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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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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명의로 수천억대 재산 관리한 피죤 회장

명의신탁으로 세금 회피하다 아들과 소송으로 수백억 탈세 불거진 이윤재 회장… 일감 몰아주기 통한 편법 상속도 드러나
등록 2011-09-07 02:44 수정 2020-05-02 19:26
» 이윤재 피죤 회장은 30여 년 전부터 수천억원대 재산을 자녀 이름으로 관리하는 수법으로, 최소 수백억원을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이 36년 전에 당시 8살이던 아들 명의로 매입한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운수리 산 57-1번지 일대 1만7천여 평에 달하는 임야 전경.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1975년이라는 토지 매입 시기와 이 회장 아들의 이름이 나타나 있다. 한겨레21 김경호 이윤재 피죤 회장은 자신과 두 자녀, 외손자가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 물류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가치를 키운 뒤, 피죤과 합병하고 상장시켜 막대한 자본이득과 함께 세금없는 경영권 세습을 도모했다. 이 회장의 지시로 한 회계법인이 지난 4월 피죤과 선일로지스틱의 합병을 검토한 보고서다. 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한 선일의 1주당 가격이 모기업인 피죤의 40배에 가깝게 평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이윤재 피죤 회장은 30여 년 전부터 수천억원대 재산을 자녀 이름으로 관리하는 수법으로, 최소 수백억원을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이 36년 전에 당시 8살이던 아들 명의로 매입한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운수리 산 57-1번지 일대 1만7천여 평에 달하는 임야 전경.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1975년이라는 토지 매입 시기와 이 회장 아들의 이름이 나타나 있다. 한겨레21 김경호 이윤재 피죤 회장은 자신과 두 자녀, 외손자가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 물류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가치를 키운 뒤, 피죤과 합병하고 상장시켜 막대한 자본이득과 함께 세금없는 경영권 세습을 도모했다. 이 회장의 지시로 한 회계법인이 지난 4월 피죤과 선일로지스틱의 합병을 검토한 보고서다. 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한 선일의 1주당 가격이 모기업인 피죤의 40배에 가깝게 평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식회사 피죤은 이정준에게 2009년 사업연도 배당금 중 5억원을 지급하라.”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5월 초 피죤의 주주인 이정준(44)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배당금 지급명령 신청에 대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다름 아닌 피죤의 창업자 이윤재 회장의 외아들로, 피죤의 제1대 주주다. 이씨의 피죤 지분은 32%로, 부친인 이 회장의 22.3%보다 더 많다. 이 회장과 피죤이 즉각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정식 배당금 청구소송이 열리게 됐다. 피죤의 주식 배당금을 둘러싸고 이 회장 부자가 본격적인 법정 다툼에 돌입한 것이다. 첫 재판은 9월9일 열릴 예정이다. 피죤은 지난해 초 2009 사업연도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38억66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씨는 9억5천만원의 배당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수십 년 전부터 자녀 명의로 차명 관리

피죤 이 회장 부자 간의 소송전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골육상쟁에 대한 속된 호기심보다는 이 회장이 아들의 배당금 지급을 거부하는 이유 때문이다. 이 회장은 “아들 주식은 내가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주식의 실소유주이기 때문에 아들에게 배당금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피죤 관계자는 “이 회장 아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배당금을 받은 적이 없고, 이를 문제 삼은 적도 없다”며 “아들 명의의 주식은 이 회장이 명의신탁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명의신탁은 주식·부동산 등 재산에 대한 소유자 명의를 실소유자가 아닌 제3자 이름으로 해놓는 것으로, 탈세 등의 수단으로 악용돼왔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아들과의 소송에서 이기려고 스스로 명의신탁 사실을 털어놨다. 이 회장이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자녀 명의로 차명 관리하는 교묘한 수법으로 수백억원대 세금을 탈루해온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다.

