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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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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댓글 달자 참모총장 명의 소환장 날아와”

불온도서 헌법소원 제기로 징계당한 군법무관 위해 국방부에 탄원서 낸 김효민·윤주호·이경환 변호사 인터뷰
등록 2009-04-23 15:41 수정 2020-05-03 04:25

“(불온도서 지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7명의 군법무관들은 항명을 하거나 군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군의 중립성을 유지하고 군대 내 인권보장을 확고히 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청한 것입니다. … 비록 3년간 복무하였을 뿐이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군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으며, 군이 스스로의 잘못으로 군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모습을 또다시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디 항고심사위원회에서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효민·윤주호·이경환 변호사(왼쪽부터)

김효민·윤주호·이경환 변호사(왼쪽부터)

국방부의 ‘불온도서’ 지정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들이 법원에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낸 지난 4월16일 국방부에 한 통의 탄원서가 제출됐다. 헌법소원을 낸 군법무관들을 파면 등 중징계한 것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탄원서를 낸 이들은 3월31일자로 전역한 법무 71기(사법연수원 35기) 출신 군법무관 50명. 얼마 전까지 군인이었지만 지금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한데 모여 탄원서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군대 안에서 보고 겪은 ‘불온도서 군법무관 파면’ 사태가 도저히 남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4월16일 낮 탄원서에 이름을 보탠 김효민(30)·윤주호(33)·이경환(31) 변호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미 전역했는데, 굳이 탄원서까지 냈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이경환(이하 이): 사실 군법무관 대다수가 이번 징계는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파면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그래서 사건 초기부터 이 부분에 대해 발언하고 싶었지만, 당시는 군인 신분이었던 만큼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돼, 전역 뒤 자유로운 신분이 됐을 때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자고 얘기가 됐다. 처음엔 공개 성명서를 생각했는데,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국방부에 내는 탄원서 형식을 취하게 됐다.

- 징계 전에 해당 군법무관들에 대한 회유나 압박이 있었다고 하던데.

김효민(이하 김): 7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2명은 중간에 취하하지 않았나. 자의로 취하할 것이라면 애초 헌법소원을 왜 냈겠나. 취하했다는 것 자체가 군 당국의 회유나 압박이 있었다는 증거 아니겠나.

“법무관 내부게시판에 댓글 단 군법무관들에게 참모총장 명의의 소환장이 날아왔다. 해당 군법무관이 얼마나 곤혹스러웠겠나. 그리고 이제 누가 글을 올릴 수 있겠는가.” / 김효민 변호사

“법무관 내부게시판에 댓글 단 군법무관들에게 참모총장 명의의 소환장이 날아왔다. 해당 군법무관이 얼마나 곤혹스러웠겠나. 그리고 이제 누가 글을 올릴 수 있겠는가.” / 김효민 변호사

이: 당사자로부터 군 당국에서 취하 요청을 받았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 그 이상 구체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사건을 둘러싼 가장 큰 문제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보가 너무 없다는 점이다.

- 해당 군법무관들에 대한 많은 조사가 이뤄졌다고 하던데.

윤주호(이하 윤): 어떻게 했다더라는 말들은 많은데 정확한 얘기는 당사자들만 알 것이다. 다만 출퇴근 기록은 다 체크했다고 하더라.

김: 출퇴근 조사를 했다던데, 그런 쪽에서는 꼬투리 잡을 게 없어 문제 삼지 못한 것 아니겠나.

이: 군 당국이 조사를 많이 하긴 했나 보더라. 육본 법무실에서 최종 정리해 내놓은 보고서를 봤는데, 책 한 권 분량이더라. 군법무관 각각이 누구며, 어떻게 만나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등이 자세히 적혀 있더라.

-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군법무관들에 대한 조사나 압박도 있었나.

김: 내가 3월 중순에 육군 법무관들이 사용하는 내부 게시판에 ‘파면은 부당하다’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 몇몇이 댓글을 달았다. 그 가운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군 수뇌부를 성토하는 내용도 있었다. 조금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부 게시판이기에 자유롭게 의견이 개진됐다. 그런데 며칠 뒤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 소환장이 날아왔다.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게다가 수신자는 지휘관이었다. 사단장 등 지휘관이 수신자로 지정된 참모총장 명의의 소환장이 날아왔는데, 해당 군법무관이 얼마나 곤혹스러웠겠는가. 그런데 불려가 조사받고 아무런 조처 없이 넘어갔다. 부르는 데 의미를 둔 것이지. (웃음)

- 일반 군법무관들의 의사표시도 많이 위축됐겠다.

김: 법무관들만 볼 수 있는 내부 게시판이어서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들이 오갔는데, 글 하나 잘못 올리면 참모총장의 소환장을 받게 됐으니, 이제 누가 글을 쓸 수 있겠나.

