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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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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백혈병환우회] 병마에도 병원에도 “지지 않아!”

등록 2007-08-03 00:00 수정 2020-05-03 04:25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의 ‘진료비 바가지 씌우기’는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될까?
보건복지부가 2006년 4~9월 동안 병원의 진료비 징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성모병원은 28억3천만원의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불법 과다 징수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7월26일 드러났다. 성모병원은 140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은 ‘제2의 기술, 임의비급여로 후려치기’(제668호)에서 성모병원의 진료비 부당 청구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성모병원의 불법 행위는 ‘한국백혈병환우회’(이하 환우회)의 노력 덕분에 드러날 수 있었다. 환우회 소속 백혈병 환자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심사해달라는 요청을 해서, 병원이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진료비를 환자에게 부당 청구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 그때부터 환우회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등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안기종 환우회 회장은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환우회는 병원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환우회는 원래 골수암 치료제인 ‘글리벡’이라는 약을 싸게 구하기 위해 200명의 백혈병 환자들이 2001년 7월에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다. 당시 글리벡은 한 달 약값만 300만~600만원이 들 정도로 비쌌다. 국가인권위에서 농성을 하는 등 환우회의 노력으로 글리벡은 의료보험 적용을 받아서, 현재 약값에 대한 환자 부담은 거의 없다. 그 밖에도 환우회는 백혈병 치료에 필요한 혈소판을 환자들이 편리하게 구할 수 있는 ‘혈소판사전예약제도’를 도입하게 하는 등 환자들의 권익 보호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환우회는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운영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병마와 싸우랴, 병원과 싸우랴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환우회의 도움을 받은 환자들의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돼요.”

지금까지 환우회가 병원과 싸우는 ‘파이터’의 역할을 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의 벽’을 허무는 일”에 더욱 열정을 쏟겠단다. 백혈병 치료에 필요한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의학교실’이나 환자와 의사들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간담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환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는 요즘 의사도 환자의 불만이나 생각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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