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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죤 회장, 폭행 지시하고 3억원 줬나?

경찰, 이윤재 피죤 회장이 거액 주고 조폭 시켜 이은욱 전 피죤 사장 폭행했다는 진술 확보
등록 2011-10-13 15:07 수정 2020-05-03 04:26
지난 10월5일 이윤재 (주)피죤 회장이 경찰에 출두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회장은 조직폭력배에게 이은욱 전 사장에 대한 폭행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기자

지난 10월5일 이윤재 (주)피죤 회장이 경찰에 출두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회장은 조직폭력배에게 이은욱 전 사장에 대한 폭행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기자

이은욱(55) 전 (주)피죤 사장에 대한 청부폭행 사건의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0월5일과 7일 이윤재(77) (주)피죤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의 보도로 촉발된 피죤의 각종 비리 의혹이 창업자 이 회장의 청부폭행 연루로 이어져 대표적인 생활용품 기업 ‘피죤’의 앞날은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겁을 좀 주든지”

경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지난 9월29일 구속된 이 회사 김아무개(50) 이사에게 이 전 사장에 대한 청부폭행을 지시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현재 이 회장이 김 이사에게 이 전 사장의 폭행을 지시하며 5만원권 6천 장으로 된 3억원을 두 차례로 나눠 전달했으며, 이 돈이 이 전 사장을 폭행한 조직폭력배들에게 건네졌다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 현재 이 전 사장을 폭행한 무등산파 조직폭력배 3명은 구속된 상태이며, 경찰은 도주한 다른 조직원 1명을 추적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찰에서 “소송과 언론 제보 등을 통해 회사에 해를 끼치기에 김 이사에게 겁을 좀 주든지 무슨 방법을 강구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회장의 지시에 김 이사가 “청부 대가로 3억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 회장이 승낙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또 이 회장은 3억원의 출처에 대해 “회사 자금과 무관하고 내 개인금고에서 꺼내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0월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피죤 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번 폭행사건과 관련된 물증을 입수했으며, 추가로 회사 임원 2~3명을 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폭행 피해자인 이 전 사장은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다. 이 전 사장은 회사 쪽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지난 7월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전 사장은 권한남용을 이유로 영입 4개월 만인 지난 6월 해임됐다. 피죤 쪽에서는 지난 9월26일 이 전 사장과 전 임원 2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9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이 전 사장이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언론에 회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피죤에서 ‘언론에 흘린 회사 기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엇일까. 은 지난 7월부터 단독 보도(870호 줌인 ‘피죤, CEO와 노동자의 무덤’, 872호 줌인 ‘직원을 칼로 찌르는 피죤 회장’, 874호 줌인 ‘소비자도 우롱하는 피죤의 거짓 경영’, 877호 줌인 ‘자녀 명의로 수천억대 재산 관리한 피죤 회장’)를 통해 비상장 기업으로 사회적 감시를 피하고 있는 피죤 내부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비리 의혹이 회사 기밀?

의 보도에 비춰보면, 피죤 쪽에서 주장하는 기밀이라는 것은 창업자인 이윤재 회장 일가의 임직원들에 대한 폭행, 폭언, 욕설, 부당 해고, 인사, 전출 등 상식을 벗어난 경영과 회사 공금 횡령,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자식 명의 차명재산 관리, 탈세 등 비위 사실이다. 1979년 창사 이래 30여 년 동안 섬유유연제 업계 1위를 고수하던 (주)피죤은 창업자 일가의 각종 비리와 청부폭행 따위로 얼룩져 자멸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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