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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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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빌딩 ‘2차’ 노래빠 “방 빼!”


이 대통령 쪽, <한겨레21>이 보도한 성매매 업소에 계약해지 소송…
<한겨레21> 기사를 증거물로 제출
등록 2008-11-18 13:56 수정 2020-05-03 04:25

“ 기사대로라면 이는 피고가 임대차계약서상의 금지사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입니다. (중략)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합니다.”


‘제2의 출입문’을 두고 영업 계속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방 빼!”를 선언했다. 자신이 소유한 서울 양재동 영일빌딩 지하 1층에 입주해 있는 유흥주점에 대해서 말이다. 이 대통령은 11월7일 이 유흥주점 업주 이아무개(36·여)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건물을 비워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 때 음식점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이를 어길 경우 지체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이에 근거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자신 소유의 건물에 입주한 유흥주점에 방을 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7월과 11월 <한겨레>에 이어 올해 4월 <한겨레21>이 이 문제를 잇따라 지적한 뒤에야 뒤늦게 내려진 조처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자신 소유의 건물에 입주한 유흥주점에 방을 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7월과 11월 <한겨레>에 이어 올해 4월 <한겨레21>이 이 문제를 잇따라 지적한 뒤에야 뒤늦게 내려진 조처이다.

대통령이 ‘개인 이명박’의 자격으로 민사 송사까지 나서도록 만든 이 유흥주점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는 ‘대선후보와 섹시클럽’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서울 양재동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런 간판을 만난다. ‘○○ 섹시클럽, 미모의 아가씨 100명 항시 대기, 팁 40000원.’ 멋들어진 건물의 외양에 견줘 품격이 떨어지는 간판이다. 건물 소유주는 바로 이명박 후보. 우리는 ‘미모의 아가씨’들이 업주에게 벌어다준 돈의 일부를 월세로 챙겨가는 건물주 대통령을 모시게 될 수도 있다”라고 썼다.( 2007년 7월18일치 26면)

공직 후보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박근혜 전 대표와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던 이 대통령과 관련해 서울 도곡동 땅과 (주)다스의 실소유주 논란 등 여러 굵직한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 ‘유흥주점 입주’건은 묻히는 듯했다. 물론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는 사이 유흥주점의 영업은 계속됐다.

4개월 뒤인 11월에는 이 유흥업소와 관련한 두 번째 기사가 나왔다. 한 여성 접대부는 손님으로 가장한 취재진에게 “2차 비용은 20만원이고 이 가운데 15만원 정도를 가져간다. 다른 곳보다 벌이가 좋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사장으로 있던 빌딩 관리업체 대명통상 직원들이 성매매를 하기 위해 숙박업소로 나서는 접대부들을 위해 ‘제2의 출입문’을 열어주는 등 성매매 영업에 ‘협조’하고 있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2007년 11월19일치 10면)

하지만 이번에도 이 대통령 쪽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당시 이 대통령 캠프 오세경 변호사는 “(해당 업소는) 유흥업종으로 적법하게 허가를 받은 곳”이라며 “우리가 직접 점검하기도 하는데, 불법은 없는 것으로 안다. 성매매 알선은 잘 모르겠다. 이 후보에게 이 빌딩 지하의 업소에 대해 한 차례 보고를 했고, 이 후보가 ‘적법한 범위에서 영업하도록 하게 하라’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보도 뒤 관할 서초경찰서가 수사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결과는 흐지부지됐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에서는 이 문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 업소는 잠시 문을 닫았다가 얼마 뒤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 기사대로라면…”

