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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전수경] 풍뎅이 가족의 연말 시상식

등록 2008-01-18 00:00 수정 2020-05-03 04:25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한 해 동안 우리랑 잘 놀아줘서 ‘될성부른 떡잎상’을 드립니다.”
박수를 받으며 앞으로 나간 이종훈(42)씨가 큰아이 창민(9)한테서 상장을 받았다. “2008년에는 더 잘 놀아주겠다”는 수상 소감이 끝나자 이번엔 엄마 전수경(38)씨 차례. 전씨에겐 ‘요리상’이 내려졌다. 요리를 맛있게 했기에 상을 준다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상 이름이 아빠 것에 비해 성의 없다”며 섭섭해했다. 창민이와 22개월 된 동생 자민이는 각각 ‘거침없이 하이킥상’과 ‘무한도전상’을 받았다. 힘 좋은 창민이는 발차기를 잘하고 자민이의 말솜씨는 일취월장이다.

2008년 1월1일 저녁 8시.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의 한 가정집에서 ‘가족 연말 시상식’이 열렸다. 참석자는 엄마 전수경, 아빠 이종훈, 아들 이창민, 딸 이자민. 창민이가 상장 3개를 만드는 ‘절대 권한’을 지녔고 창민이의 상장만 엄마 아빠가 만들었다. 원래 시상식은 2007년의 마지막 날로 잡혀 있었지만 당일 외출이 길어져 그만 해를 넘겼다. 상을 주고받고 기념촬영을 하다 보니 다들 진지해졌다. 전수경씨는 “가족이 집단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과 발전을 알아줘야 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풍뎅이 가족’이라고 불러달라는 이들은(풍뎅이가 명랑해 좋단다) 무슨 일이든 ‘가족 행사’로 만든다. 문화행사나 결혼식 같은 곳에 함께 가는 것은 기본이다. 2007년 6월에 일안반사(DSLR) 카메라를 구입한 아빠의 직장 사진동호회 출사에도 넷이 몰려간다. 현재 엄마 전수경씨가 활동하고 있는 독자편집위원회 회의에도 네 가족이 출동했다. 새해를 맞으면 외가가 있는 강화도 마니산을 등반한다. 이 모든 행사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풍뎅이 가족은 차도 운전면허도 거부한다.

시상식 이틀 뒤인 1월3일엔 가족회의가 열렸다. 안건은 ‘2007년 10대 뉴스’와 ‘2008년 3대 계획’ 선정. 자민이 첫돌과 “진짜 마지쪄” 발언, 결혼 10주년과 엄마의 체중 증가, 아빠의 ‘초보 사진가’ 등극 등이 순위에 올랐다. 3대 계획에는 아빠의 ‘가족 사진집’ 출간이 들어 있다. 이종훈씨는 “서로를 찍어주고 품평하면서 그 속에서 따뜻한 가족의 느낌을 드러내고 싶다”고 한다. 10월까지 작업을 마쳐 연말에 출간할 예정이다. 일단 이 ‘사건’은 2008년 10대 뉴스의 강력한 후보다. ‘될성부른 떡잎’이 분발하면서 엄마는 또 어떤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올지, 2008 풍뎅이 가족 연말 시상식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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