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지난 대선에서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즐거움’을 선사한 이로 허경영 후보를 꼽는 이가 많다. 파격적인 공약 외에도 로고송과 광고로 ‘발군의 스타일’을 자랑했다. ‘새마을 노래’를 개사한 ‘새나라 노래’는 16자 구호 운율에 주요 공약을 담아냈고, 헌병과 인민군이 어우러져 춤추는 ‘판문점’ 편과 샐러리맨이 복고 댄스를 추는 ‘명동’ 편은 네티즌 사이에서 “인터넷 대통령은 허경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널리 유포됐다.
‘숨은 손’은 박병기(36·위 사진 맨 오른쪽) 경제공화당 총무국 기획과장이다. 그는 광고의 기획·콘티·섭외는 물론 로고송 가사까지 모두 혼자 만들었다. 외부 도움은 촬영(한철수)과 녹음(권영준), 편집뿐이다. 돈을 아끼기 위해 하루에 몰아 찍었고, ‘표정 연기’가 중요한 ‘명동맨’ 한 명만 빼고는 전원 당직자들을 출연시켰다. 박 과장도 출연했다. ‘명동맨’은 케이블채널 Mnet에서 VJ로 활동하는 닉네임 ‘권실장’인 권성안씨다. 23회에 이르는 텔레비전 광고와 30회의 라디오 광고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역시 박 과장이 마련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보험과 적금을 깨서 5억원 가까이 털어넣었다.
그는 대선 불과 석 달 전에 허 후보의 이력을 보고 인터넷과 서적 등을 뒤져본 뒤 확신이 섰다고 한다. 독대를 해보니 “최고의 국가 지도자감으로 이런 분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곧바로 다니던 직장(교육 관련 업체)에 사표를 낸 뒤 합류했다는 박씨는 “중앙당 상근자 20여 명 모두 허 후보의 정책과 품모에 반한 이들로, 일절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한다”면서 “당 경비도 당원들이 모아준 돈으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경제공화당은 지난 11월 재창당 신고를 하며 당원이 5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박 과장은 “허 후보가 편파적인 대우를 받지 않았다면 훨씬 높은 득표율을 올렸을 것”이라며 “그나마 공약의 반향이 커서 국민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북한산 자락인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 허 후보는 오는 총선에도 출마할 예정이라고 박 과장은 전했다. 염두에 둔 지역구는 서울 은평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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