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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노조 가정법 미래

민영화·징계 등 현안 적극 대처 못하면 가시밭길
등록 2008-12-11 11:14 수정 2020-05-03 04:25

한국방송 12대 노조선거를 가른 건 단 66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66표가 향후 한국의 방송 시장에 끼칠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12월3일 나온 결선 투표 결과, 현재 노조를 계승하는 강동구 후보가 2045표를 얻어 1979표를 획득한 김영한 후보를 제치고 새 위원장에 당선됐다. 김 후보와 그를 지지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쪽은 큰 충격에 빠졌다. 1차 투표에서 155표 차이로 강 후보를 제치고 결선에 올랐음에도 되치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 내부에서는 기술직 출신인 강 당선자에게 기술직 표들이 쏠린데다 강경 투쟁을 예고한 PD 출신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상윤 전 노조위원장 등이 회사 일부 간부들이 강 후보 쪽 선거운동을 벌이고 다녔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사원행동 쪽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 결과에 따라서는 파장이 일 가능성도 있다.

한국방송 12대 노동조합 집행부로 뽑힌 강동구 위원장(왼쪽)과 최재훈 부위원장. 미디어오늘 이치열

한국방송 12대 노동조합 집행부로 뽑힌 강동구 위원장(왼쪽)과 최재훈 부위원장. 미디어오늘 이치열

2차 투표서 66표차로 뒤집어

95.7%라는 역대 한국방송 노조 사상 최고의 투표율이 가리키듯이 이번 선거는 안팎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의미를 따져보면, 우선 한국방송 직원들은 안정을 택했다. 일부에서 낙하산 소리를 듣는 사장과 날선 대립을 하기보다는 공존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내년에 송출직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압력을 한나라당에서 받을 예정이다. 이 사장으로서는 적극적으로 거부하기 힘들다. 강 당선자가 얼마나 큰 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다.

내부적으로는, 선거로 정점에 이른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심사다. 사원행동 쪽은 일단 강 당선자의 행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 속에서 “별도의 복수노조 체제로 가자”는 일부의 목소리도 튀어나온다. 한국방송 노조가 언론노조에서 탈퇴한 만큼, 일부 조합원이 언론노조에 직접 가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강 당선자는 과의 전화 통화에서 “(나를 찍지 않은) 반을 끌어안지 못하고 내부에서 갈등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하면 결국 한국방송의 손해”라며 “집행부 구성 과정에서 분열된 정서를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탈퇴 속 연대 투쟁 회의적

이보다는 한나라당이 방송 시장 재편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잖아도 문화방송, 한국방송 노조가 방송 문제에 공동 대응하던 때에 비해 한국방송 노조가 언론노조와 불화를 빚은 이후 개혁 세력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 당선자는 언론노조 재가입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도 “방송계 현안에 대해서는 다른 방송사 노조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친이병순’으로 분류되는 강동구 노조가 문화방송 민영화와 같은 방송 현안에 대해 적극 연대 투쟁을 벌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국방송의 한 기자는 “사원행동이 정권의 한국방송 장악 기도에 맞서 싸울 때 등 뒤에서 칼질하던 노조가 앞으로 얼마나 싸울지 의문”이라며 불신을 표시했다. 결과적으로는, 한나라당이 가장 원하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향후 강 당선자가 12월10일로 예정된 사원행동 쪽 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징계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와 12월 셋쨋주로 예정된 노조 지부장과 중앙위원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원행동 쪽이 다시 노조와 선을 그으며 분기탱천할 동력이 마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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