» 이윤재 피죤 회장

» 이윤재 피죤 회장

이 회장이 재산을 자녀 명의로 차명 관리해온 역사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죤의 간부는 “이 회장은 자녀들이 미성년자일 때부터 자녀 명의로 재산을 관리해왔다”며 “이 회장의 자녀들이 현재 40대인 점을 고려하면 차명 관리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이 회장은 33년 전인 1978년 피죤을 설립할 때부터 자녀를 주주로 참여시켰다. 당시 딸(이주연 부회장)의 나이는 14살, 아들(이정준)의 나이는 11살에 불과했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당시는 실명제가 시행되기 이전으로, 차명 주식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75년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운수리 산 57-1번지 일대 임야 1만7천여 평을 아들 이름으로 매입했다. 당시 아들의 나이는 8살이었다.

이 회장이 자녀들 명의로 관리해온 재산은 주식과 건물, 토지, 예금, 채권 등 다양하다. 전체 재산 규모는 2천억원대로 추정된다. 딸인 이주연(47) 부회장 명의로 된 재산은 피죤 주식 59만 주(지분율 15.3%), 비상장 계열사인 선일로지스틱 주식 5375주(26.9%), 서울 강남 소재 빌딩을 포함한 건물 2채 등이다. 아들 명의로 된 재산은 피죤 주식 124만 주(32.1%), 선일로지스틱 주식 7875주(39.4%), 서울 강남 소재 빌딩을 포함한 건물 2채, 경기도 남양주 소재 임야 등 다수의 토지, 예금 및 펀드 등이다. 피죤 관계자는 “아들 명의의 빌딩 2채에서 나오는 월 임대료가 1억원 수준”이라며 “이 회장 소유인 서울 역삼동 피죤 본사 사옥의 월 임대료가 8500만원인데 시가가 500억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아들 명의 빌딩들의 시가도 수백억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10대인 이 회장의 외손자도 선일로지스틱 주식 6010주(30.1%)를 보유하고 있다. 이 또한 이 회장이 명의신탁한 주식일 가능성이 있다.

» 이윤재 피죤 회장은 자신과 두 자녀, 외손자가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 물류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가치를 키운 뒤, 피죤과 합병하고 상장시켜 막대한 자본이득과 함께 세금없는 경영권 세습을 도모했다. 이 회장의 지시로 한 회계법인이 지난 4월 피죤과 선일로지스틱의 합병을 검토한 보고서다. 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한 선일의 1주당 가격이 모기업인 피죤의 40배에 가깝게 평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이윤재 피죤 회장은 자신과 두 자녀, 외손자가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 물류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가치를 키운 뒤, 피죤과 합병하고 상장시켜 막대한 자본이득과 함께 세금없는 경영권 세습을 도모했다. 이 회장의 지시로 한 회계법인이 지난 4월 피죤과 선일로지스틱의 합병을 검토한 보고서다. 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한 선일의 1주당 가격이 모기업인 피죤의 40배에 가깝게 평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전상속으로 세금 회피 목적

이 회장이 수십 년 전부터 자녀 명의로 재산을 관리해온 목적은 세금 회피다. 자녀들이 장성한 다음에 재산을 물려줄 경우 최고세율 50%의 상속증여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양주시 수동면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피죤 회장네 임야의 땅값은 취득 당시에는 평당 몇천에 불과했겠지만, 지금은 30만~40만원대에 달하고, 도로변 땅은 150만원까지 호가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회장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아들에게 100억원대의 임야를 물려준 셈이다. 피죤의 간부도 “이 회장의 명의신탁은 자녀들에게 사전상속을 함으로써 세금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명의신탁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거액의 세금과 과징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차명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실명제 위반으로 공시지가의 4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차명 예금과 채권도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30%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명의신탁 주식은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증여로 간주돼 증여세와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빌딩과 남양주시 소재 임야 등 차명 부동산에 대한 과징금만 수백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 회장 자녀의 피죤 주식 183만 주에 대한 증여세와 가산세는 국세시효(15년) 때문에 직전 15년 동안 이뤄진 유상증자 납입금에 대해 부과된다.

