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인권의 시계가 언제나 미래를 향해서 가지는 않는다. 잔인한 진리를 한겨울에 몸으로 확인한 사람들이 있다. 지난 1월24일부터 2월1일까지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밤샘농성을 벌인 이들이다. 국가인권위 대통령 직속화를 반대하는 인권활동가들, 이들에겐 난로는 물론 천막도 없었다. 떨어지는 인권 지수처럼 하필이면 날씨마저 추워졌던 즈음이다. ‘인권연구소 창’의 유해정 활동가도 여기서 사흘 밤을 보냈다.

농성을 시작하던 첫날 밤 그가 썼던 글은 오래된 기억을 일깨웠다. “7년 전 저 자리에 제가 누워 있었습니다.” 당시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였던 그는 동지들과 함께 바로 그곳에서 바로 이 겨울에 국가인권위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14일 동안 밤샘농성을 벌였다. 그렇게 만들었던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될 위기에 놓이자 그들은 또다시 그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세월은 그렇게 흘렀고, 20대의 막내 활동가였던 그도 30대 중견이 되었다. 이제 그의 시야는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로 확장됐다. 그는 2005년부터 2006년 사이에는 아시아의 분쟁지역을 돌면서 아시아인의 인권문제를 직접 보았고 그 이후론 버마 난민을 돕는 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이렇게 돌아온 그가 묘사한 2008년 ‘서러운 농성 첫날 밤’의 풍경이다. “이제 갓 만 20살을 넘은 재영과 누리를 비롯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규식이 형, 이제 낼모레면 오십을 바라보는 래군 선배까지 모두 10여 명의 인권활동가들이 차디찬 길바닥 위에서 한데 잠을 잡니다.”
그렇게 시작한 농성은 낮이면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저녁이면 촛불집회를 벌이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비록 날씨는 추웠지만 마음마저 춥지는 않았다. 7년 전의 농성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함께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장애인,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이번 농성에 열심히 참여했다. 소수자들에게 인권위는 그래도 기댈 만한 언덕이었던 것이다. 농성은 오히려 오랜만에 인권단체들이 의지를 모으는 자리가 되었다. 그는 “단순히 인권위 독립성 훼손만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인권의 후퇴를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것은 시작이다. 농성은 ‘일단’ 끝났을 뿐이다. 앞으로 이들은 인권활동가 대회를 통해서 이명박 시대의 인권에 대해서 토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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