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어른들이 잘못했다.’
고백문을 들고 나 홀로 거리로 나섰다. 참회의 손길로 전단지를 나눠준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에게 바치는 속죄의 고백문이다. 이춘선 평화·인권 기독교교육연구소 소장은 5월1일 한신대, 5월2일 서울교대 앞에서 그렇게 속죄의 캠페인을 벌였다. 그의 마음을 담은 고백문의 한 구절. “약자 중의 약자인 어린이·청소년을 어른들이 소유물로 또는 교육의 대상으로 여기며 억압해온 것을 용서해주기 바란다.”
지난해 서울 인사동 캠페인에 이어 거리에 나선 지 두 해째. 오래된 반성은 벼락같은 고백문으로 터져나왔다. 2007년 1월 문득 정말 어른들이 잘못했구나, 반성이 들었다. 단숨에 고백문이 쓰였다. 1991년의 기억이 새로웠다.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당시 아동 포르노에 이용당한 아이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저들은 내가 지금껏 교육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아이가 아니라 약하디약한 ‘사람’이구나. 독일에서 기독교 교육학 박사를 받고 귀국한 뒤에도 마음은 한결같았다.
그리고 거리로 나섰다. 누군가 물었다. 서명운동의 목표가 몇 명이냐? 그는 당황스러웠다. 목표를 따로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서명자 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백문을 나눠주며 오직 한 가지만 간절하게 당부한다. “제발 끝까지 읽어달라.” 돌아오는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어떤 어른들은 “나는 아이들을 때리지 않지만 요즘 아이들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고 말한다. 폭력이 잘못됐다고 인식하지만 진심으로 수긍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거리에 나서면 보인다.
아동 차별은 유구하다. 고백문을 빌리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으로서는 가장 늦게 어린이·청소년들의 권리(1989년 유엔 아동권리협약)가 인식되었다는 사실만 봐도 어린이·청소년들이 얼마나 억압 속에 살아왔는가를 알 수 있다.” 도전받지 않아온 차별인 것이다. 속죄를 구하는 첫걸음은 잘못을 고백하는 일이다. 그는 “교회가 인종차별, 여성차별에 대해 속죄를 구했던 것처럼 어린이에게도 죄를 고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지난해 그가 속한 기독교장로회 교회에 고백문과 서명용지를 보냈다. 언젠가 그는 유엔을 통해서 속죄의 고백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잘못을 구하는 말은 치유의 시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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