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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비리는 처벌하지 못한다?

안산 A고 감사 결과 구체적 비리에도 경고 처분 그친 경기교육청… 교사 해임 등 학교의 보복 조처에도 침묵 일관
등록 2011-07-14 16:55 수정 2020-05-03 04:26

학교 예산·결산 보고서 위·변조,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한 미자격 졸업(부정졸업), 기자재 구입비 횡령 등 경기 안산의 A고등학교에 대한 의 보도(848호 표지이야기 ‘벼랑 끝 15명의 졸업 희망가’ 참조)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은 경기도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담은 경고장, 특정감사결과 처분서 등을 입수했다. 지난 3월2일부터 3월25일까지 20여 일 동안 있었던 이례적인 대규모 감사의 결과였다.

‘경고’는 가장 가벼운 처벌

비리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졌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처분은 가장 가벼운 수준인 ‘경고’에 그쳤다.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짧은 말로 오랜 부정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봐주기 감사, 부실 감사 등이 거론됐다. 한 교사는 “경기교육청이 진보 교육감이 있는 곳이라 일말의 기대를 했는데 결국은 돈 있고 힘있는 편을 들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학생과 교사들만 피해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지적된 학생들의 교육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제보자를 색출해 모두 해임하겠다는 학교 고위 관계자의 폭언이 교사들에게 쏟아졌다.

경기도 안산의 A고. 대형 할인마트 안에 이벤트 회사, 사무용 가구 업체와 함께 섞여 있다. 교육청은 지난 3월 대대적인 감사를 벌여 학교 예산·결산 보고서 위·변조 등을 적발했으나 경고 처분에 그쳤다.

경기도 안산의 A고. 대형 할인마트 안에 이벤트 회사, 사무용 가구 업체와 함께 섞여 있다. 교육청은 지난 3월 대대적인 감사를 벌여 학교 예산·결산 보고서 위·변조 등을 적발했으나 경고 처분에 그쳤다.

처분서만 보면 부실 감사 지적이 무색할 정도로 비위 사실이 또렷하다. 그만큼 문제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2009년 예산서 및 결산서 허위 보고 △교직원 인건비 보조금 목적 외 사용 및 이중 수령 △교재·교구 관리 부실 및 목적사업비 허위 정산보고 △교직원 보수 집행 부적정 등을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009년 한 해 동안 교육청이 지원한 6억3천여만원 등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점, 실제 집행되지 않은 교직원 인건비, 연구장학비, 입시관리비, 학생복리비, 시설비 등 7천여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세출결산서에 담아 허위 보고한 점 또한 밝혀냈다. 예산에 없는 학교 건물 매입 비용 8억4천여만원을 집행한 사실도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A고의 예·결산 과정에서 2009년 한 해만 15억여원에 이르는 돈이 누락되거나 의도적으로 잘못 기록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A고의 행정이 얼마나 편법적으로 이뤄져왔는지, 관할 교육청인 경기도교육청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된 부정졸업(출석을 채우지 않고 졸업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감사팀 관계자는 “부정졸업이 80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3개년 졸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보도를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이 조사 또한 다른 사안과 마찬가지로 최근 3개년에 국한된 것이어서 그 이전 시기로 소급하면 부정졸업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감사팀의 다른 관계자는 “교육청의 조치가 없었지만 관할 경찰서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고발 조처로 책임을 면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내부 사정은 조금 다르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잘못된 사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법률자문을 받아 들여다보니 그것을 어떤 위법으로 판단 내려야 하는지 불분명했다”며 “일단 경찰 쪽에 넘겼으니 그쪽에서 판단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정기관에 수사를 요구한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교육청 차원의 조처는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정졸업은 지난 2월 취재 당시 교육청 스스로도 “단 한 사람이라도 졸업장 장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곧바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취했던 사안이다. 교장 자신도 “출석 사정을 조금 봐줬을 수는 있지만 수업 일수를 안 채운 사람이 졸업장을 받을 수는 없다”고 자신 있게 항변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런 비리를 발견했음에도 교육청 차원의 조처를 하지 못했다.

