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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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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방 오늘 등목하고 자게”

시골 장모님이 내주시는 시원한 수박 한 덩어리와 얼음장 같은 등목 한 바가지가 우리 가족 최고의 피서
등록 2011-09-08 05:36 수정 2020-05-02 19:26
전병찬씨가 처갓집 마당에서 장모님의 등목을 받고 있다. 사위의 등을 씻어주는 장모와 등에 차가운 물 한 바가지가 쏟아진 사위 모두 환희 웃고 있다.

전병찬씨가 처갓집 마당에서 장모님의 등목을 받고 있다. 사위의 등을 씻어주는 장모와 등에 차가운 물 한 바가지가 쏟아진 사위 모두 환희 웃고 있다.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난 여름이 되면 샤워로 더위를 식히는 것도 모자라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결혼 초, 시골 처가에 내려가면 장모님은 땀을 많이 흘리는 날 위해 씨암탉을 잡아 뜨끈뜨끈한 한 상을 차려주시는 것도 모자라 우물의 시원한 물로 등목을 해주시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장모님 좋아요”를 연방 내뱉으며 애교를 부렸다. 장모님은 그런 나를 유독 예뻐해주신다. 장모님은 여름이 되면 가족 중에서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내 걱정을 많이 하신다. 나는 여름휴가철이 되면 “다른 데 갈 것 없이 시골 장모님한테 내려가서 푹 쉬다가 오자”고 말한다. 다른 곳에도 가보고 싶다고 투정하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서 시골 처가로 향한다.

우리가 내려가면 장모님은 시원한 수박 한 덩어리를 냉장고에서 꺼내 썰어놓으시면서 “전 서방, 이거 먹고 오늘 밤에는 등목하고 자게” 하신다. 그러면 나는 “장모님이 해주시는 등목이 시원한데” 하며 배시시 웃는다.

결혼 초기에는 우물의 물을 퍼올려 등목을 했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처갓집 마당에도 수돗물이 나온다. 정말 편해졌다. 저녁밥을 먹은 뒤 웃통을 훌러덩 벗고 마당의 수돗가로 가서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 아이들을 불렀다. 큰아이는 아빠가 해주는 등목을 처음으로 즐기면서 연방 “앗, 차가워! 앗, 차가워!”를 외친다. 아이의 등목을 다 해주고 나니 이제는 큰아이가 나에게 등목을 해준다.

유명한 피서지로 떠나는 것 대신 고향집에 가서 지내는 것도 좋은 피서랍니다! 글.사진 전병태


■ 전병태씨의 3등 당선 소감

“고기파티라도 해야겠어요”
떨어진다 싶으면서도 보냈는데 3등에 당첨됐으니 고기파티를 해야겠습니다. 어릴 때는 유명한 휴양지에서 신나게 수영도 하고 사람들을 구경하며 즐겼지만, 요즈음은 휴가 때 경북 의성의 처갓집에 가는 게 좋습니다. 시골이라 특별한 것은 없지만 장모님이 계시고 팍팍한 도시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고, 아이들이 농촌 생활을 즐길 수도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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