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7호 표지이야기 사상 첫 주민소환… 7월23일 필요수 2배 넘긴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김황식 시장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끝났습니다.”
김근래 ‘하남시 광역 화장장 설치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위원장은 상기된 목소리였다. 2007년 7월,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이목은 온통 경기도 하남시로 집중됐다. 주민 대다수의 반대 목소리에도 하남에 경기도 광역 화장장을 짓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온 김황식 시장을 주민소환해 해임하자는 물결이 들불같이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667호(2007년 7월5일치) 표지이야기에서 “(전체 하남시 유권자 10만5825명의 절반 정도인) 5만 명의 명단을 모아 주민소환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약속은 지켜졌을까?
“정치적 사형선고 내려졌다”
약속했던 5만 명은 채우지 못했지만, 소환투표 청구에 필요한 최소 서명 요청자 수를 배 이상 넘기는 데 성공했다. 범대위는 21일 동안 주민소환을 찬성하는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서명 작업을 벌인 끝에 소환투표 청구에 필요한 법적 서명 요청자 수(전체 투표권자의 15%) 1만5759명을 배 이상 넘긴 3만2749명의 서명부를 7월23일 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날 김 시장과 함께 주민소환 대상이 된 지방의회의원은 김병대 하남시의회 의장 등 3명이다. 범대위 쪽은 소환 이유로 “광역 화장장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독선과 졸속 행정, 시민의 대표자로서의 소양과 자질 부족, 시민에 대한 고소·고발 남용 등”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하루라도 빨리 김 시장을 해임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뜻이 강해 일을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마음만 먹었다면 애초 목표로 했던 5만 명도 채울 수 있었다는 얘기다. “김 시장은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그가 시장이 될 때 받은 표가 2만1천 표입니다. 그런데 그를 시장에서 쫓아내자는 의견에 동의한 사람들이 3만2천 명이죠. 그 정도 됐으면 시장의 자리에서 알아서 물러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은 주민들의 생각이다. 김 시장 쪽에서는 여전히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김 시장은 주민들이 명단을 제출한 뒤 이틀이 지난 7월25일 헌법재판소에 “현행 주민소환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냈다. 현행 주민소환법이 소환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소환투표 청구 및 발의를 거부할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심판청구서에서 “주민소환법이 청구 사유를 규정하지 않아 정치적 입장이 다르거나 선거에서 패배한 상대편이 주민소환제를 악용해 사회·국가적 혼란과 경제적 낭비를 초래하고 자치단체장의 소신 있는 행정계획을 막고 있다”고 적었다.
투표는 이르면 9월 초
공은 이제 선관위로 넘어갔다. 선관위는 앞으로 서명부에 적힌 주민들의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한 뒤, 이르면 8월 말께 투표발의와 투표일, 투표안을 공고하게 된다. 소환투표가 발의되면 투표 결과가 공표될 때까지 김 시장의 권한은 정지된다. 투표 결과는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3만5018명 이상)이 참가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확정되는데, 현재 하남의 분위기로 볼 때 특별한 돌출 변수가 터지지 않는 한 김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진행 일정으로 비춰볼 때 투표는 빨라야 9월 초에나 가능할 것이다. 가을이 올 때까지 하남시는 서로를 겨냥하는 김 시장과 주민들의 공방으로 바람 잘 날 없을 것이다. 주민들의 주장은 정당했을까, 김 시장의 업무 추진 방식에 문제는 없었을까.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올여름 ‘하남의 실험’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 두고두고 기억되는 중요한 사건의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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