이: 소문만 무성한 채 말들만 많아 군법무관들도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런데 그 사건으로 글도 쓸 수 없게 됐다. 내가 걸려 소환장이라도 받으면 어떻게 하겠냐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게다가 파면 징계가 내려진 뒤 아예 공지사항이 떴다. 의견이 있으면 개별적으로 말하고 함부로 글을 올리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 촛불집회 탄압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군에서 그렇게까지 심하게 입을 다물게 하다니 이해가 안 된다.
“헌법소원 소식은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혹 모든 군법무관들에게 헌법소원을 내자고 했다면 집단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건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 윤주호 변호사

“헌법소원 소식은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혹 모든 군법무관들에게 헌법소원을 내자고 했다면 집단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건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 윤주호 변호사

김: 사실 군 당국을 대상으로 한 정당한 소 제기는 그동안 수도 없이 많았다.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는 소송, 징계 수위를 낮춰달라는 소송, 월급을 되돌려달라는 소송 등이 끊임없이 이뤄졌다. 그런데 불온도서 지정을 둘러싼 헌법소원만 유독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대목은,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명령을 일단 수긍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바로 항명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지시를 이행하면서 사법부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것인데도 (군 당국이) 이렇게까지 나온 것이다.

이: 형식적으로는 군법무관이 자신의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를 신청한 것이지만, 내용은 전 장병을 대신해 구제를 신청한 것이다. 전 장병의 헌법적인 권리를 위해 한 행동을 두고 징계를 내리면, 앞으로 군 장병들은 헌법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생각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 불온도서 헌법소원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는데.

이: 사실 언론 보도를 통해 헌법소원을 냈다는 소식을 접했다.

윤: 나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모든 군법무관들에게 헌법소원을 내자고 했다면 집단행동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이번 건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 법무병과 수뇌부의 태도에 대한 말들이 많더라.

이: 파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등 말은 많은데 육본 법무실이 공식적으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나온 게 없다. 헌법소원 파문 뒤 육군본부에서 영관급 이상 법무참모 회의가 있어서 대리 자격으로 참가한 일이 있는데, 대다수가 ‘징계는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법무실은 공식 의견이 무엇인지 말하기 꺼리더라. 마치 뭐라고 말하면 곧바로 새나가니 말 못한다는 태도 같았다.

윤: 법무실장이 파면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말은 많지만 확인되지 않는 것들이어서 조심스럽다.

이: 그런 상황 자체에 수뇌부의 책임이 있다. 병과 수뇌부가 나서 소속원들 사이의 정보를 다 차단하니, 병과원들이 징계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어디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정보가 다 차단돼 있다.

- 지난 정권에서 군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실제는 어떻던가.
“흔히들 군법무관은 군인이냐, 법률가냐고 묻는다. 내 생각엔 법을 지키는 군대를 만들라고 만든 존재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군 당국은 법률가 아닌 부하로만 보는 것 같다.” / 이경환 변호사

“흔히들 군법무관은 군인이냐, 법률가냐고 묻는다. 내 생각엔 법을 지키는 군대를 만들라고 만든 존재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군 당국은 법률가 아닌 부하로만 보는 것 같다.” / 이경환 변호사

김: 군검찰과 군법원이 독립돼 있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군검찰이 누구를 기소하거나 영장을 청구할 때는 꼭 지휘관 결재를 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단급에서는 고위 장교 수사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령인 부사단장 대부분이 승진을 못한 이들이어서 사단장보다 선배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 대한 영장이나 기소장에 사단장이 서명할 수 있겠나. 재판도 마찬가지다. 재판장은 일반 군인이고, ‘관할관 감경’이라고 해서 지휘관 마음대로 형을 줄여줄 수도 있다.

이: 관할관 감경은 국회 등에서 지적을 받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를 통해 힘있는 간부들이 빠져나가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 특히 군형법도 아닌 일반 형법에 저촉됐을 경우에도 지휘관이 개입해 그냥 봐줄 수 있는 구조는 문제다.

- 이번 사건이 군 사법제도 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 사실 그동안은 지휘관들이 구속영장 청구에 서명을 안 해준다든지 하는 일은 있어도, 군검찰의 일처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지휘관이 마음만 먹으면 군검찰도 파면이든 뭐든 다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군판사·군검찰의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장이 이러고 나서는데 일선 지휘관들이 자제를 하겠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상한 명목으로 중징계 내리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 이번에 징계 대상자들에게 언론을 접촉했다는 둥 머리를 깎았다는 둥 사소한 것들을 걸어 징계하지 않았나. 다른 법무관들에게도 이렇게 부수적인 사유로도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 같다.

- 전역해 ‘남의 일’이 됐는데, 이렇게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것이 의미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흔히들 군법무관은 군인이냐, 법률가냐고 묻는다. 내 생각엔 법을 지키는 군대를 만들라고 둔 존재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번 조처에는 무조건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부하라고만 생각하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이런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 법조인으로서 보기에, 국가권력의 행사로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당해 그 권리를 법원에서 구제받겠다고 나선 것을 징계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그런 나라는 법치국가가 아니다.

글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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