또다시 6개월가량이 흐른 뒤인 올해 4월. 이번엔 취재진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해당 업소를 찾았다. 업소 이름이 ‘ㅋ섹시클럽’에서 ‘ㅅ노래빠’로, 광고 문구가 ‘미모의 아가씨 100명 항시 대기, 팁 40000원’에서 ‘노래+안주+음료=무료, 단체 50인석 완비’로 순화(?)돼 있었다. 하지만 내부는 여전했다. 자리 기본이 3만원, 접대부 봉사료가 한 명당 6만원. 마담은 “이쁜 애들로 넣어드릴게. 2차? 2차는 오빠가 애들한테 잘 말해보셔”라는 친절함을 보였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내용이라면 (청와대가 아니라) 빌딩 관리인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사실관계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내용을 파악한 뒤라야 구체적인 답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708호 줌인 ‘2차 돼요? 남자하기 나름이죠’)

잇따른 보도에도 이 대통령 쪽은 이 유흥주점과 관련해 공개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유흥주점 업주에게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던 사실이 이번 소송의 소장을 통해 밝혀졌다. 이 대통령은 소장에서 “2007년 11월 언론 보도 뒤 임차인에게 계약 위반임을 알리고 계약 해지 및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업주가 업종을 노래방으로 변경하고 앞으로 법 위반 사항 발생시 계약 해지를 수용하겠다고 답해 소송까지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 기사대로라면 피고는 임대차계약서상 금지사항을 위반한 것이고, 2007년 12월께 언론 보도 뒤 약속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기사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결국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 1년4개월, 성매매 영업 사실이 보도된 지 1년, 접대부 고용 유흥주점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7개월 만에 이 대통령 쪽에서 공식적인 ‘액션’에 나선 셈이다. 뒤늦게라도 자신 소유의 건물에서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유흥주점에 대해 대응을 하고 나선 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시절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보였다는 이 대통령이 유독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굼뜬 자세를 지켜온 이유는 여전히 궁금함으로 남는다.



소장엔 성매매 보도 인용했는데
업소 문제 거론한 대변인은 유죄



지난해 12월7일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쪽의 김현미 대변인(당시 국회의원)은 기자들 앞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재산은 자녀를 위장취업시켜 탈세해서 이룬 재산이고, 성매매업소를 임대해서 만들어낸 재산입니다. 지금도 수천억원 재산은 차명 재산으로 돼 있다는 의혹이 씻겨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러운 돈으로 국민의 주권을 훔치려는 것은 매수 행위입니다”라고 말했다. 12월5일 검찰이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과 이 대통령이 무관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대통령 쪽이 재산 3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결정한 직후의 발언이었다.
6개월이 흐른 뒤인 지난 6월13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당시 발언을 이유로 김 전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했다.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2천억원대 차명재산 의혹 △성매매업소 임대 △부인 김윤옥씨의 명품 시계 구입 등 허위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공표했다는 혐의였다. 지난 10월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광만)는 차명재산 및 성매매업소와 관련한 김 전 의원의 발언을 유죄로 판단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울 양재동 영일빌딩 지하 성매매업소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ㅋ유흥주점은 임○○이 2004년 3월경 이명박 후보자의 처남 김재정의 위임을 받은 빌딩 관리업체 직원 이○○로부터 임차하여 운영한 업소로서, 임○○이 영업 과정에서 종업원들로 하여금 성매매 행위를 하게 한 사실이 없고 이명박 후보자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지도 아니하였다.” 빌딩을 임대해준 이는 이 대통령이 아니라 관리업체 직원이고, 성매매는 없었고, 이 대통령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기자가 성매매 사실을 직접 확인했지만, 법원은 웬일인지 성매매는 없었다고 단언한 것이다. 일부 사실관계도 이 대통령 쪽이 11월7일 법원에 제출한 소장의 내용과는 다르다. 소장에는 이 대통령이 2007월 3월26일 이아무개씨와 임대차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와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임대차계약 날짜가 모두 다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공상훈 공안1부장은 “민사에서는 계약 주체를 따지지만 형사에서는 행위자를 따지는 것 아니겠나. 증인심문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이 성매매업소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고,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진 증거도 없다고 결론 내려져 김 전 의원에 대해 유죄판결이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쪽 민사소송 변호인은 “계약 주체와 시기 등이 다른 이유는 모르겠다. 계약서를 바탕으로 소장을 작성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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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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