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웅마웅 르윈(43)은 망명객이다. 1988년 8월8일 버마(현 미얀마) 시민과 학생들이 군부독재에 반대해 일으킨 ‘8888 민주항쟁’ 당시 랑군대학 전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항쟁의 선두에 섰다. 시민 3천여 명이 학살당하는 등 무자비한 진압 작전이 전개됐고, 그는 비밀 학생운동 조직을 꾸렸다. 감시를 피해 친구집 등을 전전하며 생활했지만, 군 정보당국의 추적은 집요했다. 그는 결국 1996년 여권을 위조해 한국에 왔다.
한국 생활 12년 동안 그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한국지부를 창설하고, 매주 열리는 버마 대사관 앞 규탄집회에 참가하는 등 조국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아픔이 찾아왔다. 2000년 만성신부전증에 걸린 것이다. 8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세 차례씩 투석을 해야만 했다. 그의 얼굴이 나무 거죽처럼 검고, 그의 팔이 밭고랑처럼 울퉁불퉁한 이유다. 그나마 2003년 난민으로 인정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 사이 많은 동료들에게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8888 민주항쟁 20돌이 되는 올해, 그는 드디어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버마에서 살고 있는 동생이 한국까지 날아와 형에게 신장 하나를 떼어줬다. 지난 10월9일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진행된 수술은 다행히도 성공적이었다. 8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그를 괴롭혀온 투석을 더 이상 받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고민이 남았다. 바로 돈 문제. 병원에서 보조를 해줬다지만 수술비는 1천만원을 훌쩍 넘겼고, 여기에 각종 검사 비용과 동생 항공료까지 감안하면 2천만원이라는 큰돈이 필요하다. NLD 한국지부 동료들과 다른 해외지부가 나서 정성을 모았지만, 아직 1천만원에도 못 미친다. NLD 한국지부 내툰 나잉 총무(010-8962-3414)가 후원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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