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국내에 입국하는 탈북 주민에 대한 합동심문 기간을 현행 한 달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9월24일 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이탈 주민이 국내에 처음 들어와 받는 합동심문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늘리는 방향으로 국정원이 관련법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국정원에서 늘리겠다니까 부처 간 협의는 들어가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반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탈북 주민이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 국정원을 비롯해 국군기무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 경찰, 통일부 등으로 합동심문조를 꾸려 경기 시흥에 있는 안보연구센터(옛 대성공사)에서 진짜 탈북 주민인지 아닌지를 가리고 있다.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 시행령 15조는 재외공관 및 기타 행정기관의 장(각급 군부대의 장 포함)이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해 국정원에 통보하면 국정원장은 90일 안에 보호(국내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합동심문조는 탈북 주민 대부분에 대한 조사를 대개 한 달여 만에 끝내고 문제가 없으면 남한 사회 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에 입소시키고 있다.
국정원 시행령 개정 시도… 타 부처 반대 어려워이번에 국정원이 합동심문 기간을 늘리는 이유는 가짜 탈북 주민을 가려내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정원이 탈북 주민을 보다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 합동심문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 주민 전문가는 “근래 들어 중국 동포가 북-중 국경 지역에 몇 달 머물다 국내에 들어온 뒤 탈북 주민인 것처럼 행세하다, 하나원 퇴소 이후에야 그 사실이 밝혀지는 등 합동심문의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추진하는 대로 합심 기간을 6개월로 늘릴 경우 탈북 주민의 입국과 국내 적응 과정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탈북 주민의 인권 문제가 제기된다. 탈북 주민 전문가는 “탈북 주민들을 6개월 동안 사실상 구금 형태인 합동심문에 둔다는 건 국제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탈북 주민들이 합동심문을 거쳐 하나원에 석 달 동안 머무는 것도 대단히 갑갑해하는데, 합동심문 기간이 늘면 탈북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제3국에 머물면서 국내 입국을 기다리는 탈북 주민의 국내 입국도 상당 기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국정원 등 정보기관들은 중국이나 몽골, 필리핀 등지에 머무는 탈북 주민들의 국내 입국 수요를 사실상 조절하고 있다. 합동심문 기간이 길어질 경우, 제한된 수용시설을 갖춘 안보연구센터 쪽은 당분간 탈북 주민을 추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국내 입국 대기 중인 이들도 일정 차질 빚을 듯동시에 하나원 쪽도 일정 기간 업무 공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원은 한 달에 한 기수씩, 대략 200여 명의 탈북 주민을 합동심문에서 인계받아 교육하고 있다. 하나원에 거주하는 평균 인원은 600∼650명가량이다. 합동심문 기간이 늘면 하나원은 6개월 동안 합동심문을 받고 하나원에 입소하는 첫 기수가 오기까지 석 달가량은 신입 기수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정부 합동심문조의 한 요원은 “윗선에서는 (합동심문 기간을 연장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정식 공문을 받지는 않은 상태여서 우리 입장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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