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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돼요?” “남자 하기 나름이죠”

등록 2008-05-02 00:00 수정 2020-05-03 04:25

이명박 대통령 소유 건물에 입주한 유흥주점 잠입 취재…성매매 파문 겪고도 버젓이 접대부 영업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죠~.”

텔레비전 광고에서나 듣는 말인 줄 알았다. 엉뚱한 곳에서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대통령 소유 빌딩에 입주한 술집에서 들은 말이었다.

4월25일 새벽 1시께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영일빌딩을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989년부터 소유하고 있는 건물로, 지하 1층에 입주했던 유흥주점과 관련해 대선 과정에서도 구설에 올랐던 곳이다. 지난해 7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유흥주점이 영업 중인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에는 여성 종업원의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에 보도돼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보도 직후 이 업소는 “내부 수리 중”이라며 문을 닫아걸었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단란주점은 임대차 계약이 내년 3월까지로, 여러 차례 비워달라고 요청했으나 함부로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쁜 애들로 넣어드릴게”

그때부터 5개월이 흘렀고, 계약 기간이라던 3월도 지났다. 더구나 이명박 당시 후보는 어엿한 일국의 대통령이 됐다. 지금 그 유흥주점은 어떻게 됐을까?

다시 찾은 현장. 술집 이름은 ‘ㅋ섹시클럽’에서 ‘ㅅ노래빠’로 바뀌어 있었다. 계단 입구 옆에 놓인 ‘노래+안주+음료=무료’ ‘단체 50인석 완비’라는 문구를 담은 광고 기둥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어서 옵쇼~.” 출입문을 들어서자 웨이터의 우렁찬 인사 소리가 들렸다. 복도와 룸 인테리어는 여느 단란주점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주점은 이 건물의 지하 1층 421.2㎡(약 127평)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듯, 룸이 10~20개는 돼 보였다. 마담이 메뉴판을 펼쳐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자리에 기본이 3만원이고, 아가씨 봉사료는 한 명당 6만원이에요.”

“너무 비싼 것 같은데….”

“아유~ 오빠도. 여긴 노래방 아니잖아~. 여기 애들 수준을 보면 알 거예요. 그리고 시간도 무제한이니까 비싼 거 아니야. 얼른, 이쁜 애들로 넣어드릴게.”

“아가씨와 2차(성매매)는 갈 수 있냐?”라고 물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마담이 순간 앙큼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가 애들한테 잘 말해보셔~.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죠~.” 얼마 뒤 들어온 접대 여성들에게도 2차를 가자고 제안했더니 “실장님(마담)한테 물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통령이 그런 업소에서 임대소득 챙겨서야”

결국 이 업소에서 성매매까지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몇차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소유 빌딩에 여성 접대부를 둔 술집이 계속 입주하고 있다는 데 대해 여성계 등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의 정미례 대표는 “합법 영업이냐 불법 영업이냐는 잣대를 들이댈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접대의 주체로 내세우는 업소를 통해 대통령이 임대소득을 챙겨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강남 룸살롱 업주 사이에서는 ‘대통령 건물에서도 그러는데 우리라고 문제가 되겠느냐. 그 보도 뒤 되레 장사 잘 된다’는 소문마저 들려온다”며 “3월에 내보내기로 해놓고도 여전히 영업 중이라니, 대통령이 유흥주점 업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셈”이라고 꼬집었다.

4월25일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자 한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내용이라면 빌딩 관리인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관계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내용을 파악한 뒤라야 구체적인 답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재산 환원 시기

“재단 설립, 올해 안에 마무리 지어야”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사회 환원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4월24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새 정부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공개하면서 새삼 고개를 드는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12월7일 대선 10여 일을 앞두고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전격 발표했지만 대선이 끝난 지 넉 달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신고한 재산은 354억7401만7천원이었다. 지난해 11월 말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던 353억8030만원보다 9391만원이 늘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서울 논현동 단독주택과 서초동과 양재동에 있는 빌딩 3채 등이 주요 재산 목록에 올랐다. 지난 2월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전세로 살았던 가회동 전세권도 포함된다.
지난해 재산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을 때 이 대통령은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칸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집 한 칸’이 31억1천만원으로 신고된 논현동 단독주택을 말하는 것이라면, 환원 대상이 되는 재산은 대략 323억여원 규모다.
재산 환원의 시기와 방법에 대한 검토는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담당하고 있다. 김 비서관은 오래전부터 이 대통령의 재산관리를 맡아온 인사로 지금은 청와대의 안살림을 총괄하고 있다. 김 비서관은 4월25일 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까지는 재산 환원의 시기와 방식, 재단의 이름 등 어느 하나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현재까지는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위해 공익재단이나 장학재단 가운데 어느 방향이 좋을지 꼼꼼히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또 “(재산 환원 절차에)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아직 답변하기는 이르지만 분명한 것은 재산 환원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활동했던 18대 총선의 한 당선인은 “인수위에서는 검토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고, 검토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아는 바는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올해 안에 공익재단 설립 등을 통해 마무리 짓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산 환원 방식은 미국의 록펠러재단이나 카네기재단처럼 공익재단이나 장학재단 등을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 계층이나 특정인에게 나눠주고 만다면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는데다 선거법 위반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 출마자에게 특정인에 대한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재산을 출연한다고 했을 때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재단 이사회의 구성이나 기금 운영 과정에서 적잖은 폐해가 드러나곤 했다”며 “공익재단이나 장학재단을 설립할 경우 상속이나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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