교육청, 적용 법규 없다며 처벌 미뤄

감사 대상 시기가 왜 2009년에 머물렀느냐는 의문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도교육청 감사과의 한 관계자는 “2009년에 A고가 이전하면서 이전하는 곳을 매입하는 비용이 대량으로 지출된 점에 주목하고 2009년 회계에 초점을 맞췄다”며 “2008년 이전 예·결산 보고서에서는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은 이미 2008년 이전에도 동일 항목의 누락 및 오기가 있었던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교육청의 관점대로 2009년 학교 이전 과정에서 거액이 쓰인 점 등에 주목해 해당 연도에만 감사를 집중했다 하더라도 그 이전 과정이 단순히 2009년 한 해만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교육청이 파악했다면 감사가 그해에 머물 수는 없다. 최소한 A고가 이전을 시작한 2007년부터는 감사를 해야 했다. 도교육청의 감사가 3년마다 있어왔고 매년 현장 점검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전을 알아채지 못한 점, 뒤늦게 2009년에만 주목한 점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학교 이전은 위반시 해당 학교에 대한 지정 취소가 가능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다. 학교 이전 당시 근무했던 학교 관계자는 “감사나 현장지도 당시 실제 교실만 둘러봤어도 알 수 있었다”며 “학교 기자재 이사나 내부 수리 등 전문인력이 필요한 일을 학생들에게 맡겼다. 학교라고 부를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증언했다. A고는 지금도 한 대형마트와 건물을 함께 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 감사과의 관계자는 “다른 시기까지 들여다볼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도교육청의 경고 조처는 합당한 것일까. 예·결산 보고서에 회계 조작이 있거나 부정졸업 등 법 위반 사안이 있을 때 교육 당국이 내릴 수 있는 처분은 평생교육법에 의거한 설치 인가 및 등록 취소, 교육과정 정지 명령 등이다. 이번에 내린 경고는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처분으로는 가장 경미한 수준의 것이었다. 감사과의 관계자는 “경고 처분만이 아니라 부당 지급한 지원금 등의 환수 조치도 취했다”고 했지만, 지원금 환수는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돈을 돌려받는 것일 뿐이라는 점에서 징벌적 처분과는 무관하다. 경고에 그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감사에 참가한 교육청의 다른 관계자는 “해당 학력인정시설은 국가 재산이나 법인 재산이 아니라 개인 재산으로 분류돼 횡령이 성립될 수 없다”며 “다른 법으로 규율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청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제 교사로 허위 보고하고 지원이 없는 시간강사로 운용한 사안이나 허위로 컴퓨터 등 기자재를 구입했다고 보고한 사실도 감사 과정에서 밝혀졌지만 이 또한 같은 이유로 모두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의 취재 과정에서 교육 당국은 뒤늦게 추가 처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이관주 경기도교육청 교육국장은 “행정처분은 자체적으로 협의를 내린 결정으로 문제가 될 것 없다”며 “경찰 쪽의 수사 결과를 보고 추가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9일 현재 추가 처분은 내려지지 않았다.

제보 의심 교사에 대한 보복

교육 당국의 솜방망이 처분 뒤 일선 교사들에 대한 보복성 조처가 계속되고 있다. 학교는 지난 5월부터 교사들에게 급여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징벌적 차원에서 인건비 지원을 중단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교사는 부당 지급에 대해 지방노동청에 진정을 했다. 학교 쪽에서는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일부 교사에게 해임 통보를 했다. 이런 이유로 해임한 것도 탈법이지만, 이는 표면상 이유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말이다. 수업시수를 조정한다는 이유로 교육청에서 지정받은 교육과정 등에 필요한 교사까지 해임 대상이다. 물론 법 위반이다. 해임된 교사는 1명, 해임 통보를 받고 대기 중인 교사가 1명이다. 학교 비리를 제보했을 것이라고 학교 쪽으로부터 의심받는 교사들이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쪽의 이런 일방적 위법 행위에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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