이 회장은 아들의 재산권 행사에 크게 분노해 처음에는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검토했다. 그러나 차명 재산에 대한 세금과 과징금 부담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자 회사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의 부인도 “어차피 아들에게 상속할 것인데 무엇하러 소송을 하냐”며 강하게 만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아들 몫의 배당금을 딸에게 대신 넘겨줘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피죤의 전직 임원은 “이 회장은 올봄에 아들 몫의 배당금 9억5천만원을 이주연 부회장 명의의 통장에 입금하도록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이 회장은 이전에도 아들에게 배당금을 준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딸에게 임의로 넘긴 배당금이 추가로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명의신탁 재산 내역

» 명의신탁 재산 내역

이 회장이 막대한 재산을 자녀 명의로 차명 관리해온 비밀이 드러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아들인 이정준씨의 재산권 행사다. 이씨가 자신 명의로 된 재산에 대해 권리 행사에 나선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피죤 관계자는 “이 회장 아들이 지난해 하반기 입국해, 자신 명의로 돼 있는 건물과 토지에 대해 소유주를 자신의 한국 이름 대신 미국식 이름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아들 명의인 남양주시 수동면 운수리 임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8월23일자로 토지 소유자가 이정준에서 마크정준리로 변경됐다(사진 참조). 이씨는 또 건물 임차인들에게 자신이 실소유주이니 앞으로는 임대료를 이 회장이 아닌 자신에게 보내도록 요구했다. 현재 건물 임대료는 아들 이정준씨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 7월에도 국내에 들어와 자신 명의로 된 예금과 펀드를 모두 인출해갔다. 피죤 관계자는 “이 회장 아들이 인출해간 현금 자산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씨의 배당금 요구도 이런 재산권 행사의 일환인 셈이다.

인수·합병 뒤 막대한 이득 챙길 계획

이 회장의 아들은 과거에는 회사 경영은 물론 아버지의 차명 재산에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죤 관계자는 “아들은 이 회장이 자기 명의로 막대한 재산을 관리해온 사실도 잘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태도를 돌변해 갑자기 재산권 행사에 나선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은 그의 설명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피죤 주변에서는 회장 부자의 재산권 다툼은 둘 간의 오랜 불화가 배경에 깔려 있다고 말한다. 불화의 결정적 계기는 아들의 결혼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피죤 관계자는 “이 회장은 전주 이씨 왕가의 후예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어 자신이 정해주는 배우자와 아들이 결혼하기를 바랐는데, 아들이 자신의 뜻을 저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부자의 연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 아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 국내 금융권에 잠깐 근무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학위를 취득한 뒤 줄곧 미국 생활을 해왔다. 지금은 미국 동부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씨는 2008년 회사 창립 30돌 기념식과 지난해 아버지의 희수연(77살)에도 모두 불참했다. 피죤의 전직 임원은 “이 교수는 ‘아버지가 내 인생을 망쳤다’고 말할 정도로 부친에 대한 원망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임원은 “이 회장은 아들이 재산권 행사에 나서자 주식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했으나 아들이 거절했다”며 “이 회장이 지난해 아들을 상대로 소유주식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윤재 회장은 재산을 자녀 명의로 차명 관리한 것은 물론 가족 소유의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 수법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94년 설립된 선일로지스틱은 피죤의 물류업무를 맡고 있는 회사로, 피죤 제품을 대형마트·대리점에 배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선일의 지난해 매출액은 105억9천만원인데, 이 가운데 피죤과의 거래액이 103억7천만원에 달한다. 사실상 매출액의 거의 100%를 피죤에 의존하는 셈이다. 선일의 주식은 이윤재 회장 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다. 이 회장 부부의 지분이 3.7%에 불과한 반면 자녀와 외손자의 지분이 96.3%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감 몰아주기를 편법 상속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부 재벌의 행태와 판박이다.

이 회장은 선일을 올해 상반기 중에 피죤과 합병한 뒤 합병법인을 주식시장에 상장해 막대한 자본이득을 챙기는 계획까지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입수한 회계법인의 ‘합병 검토 보고서’ (2011년 4월6일 작성)를 보면 피죤과 선일을 1:39.91 (선일 1주식당 피죤 주식 40주를 교부)의 비율로 합병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사진 참조). 또 피죤은 상장 추진을 위해 하나대투증권을 대표 주간사로 선임했다. 결국 이 회장은 가족이 보유한 비상장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기업 가치 증가→피죤과 합병→상장이라는 과정을 통해, 2세에게 세금 부담 없이 경영권을 넘겨주고 막대한 자본이득까지 얻으려 한 것이다.

