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기자. PD저널 제공
“자생적으로 생긴,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집권 세력과의 교감을 통해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밖에는 볼 수 없죠, 뭐.”
새로 들어선 한국방송의 이병순 사장 체제가 지난 9월17일 밤 전격 단행한 인사는 가히 ‘피의 수요일’로 불릴 만하다. 정연주 사장 집권 이전 보수 일색이었던 방송의 경향성에 일부 개혁적 목소리를 내온 프로그램들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숙청이다. 숙청 대상 가운데 눈에 띄는 이가 바로 탐사보도팀의 김용진(45) 기자다.
김 기자는 2003년 언론비평 프로그램 출범 때부터 주축으로 활동하면서 프로그램 데스크를 거쳐 탐사보도팀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김 기자는 내년 3월까지는 한국방송 부산총국으로 파견을 가고 그 뒤에 해당 총국으로 전보 조처하는 것으로 인사가 났다. 한국방송 안에서는 일주일여 전 팀장이던 김 기자를 평팀원으로 인사발령 낸 뒤 곧장 지방 총국으로 다시 인사 조처한 것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한국방송 사규는 6개월 안에 2번 이상 인사를 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9월19일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김 기자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는 “한국방송이야 어차피 순환 근무를 하니까…”라며 개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이번 인사가 보도본부 내에서는 탐사보도팀을 타깃으로 했는데, 그게 설명이 잘 안 된다. 설명을 못한다는 이야기는 정상적인 인사가 아니고 탐사보도의 기능을 축소시키려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인사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 구제 신청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일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김 기자는 에 있을 당시, 주한 미대사관과 공보원이 한국의 언론을 관리하려는 시도를 해왔음을 폭로하는 보도를 하는 등 그동안 특정 정치 성향의 보도가 아닌 사실 보도에 충실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18일 사내 게시판에 남긴 글은 울림을 준다. “숱하게 날밤을 새며 수천, 수만 장의 기록과 씨름하고, 내비(내비게이션)와 지적도를 들고 전국의 논밭과 임야를 헤매며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고 다닌 게 죄입니까? 노트북 스크린에 스프레드시트 수만 칸을 올려놓고 눈이 빠지게 조그만 단서라도 찾아헤맨 게 죄인가요?….” 1987년에 입사해 기자 경력 21년째 된 기자가 조직을 향해 이렇게 초라한 물음을 해야 할 정도인가 싶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29847862_20251205502464.jpg)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

조진웅, 소년범 의혹 일부 인정…“성폭행은 무관”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전국 법원장들 “12·3 계엄은 위헌…신속한 재판 위해 모든 지원”

우라늄 농축 ‘5대 5 동업’ 하자는 트럼프, 왜?

김상욱 “장동혁, 계엄 날 본회의장서 ‘미안하다, 면목 없다’ 해”

김현지 “김남국과 누나·동생 사이 아냐…난 유탄 맞은 것”

전국 법원장들 “내란재판부 법안 위헌성 커…심각한 우려”

김혜경 여사, ‘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 작가 전시 관람

추경호 ‘기각’ 판사 “윤석열과 2분 통화, 내란 공모 가능한가요?”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