하며, 시인은 어떤 삶을 살아야 좋을까. 먼 훗날 아이들에게 지금 이 시대에 쓰인 시들을 말해줄 날이 있다면, 나는 송경동 시인의 시를 말해줄 것이다. 송경동 시인이 실천하는 ‘살아 있는 시쓰기’ 덕분에 동시대의 많은 안이한 시인들이 괴로워했다고 말해줄 것이다. 그의 삶과 시가 지닌 ‘파문’은 어떤 무늬였는지, 강가에 나가 물수제비를 뜨며 말해줄 것이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 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송경동,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중)
죄의식으로 자꾸 괴롭다
사실, 송경동 시인의 죄목은 시인들의 안이한 양심을 자꾸만 건드린다는 것에 있다. 정말로 내몰려서 외로운 자들 곁에 직접 가 있는 송경동 시인 때문에, 많은 시인들은 괴롭다. 안이함이 죄가 되어서 괴롭다. 죄의식으로 자신이 쓴 시를 자꾸 돌아봐야 해서 괴롭다. 아무리 생각해도 송경동 시인의 죄목은 구속영장을 발부해 그를 구치소에 가둘 검찰의 것이 아니다. 시인들이 둘러앉아 그의 삶과 시로 인해 받은 괴롭힘을 토로하고, 그 문제에 관해 왈가왈부해야 할 문학의 몫이다. 그러니, 검찰은 송경동 시인을 석방해서 시인들 곁으로 돌려달라.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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