불매운동에 국세청 탈세 혐의 내사

하지만 이 회장의 이런 계획은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이은욱 사장 강제 해임 사태, 의 회장 일가 비리 폭로 등의 예기치 않은 일들이 터져 어그러졌다. 증권가에서는 피죤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상당 기간 상장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피죤의 한 간부는 “선일과의 합병과 합병법인의 상장 추진이 무기한 보류된 상태”라고 말했다. 피죤이 지난 7월부터 선일이 하던 물류업무를 현대로지엠으로 넘긴 것도 당분간 합병과 상장이 힘들어졌다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주력사업을 잃은 선일은 다른 대체사업을 찾지 않는 한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은 이 회장 일가의 재산 명의신탁과 탈세,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고 이 회장과 이주연 부회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회신을 받지 못했다.

피죤을 내사하고 있는 국세청은 이런 이 회장 일가의 탈세 혐의를 이미 포착하고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자녀 이름으로 거액의 재산을 차명 관리하며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 회장의 차명 부동산이 남양주 소재 임야 외에도 서너 건 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정 당국에서도 이 회장이 국내 본사와 중국 현지 법인 간 거래를 이용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도 이 회장의 부당노동행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노위는 피죤의 김아무개 전 팀장이 제출한 부당전보 취소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30일 내 원직 복직 판정을 내렸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김아무개 전 팀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갑자기 지방으로 발령내고, 팀장 직위도 빼앗았다.

소비자들의 피죤 제품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자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는 등 피죤의 위기는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이다.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서는 “사원을 (회장) 개인의 노예처럼 부리며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는 업주가 생산하는 물품을 우리 가족을 위해 쓸 수 없다”며 피죤 불매운동에 대한 청원이 진행 중이다. 8월 말까지 7천여 명에 가까운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다. 소비자단체들도 피죤이 제품의 핵심 원료를 저가품으로 교체하고, 함량을 줄이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 보도와 관련해 품질조사를 검토 중이다. 섬유유연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불매운동 등의 영향으로 1위 업체인 LG생활건강과 피죤 간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윤재 회장은 이런 위기 상황에 아랑곳없이 종전의 경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국세청이나 검찰) 조사 걱정할 것 없다. 10억원이면 다 해결된다”라고 큰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임직원들에 대한 인사 횡포도 여전하다. 지난 8월22일에는 인사총무 담당인 권아무개 이사와 자금팀장을 맡았던 김아무개 부장이 이 회장의 사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회사를 떠났다. 이 회장은 아무 근거 없이 권아무개 이사가 회사 내부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인사총무팀의 송아무개 사원에게도 같은 혐의를 지워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강원도 원주영업소로 발령냈다.

이 회장, “10억원이면 다 해결된다”

피죤은 또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품질 저하 논란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구하자 “원료의 배합을 바꾼 것이지 제품 품질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죤의 한 전직 임원은 “피죤의 핵심 원료인 향과 계면할성제의 함량을 줄이고 저가품으로 교체한 사실을 원료 배합의 변화라고 강변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피죤은 국내 공장에서 허위 공사 계약을 맺은 뒤 자금을 중국 공장 공사비로 빼돌린 혐의에 대해 “유령 계약으로 회삿돈을 전용한 것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그 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린 것은 아니고 모두 중국법인 공사에 썼다”고 해명했다.

한 퇴직 임원은 “이 회장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이런 상태라면 실추된 신뢰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피죤에서 15년간 근무하다가 1990년대 중반 그만둔 ㅇ(55)씨는 “피죤은 수많은 임직원들의 희생으로 성장한 회사로, 나 자신도 피죤을 팔기 위해 전국에 안 다닌 곳이 없을 정도”라며 “재산이 많은 이 회장은 피죤이 망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임직원들은 생계가 걸린 만큼 하루속히 경영 정상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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